6·25 당시 국가 누란의 위기에서 나라를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군 복무자들의 헌신적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전후 국가가 안정을 되찾은 1961년 ‘군필자 가산점제도’를 도입하여 군복무자에 대한 예우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1999년 12월 헌법재판소는 군필자들의 우대정책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지나친 가산점으로 인한 공무원 임용시험의 피해를 들어 실질적 남녀 성차별이라며 ‘군필자 가산점제’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지금에 와서 헌재의 위헌결정을 두고 옳고 그름을 재론하여 국민적 갈등을 부추길 생각은 없다. 문제는 헌재의 위헌결정에 있는 게 아니라 헌재의 위헌결정 이후 7년이 지났음에도 정부가 아무런 사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로 인해 군필자 및 현역 복무자들의 사기가 실추되고 군의 전투력이 알게 모르게 약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 입대를 앞둔 젊은이들 가운데는 국방의 의무를 매우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군에 가는 사람만 손해다’ ‘힘 없고 돈 없어 마지못해 (군에) 간다’고 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우리의 징병제를 일컬어 ‘국민개병제’가 아니라 ‘빈민개병제’라는 속어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그동안 병역의무를 다했거나, 앞으로 이행하려는 젊은이들이 마땅히 가져야 할 자부심과 받아야 할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간접 증거다. 즉 이들의 피해 의식과 군복무에 대한 자학이 결국 우리 사회에 병역 기피와 부정한 군대 면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폐해를 낳게 된 것이다.

 다행히 국방부에서는 4월21일 ‘병영문화 및 병역제도 개선정책 보고회’에서 ‘군필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월 김장수 국방부 장관이 국회 상임위 답변에서 언급한 ‘군필자 우대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힌 개인적 소신에 뒤이어 나온 것으로, 때늦은 감이 있지만 하루빨리 합리적인 지원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하면서 몇가지 기준을 제시해 본다.

 첫째, 군 복무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의식을 하루빨리 불식시키고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인정받고 축복받는 군복무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국민적 공감대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서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군필자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 대만, 유럽 등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2년 이상 복무를 한 제대군인에게 가산점제, 신규 채용시 우선 채용, 가족 생계비 지원, 취업 교육 등 다양한 지원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외국의 예가 이러하거늘 하물며 우리나라처럼 남북이 분단돼 군사적으로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특수한 안보 상황에서 제대군인에 대한 배려가 이에 못 미친다면 이보다 불합리하고 불공평한 일은 없을 것이다.

 셋째, 군복무 보상제도는 남녀 성차별이나 군복무자에 대한 특혜가 아닌 기회 균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군필자들에 대한 보상을 특혜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가가 수용한 토지에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을 두고 토지를 수용 당하지 않은 사람이 특혜 운운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군복무로 인해 군필자들이 보는 시간적·경제적 손실을 국가가 모두 보상해 주는 것은 불가능하더라도, 최소한 기회의 상실에 대해 보상해 주는 것은 당연하다.

 넷째, 군 복무중 축적된 능력과 경험을 높이 평가하는 새로운 가산점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인간의 종합적이고 잠재적인 능력을 단순히 시험 답안지 성적으로만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군복무 기간에 진실되고 정의로운 가치관, 상경하애(上敬下愛)와 희생정신, 인내력과 협동심을 배양하고 위기 극복 능력을 체득한 군필자들을 인정하는 특별한 가산점 부여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이는 헌법 제39조 2항에 명시된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해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정신을 구체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로서 너무도 정당한 인센티브가 될 것이다.

 국가가 국가를 위해 봉사한 군복무자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한다면 국민개병제도의 장점을 살릴 수 없다.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발전, 시민사회의 성숙, 경제 발전에 걸맞은 병역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현행 군필자, 즉 제대군인에 대한 지원정책 전반을 근본적으로 재검토, 보완책을 시급히 마련해주기 바란다.(konas)

 박세직 / 대한민국재향군인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