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와 미국의 '책임있는 대처'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최근 의회에 제출한 2009년 통상정책 보고서는 우리에게 몇가지 시사점을 제시한다.
첫째, 세계무역기구(WTO) 다자무역체제,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등을 포함한 개방적 통상정책 추진이 오바마 정부 통상정책의 근간이란 점이다. 금융위기와 경제난을 극복함은 물론,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개방정책이 보호주의보다 효과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고, 정권이 바뀌어도 대외 통상정책의 기조는 변함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국내 일부 논객이 거론했던 신자유주의 등 이념적 논란은 어디에서도 찾기 어렵다.
둘째, 미 행정부가 FTA의 의회 비준을 서두를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오바마 정부가 FTA에 대한 문제들을 '즉시 그러나 책임있게 대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여기서 '즉시’는 우호적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나, '책임있게 대처’란 표현은 의회를 의식한 중립적 표현으로 보인다. 중립적 입장이 어느 방향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FTA 비준 여부가 달라질 수 있고, 우리 국회의 조기 비준동의는 미 행정부가 책임감을 갖도록 작용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즉시 그러나 책임있게 대처’란 표현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미 민주당이 한·미 FTA에 대해 보였던 입장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특히 미 행정부는 앞으로도 FTA를 추진해 나갈 것이란 점을 강조하면서, 한·미 FTA의 경제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 의회의 한·미 FTA 심의와 비준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을 것이란 낙관론이 나오고 있다.
셋째, 미 행정부도 의회의 보호주의적 분위기를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행정부의 비준 의지에도 불구하고, 의회 내 상황을 살펴보면 비준 문제는 녹록지 않다. 다수당이면서 집권당인 민주당 지도부가 FTA 추진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다, 현재 미국 경제가 최악의 상황이어서 의회를 설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심지어 민주당은 다양한 방식으로 보호무역주의 정책 도입을 주장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경기부양법에도 '바이 아메리카’ 규제가 포함됐다. 또한 대규모 자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생존이 불투명한 GM 등 미 자동차업계가 최종 부도나거나 금융위기가 심해질 경우 정치권의 반개방 및 반FTA 정서는 지금보다 더 심해질 것이다.
금융위기 확산과 경제위기로 미국과 유럽 등 많은 국가가 보호주의로 들어서고 있어 교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는 위협적인 상황으로 다가오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조사에 따르면, 최근 2개월 동안 주요국이 40건의 새로운 무역 규제 조치로 우리나라 상품 수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우리 내부에서도 보호무역주의가 고개를 들 가능성도 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안정과 성장은 많은 부분 보호무역주의 확산 방지와 개방적 통상 환경 구축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호무역주의를 차단하고 수출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체결한 FTA를 조기에 이행시켜야 한다. 한·미 FTA 이행 시 당장의 수출 증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일자리 창출 및 국제수지 개선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한·미 FTA 비준동의안은 이미 여야 간 처리가 합의된 사안이지만 정치논리 때문에 비준이 미뤄지고 있다. 어느 정당이든 민생을 외치면서도 정작 민생 문제 해결에 결정적인 한·미 FTA 처리를 정치적인 흥정의 대상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 가급적 조기에 비준안을 처리해 국내 절차를 끝내는 것이 미국측이 '즉시 그러나 책임있게 대처’하도록 만드는 방안이다.(http://www.cfe.org/)
정인교(인하대학교 경제학부교수/바른FTA실현본부 정책위원장)
- 2026.10.16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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