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한·미 방위체제
2009년 4월5일 오전 11시30분, 북한은 ‘위성 발사’라는 가면을 쓰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했다. 발사 사흘째까지도 미사일이냐, 인공위성이냐 하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2, 3단계의 추진체가 추락하기 전에 3000㎞ 이상을 날아간 사실만으로도 중대한 위협인데다 앞으로 성능만 보강한다면 사거리 1만㎞까지 확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미 사거리 300~500㎞의 스커드 미사일과 1300㎞의 노동 미사일을 실전에 배치해 한반도 전역을 사정권 내에 넣었으며 2006년부터 사거리 2500㎞ 이상의 신형 중거리 미사일을 실전 배치함으로써 일본 열도까지 위협하는 타격 수단을 확보하게 됐다. 여기에 더해 이번에 발사한 추진체는 그 성능으로 보아 하와이, 알래스카, 미국 서부 지역을 위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대한민국 방위 태세에 매우 심각한 도전이 된다. 북한의 대량파괴무기(WMD) 확보는 남북한 전력의 불균형을 초래할 뿐 아니라 유사시 한반도를 지원하는 증원 전력을 조기에 차단함으로써 한국군의 전쟁 수행 능력을 마비시키게 될 것이므로 1차적 위협 대상은 바로 한국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2012년을 강성대국의 해로 설정하고 핵·미사일 등 대량파괴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해왔다. 지난 10년 간 한국은 막연히 북한의 변화를 기대하며 수십억 달러를 북한에 퍼다 주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핵과 미사일, 그리고 북한의 공세적 위협뿐이다.
우리의 안보 사정이 이렇게 다급함에도 정부는 노무현 전 정부가 자주니, 군사주권이니 하는 미명 아래 결정한 2012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한미연합사 해체 문제를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북한은 지속적으로 한반도를 위협하는 각종 수단의 전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는 지난 50년 간 한국 방위의 튼튼한 버팀목이 돼왔으며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동맹으로 평가받는 한미방위 체제를 스스로 파기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역주행의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준비로부터 발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보는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입수됐고 요격 시스템 등 어느 한 가지도 우리가 제대로 갖추지 못했음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그런데도 우리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규정에 따라 사거리 300㎞, 탄두 중량 500㎏ 이내에 묶여 있어 중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남북한 미사일 전력의 불균형은 매우 심각하다. 이제 우리는 북한 미사일 기술의 획기적인 진전에 대응한 새로운 방어체제를 구축하지 않으면 안 될 절박한 시점에 이르렀다.
따라서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MD) 계획에 참여하면서 자체 미사일 개발과 300㎞로 한정돼 있는 미사일 족쇄를 풀어 버릴 수 있는 방책을 시급히 강구해야 할 것이다.
또한 북한의 미사일과 대량파괴무기 관련 기술 및 부품들의 해외 확산을 막는 것은 국제사회의 긴급한 과제가 된 만큼 우리도 즉각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 2012년 4월17일, 3년 앞으로 다가온 한미연합사 해체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우리가 완벽한 대북 방위력을 확보할 때까지 반드시 연기돼야 한다. 왜냐하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방어하기 위해서는 한미연합사만큼 유효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안보 전문가들과 많은 시민단체만의 주장이 아니라 국민 대다수의 의견임을 이명박 정부는 주지해야 할 것이다.(konas)
이종구(성우회 회장, 전 국방장관)
- 2026.10.16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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