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일본 조미평화센터 김명철 소장은 미국의 압력에 맞서 북한이 취할 수 있다는 '물리적 대응'과 관련해 "수소폭탄 실험을 할 수 도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10월 9일 실시한 북한의 핵무기 실험은 '경량 핵실험'이었다고 주장하며 더 큰 규모의 추가 핵실험을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12일 새벽 MBC 라디오 프로그램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KBS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에 잇따라 출연해 이같이 밝힌 뒤 "북한은 구태여 미국과의 대화를 원치 않으며 핵 보유국으로서 갈 길을 갈 뿐"이라며 "한반도에서 전쟁도 불사할 수 있다"고 격한 어조로 북한 핵실험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김명철은 북한 사회과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일본에서 '조선미국평화센터'를 설립한 재일교포로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김명철은 나의 의중을 잘 이해한다"고 말할 정도로 신임이 두터운 강경파의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김명철은 이날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거짓 핵실험설을 일축하는 발언을 했다.  MBC 손석희씨와 인터뷰에서 "9일 핵실험은 경량 핵실험이었고 절대 거짓이 아니다"라고 말했고, KBS와의 인터뷰에서는 "미국과 맞받아 싸우고 있기 때문에 거짓 핵실험은 아니다. 미국은 원래 거짓말을 하는 나라 아닌가. 자기들이 먼저 거짓말하고 헛소리로 이라크 전쟁도 해왔고 자기들도 헛소리를 하기 때문에 북한도 (헛소리)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KBS 인터뷰에서는 '물리적 대응조치를 취하겠다'는 11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를 완화하라는 뜻이 아니라며 "(핵실험을)가짜로 했는지, 진짜로 했는지 다시 한 번 보여주겠다는 것"이라고 덧붙혔다.

 김명철은 또 유엔안보리 대북결의안을 북한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는 발언도 했다. 그는 "(유엔결의을 통한) 경제제재만으로도 북한에 대한 선전포고로 받아들인다"며 "전쟁이 나면 도쿄도 뉴욕도 불바다가 된다. 그것이 헛소리인가 한번 진짜로 해보자는 거다. 핵실험을 못한다고 했는데 우리 핵실험을 했다"고 강경하게 말했다.

 특히 KBS와의 인터뷰에서는 북한의 핵실험 의도는 사실상 미국에 대해 마지막까지 가겠다는 것이라며 "우리(북한)가 자살하지 않는 한 벼랑끝에 서고 있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미국"이라며 "우리가 지든가 미국이 지든가 하는 문제"라고 못 박았다. 그는 미국이 (대북) 선제공격을 하면 그것은 미국의 자살 희망서라며 허풍을 떨기도 했다.

 또 진행자가 미국의 선제공격시 북한이 남한에 핵폭탄을 터뜨릴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지금 형편으로는 우린 하지 않는다"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국이 중립을 지키고 주한 미군의 군사행동을 막아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김명철은 또 이날 인터뷰에서 북한은 외부와 연락 없이도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체제를 다 꾸려 놓았다며 6년 정도는 무역거래가 단절돼도 북한의 경제가 전진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MBC 손석희씨는 김명철과의 이같은 내용을 방송한 뒤 "솔직히 말씀드려 인터뷰 내용을 녹음해 놓고 이걸 방송에 그대로 다 내야하나 고민도 했지만 나름대로 북한 지도부, 그 중에서도 강경파의 정서를 짚어보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 같아 인터뷰 내용을 가감 없이 그대로 전한다"고 덧붙였다.(konas)

 김 철 기자 konasnet@korv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