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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칼럼] 11월 17일은 잊혀진 순국선열(殉國先烈)의 날

Written by. 최경선   입력 : 2021-11-08 오후 12: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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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1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인 11월 11일이 되면 영국인들은 가슴과 차량에 포피(poppy)라고 불리는 붉은 개양귀비꽃을 달고 제1ㆍ2차 세계대전에서 조국을 위해 산화한 호국영령들을 추모한다. 이 날 11시가 되면 사람과 차 모두가 멈추고 무기와 군수품 생산 라인까지 가동을 중단한 가운데 영국 전체가 2분간 묵념의 시간을 갖는다. 싱가포르는 매년 2월 15일을 '국토방위의 날'(Total Defence Day)로 기념하는데, 이 날은 2차대전 당시인 1942년 영국령 싱가포르가 일본에게 항복했던 날이다. 자국 역사에서 유일하게 외부의 군사적 침략에 굴복했던 날을 맞이해 국방의 중요성을 상기시키고 이를 위한 전 국민적 참여를 강조하는 계기로 삼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매년 5월 마지막 월요일을 Memorial Day로 정해 참전용사들과 미국을 위해 봉사하다가 사망한 모든 사람을 추모한다. 우리나라는 11월 17일을 순국선열의 날로 제정해 일본의 조선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맞서 항거하고 헌신한 독립운동 유공자들의 정신과 위훈을 기리고 있다. 순국선열의 날은 대한민국임시정부가 1939년 11월 21일 개최한 임시의정원 제31회 임시총회에서 유래한다. 이 회의에서 지청천‧차이석을 비롯한 6인이 11월 17일을 '순국선열공동기념일(殉國先烈共同記念日)'로 제안하였고 원안대로 의결되어 기념일이 시작되었다. 이 날을 기념일로 선택한 것은 일제가 1905년 11월 17일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기 위해 강제로 체결한 을사늑약(乙巳勒約)의 치욕을 잊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었다.

 순국선열(목숨바칠 殉, 나라 國, 먼저 先, 세찰 烈)은 '일제의 국권 침탈 전후로부터 1945년 8월 14일까지 국내외에서 일제의 국권 침탈을 반대하거나 독립운동을 위해 항거하다가 순국한 자로서 그 공로로 건국훈장, 건국포장 또는 대통령표창을 받은 자'를 지칭한다. 때문에 한국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인물들이라고 할 수 있다. 순국선열의 날은 이분들의 활동을 기억하고 추모한다는 의미에서 광복절만큼 뜻깊은 날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임시정부는 순국선열공동기념일을 제정한 이후 광복이 될 때까지 추모행사를 주관했다. 광복 이후 1946년부터는 민간단체에서, 1955년부터 1969년까지는 정부 주관 기념행사가 거행되었는데, 1962년 이후부터 국가보훈처에서 주관했다. 1970년부터 1996년까지는 정부 행사 간소화 조치로 인해 다시 민간단체 주관으로 현충일 추념식에 포함하여 거행하다가, 독립유공자 유족들의 오랜 여망과 숙원에 따라 1997년 5월 9일,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면서 정부기념일로 복원되어 그 해 11월 17일부터 정부 주관 행사로 거행해 오고 있다. 기념식은 한동안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되었으나, 2002년 백범기념관이 건립된 뒤로 이곳에서 열리고 있다. 1994년 8월에는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현저동 101번지의 서대문 독립공원 안에 '순국선열추념탑'이 건립되었으며, 1997년 4월에 서대문 독립공원 내 독립관에 순국선열 위패 1,684위가 봉안되었다. 서울과 대전의 국립현충원에는 임시정부요인 묘역과 애국지사 묘역이 설치되어 순국선열 다수가 안치되어 있다.

  요즘 TV를 보면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들은 능숙하게 한국어를 구사하면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선보여 시청자들을 놀라게 한다. K-POP으로 시작된 한국에 대한 관심은 K-Culture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열기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영미권의 손꼽히는 축제인 핼러윈은 'K핼러윈'이 되었고, 미국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는 '오징어게임' 축소게임이 펼쳐지기도 했다. 한국 전통놀이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딱지치기' 등의 놀이를 드라마처럼 서바이벌식으로 체험하는 이 행사에 80명의 참가자를 모집했는데 콧대높은 뉴요커 3,115명이 지원했다고 하니 그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된다.

 그러나 요즘 우리 젊은이들은 높은 실업률과 취업 절벽으로 '헬조선'이라 자조한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3포세대, 금수저가 아닌 이상 꼬박꼬박 월급모아 내집 장만하기는 언감생심 꿈꾸기도 어려워 내집 마련과 인간관계도 포기한 5포세대, 꿈과 희망까지 포기한 7포세대에서 급기야 "무한대로 포기한다"는 의미의 'N포세대'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일부 가진 자의 횡포와 특권층의 갑질에 절망한 젊은이들은 분노와 좌절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오늘의 대한민국은 순국선열들이 그토록 꿈꾸고 그렸던 독립을 이루어 세계 11위의 디지털 선진국으로 성장한 나라다. 선열들이 국권을 빼앗겼던 암울한 시기에 목숨 걸고 지키려 했던 것은 비단 일제로부터의 해방만이 아니라, 정의와 질서가 바로 잡힌 세계속의 대한민국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오늘의 우리는 이 터전을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할 책무를 안고 있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은 일본의 식민통치를 극복하고 6·25전쟁과 남북의 대치상황에서도 경제대국을 이룬 기적의 나라다. 한국의 치안과 안전에 놀라워하고, 저렴한 교통시스템과 의료제도를 부러워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의 국가안보는 국내외적으로 중대한 국면에 처해있다. 북한은 수시로 핵과 미사일 위협을 가하고 있고, 내부적으로도 갈등과 분열이 지속되고 있다. 지금은 100여년 전 순국선열들의 호국정신을 자양분 삼아 지역과 계층, 세대의 벽을 뛰어 넘은 국민통합이 필요하다. 자조나 비관 대신 꿈과 희망이 요구되는 시기다. 오는 17일은 순국선열의 날로, 잊히지 않고 기억하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konas)

코나스 최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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