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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무요원 체험수기㉙ <입선> 지하철 안내원이 되고 싶습니다!

"안전 불감증에 대한 깨달음으로 자신을 찾은 이야기"
Written by. 조원익   입력 : 2018-10-19 오후 1:2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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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 안전 불감증

 저는 어릴 때부터 안전에 대한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 또한 뉴스에 보도되는 사고나 재해를 보고 적어도 나는 항상 경계하고 있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지하철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며 제 자신도 안전 불감증에 노출되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있을 2년을 아무런 의미도 찾지 못한 채 보낼 뻔 했지만, 어떤 일을 계기로 얻은 깨달음으로 저의 2년은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사회복무요원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지기까지의 제 이야기를 들려주려 합니다.

나는 지하철 안내원

 힘들었던 4주간의 훈련을 끝내고 설레는 마음으로 첫 출근을 했습니다. 오전에는 첫 출근을 앞둔 지하철 사회복무요원과 교육을 들었습니다. 앞으로 지하철에서 해야 할 일들과 오전반・오후반의 스케줄, 휴가 사용하는 방법 등을 간략히 설명해주고 승강장에서 일어난 사고 영상들을 보여주며 대처방법을 설명해주셨습니다. 사고영상들은 대부분이 스크린 도어가 없을 때 철로에 빠진 승객을 구출하는 영상이었기에 내심 안도하며 편하게 보았습니다. 이렇게 기본적인 교육들을 마치고 배치 받은 지하철역으로 이동해 앞으로 제가 해야 할 것에 대한 구체적인 교육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일이 많으면 어떡하나 하던 저의 걱정과는 다르게 승강장 근무를 서며 승객들의 안전에 유의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유동 인구가 많은 지하철역도 아니라 근무시간만 잘 지키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습니다.

 지하철 요원으로 복무한지 1개월, 2개월이 지나면서 배치 받기전의 설렘은 사라지고 점점 지루하고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스크린 도어가 있기 때문에 철로 추락 사고는 안심이 되었고 다른 사고 또한 일어날 것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의 주 업무라고 하면 승객에게 길을 안내해주는 것과 이곳에 타는 것이 맞는지 확인해주는 것이었습니다. "○○병원으로 가시려면 몇 번 출구로 나가시면 됩니다.ˮ "네 여기서 타시면 ○○역으로 가실 수 있습니다.ˮ 이 두 가지의 말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친구들은 저를 보고 지하철 안내원'이라고 불렀습니다. 직원들도 역무실에서 CCTV로 감시하는데다가 기관사가 스크린 도어에 주의하여 작은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기에 저의 필요성을 못 느꼈습니다. 이렇듯 근무를 설 때 별다른 일이 없었기 때문에 저는 주로 복학했을 때를 위해 필요한 것들을 고민하고 그것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님께서 저에게 물으셨습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있을 동안 목표가 뭐니ˮ 저는 한참을 고민하다 대답했습니다. "나중에 필요한 자격증 몇 개 따거나 토익 공부하는 겁니다.ˮ 이 후 저는 쉬는 시간에는 책을 보고 근무 중에는 공부한 내용을 떠올리며 제 목표를 위해 시간을 활용했습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살아 갈 2년을 사회복무요원으로서의 생활보다 복학 예정자로서의 생활에 더
치중하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너도 안전 불감증

 지하철역에서 복무한지 4개월째가 되는 어느 날 저는 변함없이 안내원으로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오후 1시경 누군가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는 재빨리 소리가 나는 곳으로 뛰어갔고, 그곳에는 할아버지께서 넘어져 계셨습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려고 하시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신 것 같았습니다. 저는 천천히 할아버지를 일으켜 역무실로 모셔갔습니다. 할아버지의 팔과 다리에 가벼운 찰과상이 있으셔 연고와 밴드로 치료를 해드렸지만, 원래 몸이 약한 분이셨는지 넘어지면서 받은 충격에 몸을 가누기 힘들어하셨습니다. 이대로 혼자 돌려보내면 위험할 것 같아서 저는 지하철역의 휠체어로 할아버지를 집까지 모셔다드렸습니다. 집까지 가는 길이 모두 오르막길에 햇빛까지 쨍쨍해 다시 돌아올 땐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습니다. 그렇게 지하철 역까지 돌아오는 길, 저는 할아버지를 집까지 모셔다준 것에 대한 보람보다는 제 자신에 대한 죄책감이 몰려왔습니다.

 지금까지 안전 불감증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제가, 정작 안전'을 위해 일하고 있는 그런 제가, 안전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안심하며 승강장 근무를 서고 있었던 것입니다. 만약 할아버지께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기 전이 아닌 타는 중에 넘어지셨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내가 좀 더 주의했더라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가벼운 찰과상에도 몸을 가누기 힘든 노약자가 대부분인 지하철역에서 근무를 하면서도 저는 안일한 생각만을 했던 것입니다. 몸이 약한 노약자는 초기대처가 중요하기 때문에 저는 정말 중요한 역할을 맡은 것이었습니다. 제가 빠르게 발견하지 못해 그대로 두었으면 에스컬레이터에 끌려올라 가거나 다른 승객에게 치이는 등 충분히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습니다. 저는 이 날 수고했다는 직원의 말이 들리는 듯 마는 듯 자신에 대한 실망감을 느낄 뿐이었습니다.

깨달음은 그것을 실천할 때 완성된다.

 모든 것이 안전할거라고 생각하며 위험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나타는 증상, 안전 불감증. 더욱 위험한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들은 안전 불감증이 아닐 것이라 믿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끊임없이 안전 불감증이 원인이 되는 사고들이 발생하고 있지만 여전히 안전 불감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전의 에스컬레이터 사고로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고는 항상 나'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것이고 언제 어디에서든 일어날 수 있는 것이 사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의 마음 한 구석에 설마 내 주변에서 사고가 나겠어'와 같은 안일한 생각이 자리 잡고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안전 불감증에서 벗어나는 첫 걸음입니다.

 저는 살아가는 매 순간 안전에 유의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저조차 안전 불감증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뿐이었습니다. 철로는 스크린 도어가 있으니까, 에스컬레이터는 설마 사고가 나겠어. 이런 핑계거리를 만들어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깨달음은 곧 저에게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게하고 근무를 설 때의 마음가짐이 변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승강장 승객들의 안전에 유의'하려 했다면 지금은 승강장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겠다고 결심했습니다.

 CCTV가 닿지 않는 장소는 한 번 더 확인하고 스크린 도어가 닫힐 때 급하게 승차하려는 승객이 없는지 주시하며 근무를 능동적으로 서기 시작했습니다. 무거운 짐이나 유모차를 끌고 에스컬레이터에 탑승하려는 승객들은 엘리베이터로 안내해주고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는 부축해 드리는 등 할 일이 많았습니다. 지금껏 할 일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할 마음이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근무를 서니 할 수 있는 일이 많았고 저는 다시 한 번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스스로를 필요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근무를 서니 그제야 다른 사람들에게도 필요가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았습니다. 항상 길게만 느껴졌던 근무시간이었는데 지금은 눈 깜빡하면 지나가 버립니다.

즐기면서 하라!

 지금의 저는 막 지하철역에 배치 받았을 때의 저와는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안전에 대해 무감각했던 그때와는 다르게 항상 모든 것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안전사고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그렇게 신경 쓰면 피곤하지 않냐고요? 전혀 피곤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모든 순간들이 즐겁습니다. 제가 안전을 위해 근무를 서는 것이긴 하지만 안내원의 역할도 있거든요. 제가 웃으며 먼저 다가가고 도움을 주려 하면 승객들도 마음을 열고 대해 주시더라고요. 이제는 저보다 먼저 다가와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 해주시는 승객도 종종 계시고 매일 같은 시간에 지하철을 타시는 할머니 한 분은 꼭 사탕을 쥐어주시고 간답니다.

 처음엔 할머니가 주시는 홍삼사탕이 너무 썼는데 계속 먹다보니 맛있더라고요! 또 지나가면서 저에게 더운데 고생한다는 승객들의 한 마디가 저를 힘나게 해줍니다. 승강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소소한 일들과 승객들의 일상이 저에게는 저의 일상이 되고 즐거움과 보람으로 다가옵니다. 저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사회복무요원으로서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이곳이 이제는 저의 집이 된 것 같아요.

 사회복무요원으로 보내는 2년을 누군가는 시간 낭비라고 할 수 있고 또 누군가는 군대 안 간 것을 부러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해내며 그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이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을까요? 저는 지하철 요원으로 있으면서 안전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웠고 제 의미를 찾고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했습니다. 저는 꼭 필요한 존재이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자랑스러운 사회복무요원입니다.

 아무런 의지도 의욕도 없던 지하철 안내원은 승객들의 길안내만 해야 한다는 것에 권태를 느끼고 지하철 안내원'이란 별명에 부끄러워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안전을 책임지고 승강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귀를 기울이며 승객과 소통하는 자랑스러운 지하철 안전요원이 되어있습니다. 이 지하철 안전요원은 모두가 안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주의해 사고 없는 승강장을 만들어 안내원'의 역할만 하고 싶어 합니다. 다시 한 번 부모님께서 저에게 물으셨습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있을 동안 목표가 뭐니ˮ 저는 자신 있게 대답합니다. "지하철 안내원이 되고 싶습니다!ˮ(konas)

대구도시철도공사 조원익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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