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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호 전투와 크리스마스의 기적

크리스마스 기적은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고 있다. 장진호 교훈에 따라 한파경보 속에서도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갖춰야
Written by. 심재철   입력 : 2018-01-22 오전 10:2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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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에서 성인 남자를 둘로 나누라면 국방의무를 마쳤거나 마치지 못한 자로 나눌 수 있다. 그래서인지 유영민 과기정보통신부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세모에 44년 전 이등병으로 복무했던 부대를 방문한 사실이 미담 기사로 실렸다(국방일보 1월 3일 자 5면).

 필자도 1978년 초 논산훈련소(현 육군훈련소)로 입대, 육군33사단(현 육군17사단) 포병단에서 자대 근무 후 1980년 5월 병장으로 만기 제대했다. 올해같이 한파가 밀어닥칠 때면 야전에서 2박3일을 보낸 혹한기 동계훈련이 생각난다. 본부 포대 참호를 만들기 위해 곡괭이와 야전삽으로 쌓인 눈 아래 얼어붙은 땅을 1m 이상 깊게 팠다. 시작한 지 30분도 지나지 않아 영하 20도 추위에서 구슬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돌이켜보면 생존을 위한 강인한 훈련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혹한기 전투 하면 세계 2대 동계 전투로 불리는 장진호 전투가 떠오른다. 미국 남가주에서 1987년 기자 생활을 할 때 장진호 전투의 생존자 모임을 취재하기 위해 샌디에이고에 간 적이 있다. 현역 4성 장군도 있었다. 그들 모임은 ‘초신 퓨(Chosin Few)’다. 장진호 전투에서 “선택받아 살아남은 소수”라는 뜻이다. 장진 지명이 일본식으로 남아 초신이라 불렀다.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으로 유엔군은 1950년 9월 28일 서울을 수복하고, 10월 1일 38선을 돌파해 10월 20일에는 평양마저 수복했다. 미 제1 해병사단은 인천상륙작전을 성공리에 수행했다. 그러고는 다시 원산에 상륙, 북진의 선봉에 섰다. 김일성 일파는 개마고원 근처의 강계로 도망갔다. 마치 선조가 임진왜란 때 의주로 몽진했던 모습 같다. 기세가 오른 미군과 한국군은 강계를 목표로 11월 24일 장진군 유담리에 진입했다. 하지만 중공군의 대공세로 개마고원 장진호에서 포위됐고, 미군 전사에서 진주만 피습 이후 최대 희생자를 낸 장진호 전투를 치렀다.

 이 전투에서 유엔군은 1만7000명, 중공군은 4만8000명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중 유엔군 측 비전투 손실이 7000여 명에 달했는데, 대다수가 동상이었다. 미군이나 중공군이나 절반 이상이 동상에 걸렸다. 올겨울 추위처럼,고도 1000m의 장진호 일대를 시베리아 한랭전선이 뒤덮었기 때문이다. 낮에는 영하 20도, 밤에는 영하 37도까지 내려갔다 한다.

 미 제1 해병사단은 후퇴하면서도 중공군 7개 사단을 격파, 연합군 10만 명과 피란민 10만 명이 탈출한 흥남철수작전을 가능하게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미국 방문 첫 일정으로 미 해병대박물관 내 장진호 전투 기념비에 참배한 이유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장진호의 용사들이 없었다면, 흥남철수작전이 없었다면, 제 삶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미래 대통령이 “크리스마스 기적”이라 불리는 흥남철수작전에 따라 해상 탈출한 피란민 중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기적은 이렇게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고 있다. 장진호 교훈에 따라 한파경보 속에서도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 적이 오판하지 못하도록.

심재철 /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 이 글은 국방일보 1.21자 오피니언 게재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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