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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안 나는 총이 있다면

Written by. 김동길   입력 : 2016-05-03 오전 10:2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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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에 많이 쓰이던 말입니다. 총을 쏘면 ‘쾅’하고 요란한 소리가 나니까 주변에서나 또는 멀리서도 그 요란한 소릴 듣고 사람들이 모여들면 난처하게 될 것이므로 죽이고 싶은 놈을 아무도 모르게 해치우고 싶어서 하는 말이었습니다. 그런 고얀 놈이 아주 없다고 할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근년에 스파이 영화를 보면 이미 소리 안 나는 총은 개발 생산되어 그 총으로 미운 놈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면 ‘쾅’하는 굉음이 아니라 ‘피식’하는 낮고 약한 소리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조용히 사람을, 미운 놈을, 없이하는 간편한 방법이 생긴 것도 같습니다. 영화의 장면으로 봤기 때문에 소리 안 나는 그런 총이 정말 있는 지 없는 지는 나도 아직 모릅니다.

 하늘이 만약 ‘소리 안 나는 총’ 한 자루와 탄환 한 알을 넣어서 주면서, “네가 꼭 죽이고 싶은 놈을 한 놈만 골라서 해치우라”고 분부하신다면 오늘의 75억 인구 중에서 어느 놈 하나를 거명하실 겁니까? 일제 때라면 나는 경찰의 고등계 형사 중의 한 놈을 골라잡았을 것입니다. 일제시대의 사상범으로 몰려 잡혀가서 유치장에 있는데 고등계 형사라는 우리 동족 중의 한 놈이, 뒤에 유명한 여류시조 시인이 된 이 젊은 여성을 취조하면서 이 처녀의 음부를 담뱃불로 지졌다는 겁니다. 하도 심하게 하니까 옆에 있던 일본 놈 형사가 “그만 하지”라며 역정을 내더랍니다. 그 조선인 형사는 내가 내 손으로 해치우고 싶습니다. 내게 소리 안 나는 총만 있다면!

 해방이 되고 인민위원회가 생기고 적위대(赤衛隊)가 조직된 평양에 살던 때 가장 미워한 놈은 김일성이었습니다. 기회만 있으면 해치우고 싶은 원수 중의 원수였지만 그때에도 나에겐 ‘소리 안 나는 총’ 한 자루가 없어서 쏠 생각도 못하고 월남하여 내가 몸을 피하고 말았습니다.

 손원일 제독의 동생 되는 손원태 씨가 Omaha, Nebraska에서 개업한 의사였는데 어렸을 적에 김일성과 친구였다고 합니다. 김일성이 하도 보고 싶다고 연락을 하기에 한 번 평양에 찾아갔더니 정말 대접을 후하게 하더랍니다. 김일성이 처음에는 못 알아보다가 “야, 너 원태 아니야. 우리가 이제 살면 얼마나 더 살겠냐. 좀 자주 오라”고 하더랍니다. 그 뒤에도 몇 번 가서 Rolex 금시계도 하나 받아왔다고 들었습니다.

 김일성이 손원태 의사에게 “인실이 잘 있냐?”고 묻더니 “인실이 한 번 오라고 해”라고 하여 여동생 손인실 씨에게 그 말을 전했더니, “오빠, 내가 미쳤어? 내가 거길 왜 가?”라고 하더랍니다.

 그런 말을 듣고 나니 김일성을 향해 ‘소리 안 나는 총’의 방아쇠를 당길 마음이 없어졌습니다. 이젠 그 사람도 저 세상으로 갔고 나도 이곳을 떠날 날이 멀지도 않았으니 ‘소리 안 나는 총’도 이젠 나에게 필요가 없습니다.

김동길 /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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