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억제력 약화시킨 '전작권 합의'
김장수 국방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23일 미국 워싱턴에서 국방장관회담을 갖고 한미연합사의 전시작전통제권을 2012년 4월17일 한국군에 완전히 이양키로 공식 합의했다. 이에 대한 역대 국방장관, 군 원로 및 예비역 장성들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예비역 장성 모임인 성우회(星友會) 회장단은 26일 긴급회동을 갖고 대다수 국민의 반대를 철저히 무시하는 노무현 정부의 독단적 처사에 심한 분노의 감정을 표출했고, 열린우리당 비례대표의원인 조성태 전 국방장관은 의원직 사퇴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연합사 해체 날짜가 정부 간 공식합의에 의해 확정된 상황이어서, 이미 엎질러진 물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앞으로 들어설 한국과 미국의 새 정부 사이에 연합사 문제, 유엔사 문제 등 한미 군사관계 전반에 관한 재협상이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는 전작권 이양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연합방위태세상의 문제점과 취약성, 연합사 해체 후 한반도 위기사태 발생 가능성 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경각심을 높이는 한편 앞으로의 대미 협상을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우선, 앞으로 전작권 전환에 따른 연합사 해체 추진기간중, ‘한미연합방위’ 기능이 현저히 약해지거나 마비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폐쇄를 눈앞에 둔 조직체가 평소 기능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기는 어렵다. 연합사가 앞으로 사령부 해체업무와 전시대비업무를 동시에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미 국방 당국은 다른 어떤 문제보다도 이 문제를 가장 중요한 당면 과제로 삼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북핵 문제 해결 전망이 매우 불투명한 상태에서 한국군의 대북 억제전력 확보 문제 또한 간단치가 않다. 우리 국방 당국은 앞으로 2007∼2011 국방중기계획에 151조원을 투입하여 정보감시 정찰체계, 지휘통제 통신체계, 정밀타격체계 등 첨단무기체계를 확보하게 되면 미국의 핵우산 보장과 함께 대북 억제력 유지에 별 문제가 없고 추가적인 국방비 부담도 없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는 우리 측의 일방적인 희망사항일 수 있다.
한국군이 재래식 전력 보강에 아무리 많이 투자한다 해도 핵무장한 북한군에 대한 억제력이 될 수 없다. 또 미국이 한국군의 부족 전력을 보완하기 위해 제공할 ‘보완 전력’이나 ‘확장된 억제력’이 무조건 제공되는 것으로 생각해서도 안 될 것이다. 이는 미국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 없이는 한국의 전작권 단독행사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한반도는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해 이미 ‘핵무기지대’가 됐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따라서 연합사 해체 후 한반도 위기사태 발생시, 한국은 미국의 증원전력 전개, 확장된 억제력 보장 등 미국 주도의 연합방위체제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평소 준비 없이 맞는 위기는 재앙이 될 수 있다. 한미 연합방위체제는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한미연합사의 전작권을 ‘산소와 수소’에 비유한 바 있다. 즉, 산소와 수소는 결합돼 있을 때 물이 되지만, 분리돼 있는 상태에서 물을 만들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에서다. 연합사 해체 후의 한미 공동방위체제는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각각 독자적인 작전사령부를 갖는 체제다. 연합사 해체 후 두 작전사령부를 전·평시 결합된 상태로 묶어 둘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공동방위를 위한 ‘한국 몫’은 한국이 담당한다는 우리 국방 당국 특히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강력한 정책의지와 한미 간의 확고한 상호신뢰 및 강력한 동맹의지라 할 수 있다.(konas)
박용옥(한림국제대학원대 부총장·전 국방부 차관)
** 이 글은 문화일보 '포럼'(2월27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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