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뉴욕에서 "이제 6자회담을 통해 북핵 프로그램을 폐기하면서 북한에 안전을 보장하고 국제지원을 본격화하는 '그랜드 바겐'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미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 등을 상대로 북핵문제를 '일괄 타결' 해낼 구상을 과감하게 천명한 것이다. 북한과 미국이 양자회담 일정을 조율 중인 가운데 시의적절하게 나온 제안으로 본다. 6자회담 관련국과의 공동인식에 바탕을 둔 '이니셔티브'라고 하니 북한은 진지하게 호응해나가기 바란다. 북한은 이 대통령의 언급처럼 이러한 프로세스를 체제에 대한 위협이나 포위로 오해하지 말고 핵 포기를 통해 국제사회와 발전적인 관계를 맺어나가야 한다. 한반도에서 남북이 상생, 공영하는 길이다.

 이 대통령이 이번에 제안한 '그랜드 바겐'은 지난 6월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1차 논의한 개념이다. 이어 미 국무부의 커트 캠벨 동아태 차관보가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북미 수교, 한반도 평화체제,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 등을 포괄적으로 제시한 패키지와 궤가 같다. 내용이 유사하고 포장이 다르지만 '빅딜'을 함께 지향하는 공이 시차를 두고 북한에 넘어가는 셈이다. 이제 '광폭정치'를 구사한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통큰' 화답을 해나갈 차례다. 오바마 대통령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이후 최근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와 통치권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하고 리언 파네타 CIA 국장이 "우리는 지금 북한과 허니문 상황"이라고 밝힌 점도 참고해 '빅딜' 제안을 받아야 한다. 전임 부시 행정부가 '악의 축'이라 규정하고 압박 위주의 대북정책을 편 상황과는 판이하다.

 우리는 여기서 지난 20년간 우여곡절을 겪은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 경과를 되새겨봐야 한다. 클린턴 행정부 당시 우리를 소외시킨 가운데 제네바 합의가 타결되고 경수로 건설 등이 이행되다 부시 행정부에서 후속 협상이 파행되면서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 능력만 키워준 프로세스는 반복하면 안 된다. 과거와 현재는 무엇이 다른가.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이 북중 관계 60년을 맞아 최근 평양에 다이빙궈 특사를 파견한 데 이어 곧 원자바오 총리를 보내 대북 외교를 강화해 가는 추세다. 우리 한국도 북핵 협상에서 더는 소외당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배가하고 있다. 자민당 정권을 반세기 만에 붕괴시키고 집권한 일본 민주당의 대북정책 변환 여부가 주목되는 가운데 북핵을 둘러싼 외교전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북핵은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안정의 핵심 사안으로 국제사회에 드러나 있다. 북미관계 개선 여부를 결정지을 관건이며 남북관계에서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우리가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중국 등과의 국제 공조를 주도적으로 다지면서 남북관계도 잘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한미관계처럼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호전돼 남.북.미 삼각관계가 선순환 구조를 이뤄나가야 한다. 이 대통령도 "앞으로 북한과 대화하고 협력하게 되더라도 북핵문제의 해결이 주된 의제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화답을 기대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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