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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 위조를 줄이는 길

Written by. 복거일   입력 : 2007-08-28 오전 11: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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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 전문가 한 사람의 추문으로 시작된 학력 위조 파문이 빠르게 커져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학력을 속였다고 고백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우리 사회에서 학력 위조가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널리 퍼졌다는 것이 드러났다.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마침내 경찰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많은 사람들이 학력을 지나치게 높이 여기는 사회 풍토가 그 문제의 뿌리라고 말한다. 맞는 얘기다. 그러나 그것이 깊은 관찰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위조는 당연히 가치 있는 것들에 대해 행해진다.

 그런 진단은 처방의 근거로도 쓸모가 적다. 우리가 무슨 조치를 고르더라도, 그것은 보다 나은 학력을 가지려는 노력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고 사람의 평가에서 학력에 의존하는 관행도 바꾸지 못할 것이다.

 교육 기구들의 본질적 기능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그런 가르침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증명하는 ‘자격부여 기능(credentialing function)’도 중요하다. 냉소적인 사람들은 그것이 가장 중요한 기능이라고 말할 것이다.

 자격부여 기능이 그리도 중요한 까닭은 그것이 정보 비용을 크게 줄인다는 사실이다. 학위라는 자격과 그것을 증명하는 서류가 없으면, 한 사람의 능력과 전문 지식을 평가하는 데 큰 자원이 들어갈 터이다.

 학력위조 왜 발생하나

 자격부여 기능이 그런 사회적 기능을 지녔으므로, 자격의 신빙성을 해치는 일은 사회의 효율을 낮춘다. 당연히, 학위 위조를 줄여서 학위의 신빙성을 높이는 일은 크게 바람직하다.

 이 문제에 대처하는 데서, 우리는 과도한 반응의 위험이 언뜻 보기보다 크다는 점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다른 일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일에서도 비용과 혜택을 따지는 것이 긴요하다. 그래서 학위의 신빙성을 높이는 데 드는 비용보다 거기서 나오는 혜택이 크도록 해야 한다. 많은 자원이 드는 엄격한 규정들로 학력 위조가 아예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혜택보다 비용이 훨씬 커서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 학력 위조는 사소하지만 없애기는 무척 어려운 사회악들에 속한다.

 위조는 늘 나오게 마련이다. 성공은 모방자들을 부른다. 그것은 성공할 확률이 높은 전략이어서, 독 없는 뱀이 맹독을 가진 뱀과 아주 비슷한 무늬를 하는 것처럼, 자연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학력을 속이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에선 그렇게 하는 사람은 늘 나온다.

 어느 사회에서나, 학력이 높을수록, 나은 대우를 받는다. 더 좋은 일자리를 얻고, 보수도 많고, 사회적으로 나은 대접을 받는다. 원래 능력이 큰 사람들이 좋은 상급 학교에 갔을 터이니, 그런 대우가 능력을 반영하는 면도 있지만, 능력을 떠나 높은 학력과 좋은 학교가 대우에 영향을 미치는 면도 분명히 있다. 이번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밝힌 바에 따르면, 1994년 대학 입학자들의 경우, 상위 1 - 5위 대학 졸업자들의 월 평균 임금은 233만 원으로 6~10위 대학 졸업자들의 178만 원보다 크게 높았다. 학력 위조의 혜택은 일단 크다고 할 수 있다.

 학력위조의 혜택을 줄이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현실적인 대책은 학력 위조의 혜택보다 비용이 훨씬 크도록 사회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학력을 지나치게 높이 여기는 풍토를 바꾸어 학력 위조의 혜택을 줄이고, 다른 편으로는 위조가 발각될 가능성을 높여 비용을 늘려야 한다.

 학력을 지나치게 높이 여기는 풍조는 짧은 시일에 바뀔 수 없다. 학력이 한 사람의 능력과 전문 지식을 가장 작은 비용으로 가장 정확하게 짐작하는 지표이므로, 사람의 평가는 앞으로도 학력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서 실력이나 경력보다 학력을 상대적으로 높이 평가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당장 그것을 바꾸기는 어렵다.

 사정을 특히 어렵게 만드는 것은 학력을 높이 여기는 풍조가 사회에 널리 그리고 깊이 배어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풍조는 우리 전통 사회에서 유래한 부분이 크다. 우리 사회에선 지배 계급이 권력을 독점하고 엄격한 신분제를 통해서 그것을 유지했다. 그런 독점 체제는 교육과 지식의 독점을 핵심적 요소로 삼았다. 과거(科擧)는 천년 동안 우리 사회의 궁극적 자격부여 과정이었다. 그것은 교육의 완성을 뜻했고 높은 신분을 보장했다. 과거가 그렇게 신분의 유지에 결정적이었으므로, 과거가 교육의 성과를 인증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은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과거 급제 자체가 사람들의 목표가 되었다.

 그런 전통은 일본의 식민지 시기의 ‘고등문관 시험’을 통해서 유지되었고 해방 뒤에도 줄곧 ‘고시 열풍’으로 생기를 이어왔다. 요즈음엔 젊은이들이 모두 국가 고시들에 합격하기 위해 애쓰는 터라, 가까운 장래에 학위를 비롯한 갖가지 자격증들을 높이 평가하는 풍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학력 위조 비용을 높이는 길

 이처럼 학력 위조의 혜택을 실질적으로 줄일 길은 마땅치 않다. 반면에, 학력 위조의 비용을 높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번 추문에서 눈에 이내 뜨이는 패턴은 당사자들이 거의 다 예술이나 예술과 연관된 분야들에 종사한다는 사실과 추문의 뿌리가 대개 대학의 교수 임용 과정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실들이 가리키는 것은 대학에서, 그리고 특히 예술 분야에서, 학력 위조의 혜택이 유난히 크고 비용은 아주 작다는 점이다. 이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대학들은, 일반 기업들과는 달리, 극심한 경쟁에서 면제된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만든 교육 배급 체제 덕분에 대학들은 최소한의 생존이 보장된다. 시장 경제 체제를 지닌 사회지만, 교육에 관한 한, 소비자들인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선택권이 거의 없다. 여유 있는 소비자들만이 외국 대학들을 고를 수 있을 따름이다. 그래서 명령 경제 체제에서처럼, 그들은 정부가 강요한 품질 낮은 교육만을 소비하게 된다. 공급이 소비를 앞질러도, 교육은 여전히 판매자 시장이다.

 사정이 그러하니, 대학들은 혁신을 통해서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일 마음이 나지 않는다. 대학은 실질적으로는 모두 대기업들이지만, 그들의 조직은 원시적이고 관행들은 더욱 원시적이다. 외국 대학들의 진입은 원천적으로 봉쇄되었고 자유로운 시장에서 경쟁을 하지 않으니, 그렇게 원시적인 조직과 관행들을 지니고도 그럭저럭 생존할 수 있다.

 자연히, 대학들은 교수들을 뽑는 과정에 소홀하다. 기업들은, 크고 작고 가리지 않고, 모두 잘 안다, 자신의 생존과 성장은 좋은 종업원들을 뽑는 데 달렸음을. 그래서 많은 자원을 들여 좋은 사람들을 뽑아서 열심히 훈련을 시켜서 생산성이 높은 종업원들로 만든다. 좋은 다국적 기업들이 임원을 뽑기 전에 몇 십 번 면담하고 여러 달 관찰하는 일은 드물지 않다. 그런 기업들이 중요한 종업원들을 정실 인사로 뽑고 그나마 그들의 학력조차 제대로 조회하지 않고 그저 학위 증명서의 사본을 받아두는 것으로 일을 끝내는 상황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대학은 본질적으로 교수들이라는 종업원들이 학생들이라는 소비자들에게 지식이라는 제품을 파는 기업이다. 당연히, 교수들은 대학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그들의 능력과 지식에 대학의 운명이 달렸다.

 대학들이 그렇게 중요한 교수들의 자질에 대해 그리도 소홀하다는 사실은 그들 사이의 경쟁이 거의 없다는 사실로만 설명이 될 수 있다. 그들은 그들의 제품과 관련하여 소비자들의 항의를 거의 받지 않는다. 그래서 교수들을 뽑는 데서도 가장 나은 사람들을 뽑는 대신 부패한 관행들을 따를 여유가 있다. 이런 행태가 교수들의 능력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제품의 객관적 평가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예술과 운동 분야에서 두드러지리라고 우리는 예측할 수 있다.

 만일 대학들이 자신들의 경쟁력에 대해서 마음을 깊이 쓰게 된다면, 그들은 당연히 좋은 교수들을 뽑으려 애쓰게 될 것이다. 아울러, 이름난 브랜드의 평판을 지키려는 기업들처럼, 자신들의 평판을 지키려고 자신들의 졸업생이라고 거짓말하는 사람들을 가려내는 데 힘을 쏟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학력 위조가 성공할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교육산업을 자유화하는 것

 그렇게 대학을 바꾸는 길은 교육 산업을 지금까지의 실질적인 명령 경제 체제에서 시장 경제 체제로 돌리는 길 뿐이다. 교육의 소비자들인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선택권을 주어 대학들이 서로 경쟁하도록 하는 길뿐이다.

 정부의 비합리적인 간섭과 통제로 기형적 구조를 지닌 우리 교육 산업을 개혁하는 길은 교육 산업을 자유화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이 일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는 드물다. 이제 우리는 그것이 학력 위조라는 문제에 대한 근본적 대책임을 깨닫게 된다. 애초에 학력 위조에 좋은 터전을 마련해준 것이 정부의 통제 속에 보호된 대학들이었으므로, 교육 시장의 자유화가 그런 부작용을 걷어내는 길이라는 사실은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복거일 / 소설가
 출처:http://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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