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안보칼럼 글씨확대글씨축소스크랩인쇄

[안보칼럼] 평창올림픽과 한반도기, 거듭 생각케 된다!

올림픽은 올림픽 정신에 입각해야, 정치화해서는 안돼
Written by. 최경선   입력 : 2018-01-19 오후 3:24:56
공유:
소셜댓글 : 1
facebook

 오는 2월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이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하기로 합의하자 이에 대한 국민들의 논란이 뜨겁다.

 한반도기는 지난 1991년 일본 지바현[千葉縣]에서 개최된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처음 등장했다. 푸른색 또는 청색의 바탕에 한반도의 지도가 들어간 디자인으로, 일부에서는 독도를 넣기도 한다.

 당시 한반도기는 재일본대한민국거류민단(민단) 및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교포들이 합의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한반도기는 ‘아리랑’과 함께 각종 국제대회에 등장했다.

 현재 우리는 태극기를, 북한은 1948년 자체 제작한 홍남오각별기(인공기)를 국기로 채택하고 있다. 북한의 인공기는 공산정권을 상징하고, 깃발의 적색·청색·흰색은 각각 혁명·민족주의·공산주의를 상징한다.

 그런데 지난 17일 열린 남북 실무회담에서 남북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반도기를 앞세워 공동입장하고, 여자아이스하키 종목은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상호 합의했다.

 또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개막 전 금강산에서 남북 합동 문화행사와 북측 마식령스키장에서 남북 스키선수들의 공동훈련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남측은 현지 시설점검 등을 위해 23일부터 25일까지 선발대를 파견한다.

 한반도기를 앞세운 공동 입장을 두고 여야는 극과극 반응을 보였다. 여당은 “평화올림픽을 위한 고무적 성과”라고 높이 평가했지만, 자유한국당은 “평창동계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상납하는 정치놀음”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남한 선수단은 태극기를, 북한 선수단은 인공기를 들고 입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여론보다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7일 설문을 실시(신뢰수준 95%·표본오차 ±4.4%p)한 결과 ‘태극기와 인공기를 각각 들고 입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49.5%로, ‘남북선수단이 모두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40.5%)는 의견보다 높게 나타났다.

 한반도기 공동 입장에 반대하는 네티즌들은 “북한이 평창을 위해서 뭘했는데? 핵위협, 서울 불바다?” “평창올림픽 따느라 고생한 보람이 없어졌다” “개최국이 자국 국기를 못들고 한반도기를 든다는게 말이 되는가?” “태극기가 입장하는 당당한 올림픽을 보고 싶다” “북은 핵무기로 전세계에 지탄을 받고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나라인데! 갑자기 민족 형제 타령하는게 무슨 의도인가?” “각자 국기 들고 입장하는 것이 국익을 위한 것이다”란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일각에선 “한국 선수가 메달을 따도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가 올라가는 것 아니냐”는 의문까지 제기했다.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 북한선수단은 피겨스케이팅 페어, 여자 아이스하키, 알파인스키, 크로스컨트리 등 4종목에 10여 명이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임원단과 230여 명의 응원단, 140여 명의 예술단, 30여 명의 고위급과 기자단, 태권도시범단 30여 명, 패럴림픽 대표단 150여명 등 600여 명에 달한다. 게다가 조총련도 250여 명의 응원단을 파견한다.

 평창 올림픽이 북한의 선전장이 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 기우가 아니다.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은 “우리가 주최국이라도 태극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부산 아시안게임,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 때에 이미 한반도기를 사용한 전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금 남북 상황은 2002년 부산아시아게임과 2003년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 때와  확연히 다르다.

 북한은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국제사회의 경고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작년 9월까지 6차례의 핵실험을 실시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에도 작년 5월 14일 평안북도 구성에서 신형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1발을 시작으로 11번의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다.

 이에 유엔 안보리는 2006년 북한의 ‘대포동 2호’ 발사에 따른 유엔결의 1695호를 시작으로, 작년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결의 2375호에 이르기까지 10차에 걸쳐 대북제재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더우기 최근 북한은 ‘평창 동계올림픽’이 한국에서 열린다는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김정은의 업적인 양 체제 선전용으로 이용하고 있다.

 북한의 유튜브 선전 채널 가운데 하나인 ‘조선의 오늘’은 지난 13일 ‘통일의 길은 우리 민족끼리’란 제목의 1분 59초 분량의 영상 하나를 게재했다.

 이 동영상은 “우리는 하나의 핏줄을 나눈 단일 민족이기에 오늘도 지나간 통일시대가 못 견디게 그립다”면서 2000년 6.15 남북 공동선언 이후 남북 교류,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의 남북 공동입장, 2002년 부산 아시안 게임과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에서의 북한 응원단 모습, 좌익 인사들의 방북 모습 등을 보여주며 ‘평창 동계올림픽’을 마치 ‘평양 올림픽’인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혹시나! 했던 우려가 역시나!로 현실화되고 있다. 평창올림픽이 과도하게 정치화 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깃발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전쟁에서 고지에 깃발을 꽂는 것은 그 고지를 확실하게 장악했다는 의미로, 아군에겐 사기를 고양하고, 적군의 사기는 꺾는 효과가 있다. 삼국지에서도 바람이 불어서 깃대가 뿌려지면 전쟁에서 안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논란을 보면서 문득 영화배우 출신의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만든 ‘아버지의 깃발’이란 영화가 떠올랐다.

 제2차 세계대전의 막바지이던 1945년 2월 23일 미군은 일본령 요충지인 이오지마(유황도)를 포격한다. 쉽게 함락할 수 있을 거란 예상과 달리 치열한 전쟁을 치르게 되는데, 처절한 전투가 한창인 가운데 여섯 명의 미 해병대 병사가 섬의 수리마치산 정상에 성조기를 꽂는다.

 이 사진이 AP통신 사진 기자의 카메라에 잡혀 미국에 전송되자 국민들은 전쟁이 끝나고 아들이 살아 돌아오리란 희망을, 자식을 잃은 부모들에게는 위안과 자부심이 되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 2차대전 막바지 미군과 일본군 간에 벌어진 이오지마전투를 소재로 한 영화 '아버지의 깃발’의 주요 장면 ⓒkonas.net

 이에 미국 정부는 사진 속의 군인들 중 살아 있는 3명의 병사를 미국 본토로 소환해 전쟁이 끝날때까지 전국을 돌며 전쟁 보급품을 위한 기금 마련에 나서도록 했다.

 열렬한 환호와 갈채 속에서 열심히 영웅 노릇을 한 세 명 덕분에 기금 마련에 불이 붙는다. 미국은 전쟁에서 이겨가고 있음을 국민들이 확신하도록 3명의 병사를 정치적인 의도로 이용한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 사진은 조작된 것이었다. 그 사진이 찍힌 시점에도 전투는 계속되는 중이었고, 사진 속의 성조기는 2번째로 올라간 것이었다. 맨 처음 세워진 성조기는 전투 중에 급하게 올리느라 좀 작은 것을 사용했는데, 2번째로 큰 성조기를 달다가 사진이 촬영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쟁의 참상을 미화하는 교묘한 선전사진의 마술과 정치가들에게 이용당한 병사들은 전쟁이 끝난 후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시달렸다. 이 중 인디언인 아이라 헤이즈는 PTSD가 너무 심해져서 젊은 나이에 알콜중독에 걸렸다가 객사했다.

 ‘아버지의 깃발’은 ‘만들어진 영웅’이 어떤 것인지, 전쟁이 정치에 어떻게 이용되는지, 그 사이에서 희생된 개인의 삶이 얼마나 비참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한 편의 영화를 통해서도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올림픽은 올림픽 정신에 입각해야 한다. 이를 정치화해서는 안된다. 더우기 그 와중에 누군가가 정치적으로 희생당해서는 더더욱 안된다.

 모처럼 만에 부는 남북간 훈풍에 일말의 기대와 설레임도 가져보지만 행여 북한 응원단의 미소에 수년간 흘린 우리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 가려지지는 않을지, ‘민족’을 앞세우는 북한의 감상적인 선전에 홀려 그동안 억울하게 희생당한 우리 장병들이 잊혀지지는 않을지, 잠시라도 북핵과 미사일의 위험을 망각하지는 않을지 마음이 온통 어지럽다.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은 전투 중에 있다. 잠시 쉬고 있을 뿐. 정치인과 국민들 모두 이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konas)

코나스 최경선 기자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관련기사보기
  • mr-choi(충호)(chung5607)   

    잘읽었습니다.3수만에 어렵게 유치한 올림픽인데.....안타깝습니다.

    2018-01-24 오전 9:48:13
    찬성1반대0
1
    2026.10.12 월요일
안보칼럼 더보기
[안보칼럼] 한미연합연습 축소에 따른 우리 군의 대책
1. 들어가기2026년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습적인 지..
포토뉴스 더보기
핫클릭 뉴스
깜짝뉴스 더보기
공소청·중수청 시대 오늘 개막…
이재명 정부의 검찰 개혁으로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가진 검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