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대사관 근처에서 동시에 기자회견을 가진 양 진영. ⓒkonas.net

 소위 진보진영이 아프간 한국인 피랍 사태를 ‘反美운동’에 이용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자유보수진영에서 대응에 나섰다. 양 진영은 3일 미국 대사관 근처 한국통신 앞에서 나란히 기자회견을 열어 각자의 주장을 펼쳤다.

 안보전략연구소·구국결사대 등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인질사태를 反美에 이용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초 이들은 대사관 정문 바로 앞에서 회견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경찰의 불허로 장소를 옮겼다.

 정문 바로 앞에서는 대표적 반미친북 단체인 통일연대 상임대표 한상렬 목사가, 인질사태에 대한 미국 책임론과 아프간에 파병된 우리 軍의 철군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는 중이었다. 그를 격려하기 위해 현장에 있던 이들과, 기자회견 참석차 이 곳을 찾은 안보전략연구소 회원들 간에는 말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 이틀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한상렬 목사. ⓒkonas.net

 안보전략연구소 등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사태의 본질적 책임은 “무고한 이국의 젊은이들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고자 납치하고 살해한 탈레반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우리 모두는 냉정한 이성을 유지하고, 미국 등 국제사회와 공조하여 테러범들로부터 죄없는 인질을 구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친북좌익 세력이 아프간 인질 사건을 '反美' 감정을 확산시키기 위한 '제2의 미선-효순' 사태로 만들려 하고 있다”며, “탈레반 테러범들에게 인질로 잡힌 우리 국민을 구출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되, 아프간 파병과 對테러전쟁의 大義명분을 훼손해선 안된다”고 역설했다.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한상렬 목사에 대해서는, 그의 주장들이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것”이라며 “사기꾼 목사” “붉은 목사” “악마” “미친 양아치” 등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이들은 “한상렬의 주장은 테러사태의 본질과 책임을 망각하고, 엉뚱하게 책임을 미국에게 전가시켜 한미동맹을 파괴하려는 끔찍하고 더러운 음모”라며 “그토록 탈레반의 주장이 정당하다면 당장 아프간에 가서 탈레반과 함께 살라”고 했다.

▲ 한미동맹 상징모를 쓴 기자회견 참가자 뒤로, 美대사관 성조기가 휘날리고 있다. ⓒkonas.net

 이런 가운데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아프가니스탄 피납자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한국교회 목회자 일동’이라는 단체에서, 인질사태에 대한 “미국의 태도”를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실 이날 이 시간에는 민주노동당에서『무사귀환! 즉각 철군! 군사작전 반대! 미국의 피랍문제 해결 촉구』기자회견을 갖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민노당 측은 보수진영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돌아간 이후에야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목회자 일동'의 주장 역시, 민노당이 평소 보여온 ‘反美’적 시각과 맥을 같이하고 있었다. 사실 주변에서 회견장면을 바라보고 있던 젊은이들중 일부가 ‘민주노동당’ 문구가 적힌 피켓을 소지하고 있었다. 상황을 보니 함께 회견을 진행하려 했던 것 같았으나, 보수진영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였는지 나서지 않았다.

 한편 '목회자 일동'은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고귀한 생명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안타까운 희생을 당하고 있다”며 “이 시대에 참된 예수를 갈망하는 우리 기독교 목회자들은 한국 민간인 자원봉사자의 생명에 대해 강 건너 불 보듯이 방관하는 미국의 태도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 보수진영을 뒤로 한채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목회자 일동'. ⓒkonas.net

 이어 “따지고 보면 한국을 아프간 전쟁에 끌어들인 것도 미국이고, 아프간을 무력으로 침공해서 근본 문제를 일으킨 것도 미국”이라며 “따라서 아프가니스탄에서 목숨을 잃어가는 엄중한 사태의 책임이 미국에게도 함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미국 정부는 인질이 되어 있는 우리 국민들의 무사한 귀환을 위해 대화를 통해 평화적 노력을 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은 더 이상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른 침략전쟁을 중지하고 우방국을 동원하여 무고한 생명을 희생시키는 대열에 동참하게 만드는 행위를 중지하라”며, 이번 인질사태와 관련해 “어떤 경우에도 무모한 군사작전을 감행하여 생명의 희생을 가져온다면 한국민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민족은 스스로의 자존과 외세 개입 없이 자유로운 의사로 자기들의 정부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우리 정부에 대해서도 “통절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화살을 날렸다. “우리 양심적 종교인들과 시민사회가 파병을 반대하여 기도와 금식을 가졌으며, 파병 이후에도 더 이상 침략전쟁에 가담해 국민을 희생시키지 말 것을 누차 요구해 왔음에도, 노무현 정부는 ‘우방인 미국의 요청’ ‘국익’ 운운하며 평화를 열망하는 국민의 요구를 무시해 왔다”며 “그래서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가? 정부가 그렇게 믿어왔던 미국은 한국인 인질 석방에 전혀 책임있는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계속해서 “더 이상 ‘국익’ 없는 강대국의 요구에 끌려다니지 말고 아프간과 이라크 등에 파견된 우리 군을 즉각 철수하고 단호하게 국민의 자주적 의지를 보이며, 외세의 압력보다는 국민의 생명을 최우선시 하는 입장에 서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목회자 일동'은 또한, “정부는 인질사태의 근본문제를 도외시한 채, 마치 이것이 기독교인들이 교세 확장을 위해 정부의 말을 안듣고 무리한 선교를 펼쳤기 때문이라든가 하는 관점에서 보아서는 안될 것”이라고도 했다.

 '목회자들'이 진행하는 회견인만큼 중간 중간에 “기도”가 이어졌으며, 보수진영과의 충돌은 없었다.(konas)

 김남균 코나스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