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전환일정 합의' 의미와 과제
김장수 국방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24일 미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을 오는 2012년 4월 17일 한국군에 넘겨주기로 합의함에 따라 전작권 전환(이양)이 본격적인 수순을 밟게 됐다. 당초 작년 10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금년 6월까지 양국 간 구체적 시기에 관한 합의를 끌어내기로 한 것을 4개월여 앞당겨 합의한 것이다.
그동안 한국 국내에서는 작년 10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전작권 전환에 대한 기본 방향을 합의한 이래 많은 논란과 우려가 제기되었다. 우려의 근거는 전작권 전환에 따라 한미연합사가 해체되고, 그럴 경우 충분한 대북 억지력 유지와 유사시 즉응대응체제에 공백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것이 골자였다. 연합사를 근간으로 한미 연합방위태세가 주한미군-한국군의 공동방위체제로 전환되면 연합사체제에서처럼 막강한 대북 억지력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을 접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작권 전환 일정이 앞당겨 합의된 것은 표면상 전작권 단독행사를 통한 ‘자주군대’ 구축을 추진하는 한국정부의 입장과 GPR에 따라 주한미군을 포함한 전세계 미군을 필요한 곳에 재배치하는 유동군 전략을 추진하는 미국의 입장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미측이 한국의 연말 대선을 앞두고 이 사안이 새로운 반미 감정의 소재로 활용될 것을 우려했다는 분석이 있다. 지난해 전작권 문제가 한국 사회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며 논란이 된 데 미국 측이 부담을 느껴, 올해 한국 대선에서 더 큰 이슈로 불거져 한미관계를 악화시키기 전에 합의를 서둘렀다는 것이다.
우리 군은 전작권 전환과 관련하여 2012년까지 정보감시정찰(다목적 위성,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지휘통제통신(군 위성통신체계, C4I 전력화), 정밀타격(이지스함, F-15K급 전투기 확보)분야 핵심전력을 집중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김장수 국방장관은 ‘북한의 핵실험은 6.25전쟁 이후 최대 안보위기이며 이로 인해 남북간 전력 불균형이 발생한 것은 확실하다’면서도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부족한 것은 미측으로부터 지원 받고 미국의 핵우산 제공 등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미측도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의 부족한 전력에 대해서는 ‘보완전력’(bridging capability)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나 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도 공개석상에서 전작권 이양 후에도 한미동맹이나 연합방위 능력, 대북 억지력은 약화하거나 손상되지 않고 오히려 강화될 것이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미측의 보완전력으로 미군의 정보자산과 패트리어트 미사일, 지휘통제체제 등을 적시하기도 했다. 국방부도 주한미군 주둔과 증원전력 지원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에 전작권 환수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제 전작권 전환은 양국이 합의한 어젠다로서 일정에 따라 추진이 본격화되게 되었다. 일각에서는 차기정부에서 전작권 문제가 재협상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한국측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이 시점에서 한국정부는 전작권 전환의 의미를 정확히 인식하고 한국의 안보에 만에 하나라도 초래될지 모를 공백에 빈틈없이 대처해야 한다.
첫째, 한국측 전작권 단독행사의 대가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전면 허용이라는 사실이다. 한미연합사가 해체되고 나면 미국은 향후 미국의 판단에 따라 더욱 재량을 가지고 북한은 물론, 동북아의 우발사태에 대해 독자적으로 행동할 여지가 더 커졌다고 봐야 한다. 그것이 장기적으로 한국의 안보에 반드시 득이 된다고 말하기에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자주국방 추구라는 관점에서는 오히려 더 어려운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
전작권 환수는 고도의 ‘신용’과 ‘상호 이익’이 전제되어야 미국의 안보 공약을 보장할 수 있는 체제가 형성됨을 의미하며, 한ㆍ미간 신뢰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유사시 미국으로부터의 어떠한 지원 약속 역시 강제할 방도가 없음을 유념하고 동맹의 신뢰회복에 노력해야 한다. 연합사와 이를 대체할 군사협조본부(MCC)의 차이는 ‘제도적’ 협력과 ‘선택적’ 협력의 차이만큼 크기 때문에 비슷한 수준의 통합성이나 효율을 기대해선 안 된다. 협조본부의 신속ㆍ효율성을 제고하는 방안은 결국 부단한 접촉 및 협의를 통해 상호신뢰를 제고하고, 평시 협력을 강화하는 외에는 대안이 없다.
둘째, 동맹의 성격변화에 따라 미래지향적인 동맹의 비전을 만들어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시급해졌다. 한미동맹관계는 과거의 혈맹, 군사동맹에서 포괄적 동맹으로의 비전을 만들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장기적으로 한미동맹은 포괄적 우호동맹으로서 한반도, 지역적, 글로벌 안보위협에 공동 대처하고, 민주주의와 인권 등 보편적 가치 공유와 확산에 협력하며,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를 지향해야 한다. 상호신뢰와 존중에 바탕을 두고 안보에서의 방위충분성 확보에 도움을 주는 동맹, 공통의 가치를 지향하는 동맹, 그리고 통일과정을 지원하는 동맹이 바람직한 동맹의 미래상이다.
셋째, 우리 자체의 방위역량 강화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전작권 전환 후 한국방위는 한국의 책임이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강력한 전쟁억제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만일 억지가 실패할 경우 우리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최단기간에 북한의 침략을 격퇴할 수 있는 군사적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 중요한 것은 북한을 상대로 싸워서 이기는 정도의 우위가 아니라 아예 북한이 도발하지 못하도록 억지가 가능한 수준의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적어도 통일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이러한 우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전작권 전환은 한미동맹관계에서 분명 새로운 실험이다. 그것은 지난 반세기를 유지해온 연합방위태세를 공동방위체제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재정의하는 작업이다. 그 계획은 이미 양국이 공식적으로 합의해서 일정대로 추진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봉착할 수도 있다. 앞으로 양국 정부는 물론 한국 정치권도 불필요한 논쟁보다는 어떻게 서로의 국익에 가장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만들어 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konas)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 shlee@sejong.org)
출처:세종연구소 '세종논평' 제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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