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모든 남자는 반드시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하는데, 최근에는 국민의식 향상과 병영문화의 개선 그리고 복무기간 단축 등으로 병역이행 정도가 현저히 향상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가끔 병역 면탈행위가 발생,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다. 병역 면탈은 통상 사위(詐僞)행위, 신체손상 또는 치료방치 등을 통해 유리한 병역처분을 받거나 위장된 대체복무를 수행하는 등의 행태로 나타난다.

  그런데 귀감이 돼야 할 사회지도층이나 연예인 혹은 운동선수 일부가 이러한 면탈행위를 자행함으로써 사회적 충격을 안겨주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사회에 영향력이 큰 인사들의 병역비리는 신성한 국방의무의 훼손은 물론이고 국민의 위화감을 조성함으로써 국가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키게 된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는 ‘사회지도층의 병역이행 강화’를 중요정책 목표로 설정했으며,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고자 병무청은 최근 사회지도층과 부유층 등의 특별관리를 위한 법률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정하고 투명한 병무행정을 구현하고자 병무청은 내부규정으로 ‘자체 관리제도’를 상당 기간 운영해 왔으나 인권침해 논란이 제기돼 1997년 폐지했다.

  그 후 사회지도층의 병역이행 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2004년 특별관리를 위한 법제화를 추진한 경험이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차원에서 특별법을 제정하면 효율적인 자원관리와 지도층의 병역이행이 보다 강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병역의무는 형평성과 국민개병주의가 근간이므로 법안을 준비함에 있어 다음과 같은 기조가 반영돼야 할 것이다.

  첫째, 특별법 제정을 위한 헌법적 근거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병역의무는 납세의무와 달리 신분이나 소득 혹은 개인적 소질의 차이를 불문하고 형평적으로 부여하는 것이다. 그런데 특정집단에 대해 별도의 병역관리를 할 목적으로 법률을 제정할 경우 위헌의 소지를 배제해야 한다. 일정집단에 대한 병역자원관리를 위한 기본권 침해가 헌법이 규정한 기본권 제한과 상충되지 않도록 제정돼야 한다. 더불어 기본권을 침해함에 있어 필요한 최소한의 수준에 그쳐야 할 것이다.

  둘째, 특별관리 대상의 설정 문제다. 사회지도층의 범위, 부유층의 정도, 연예인과 체육선수의 수준을 어디까지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병역이행을 태만히 함으로써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람을 사전에 특별관리하는 것이므로 그 대상 범위를 설득력 있게 설정해야 한다.

  셋째, 합리적인 입법과정의 추진이다. 법안을 준비함에 있어 국민여론을 수렴하고 전문가의 자문과 공청회 등의 행정 절차를 충실히 준수해야 할 것이다. 사회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구현할 수 있도록 법률이 제정돼야 한다.

  기존의 병역법을 보완해 형평적 병역이행을 강화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특별관리법을 제정하려 한 것이므로 정교한 법률 제정과 운영이 요구된다. 자칫 특별관리가 특혜관리로 변질될 우려가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편, 누구나 군에 가려는 풍토가 조정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니 국민소득 수준에 알맞은 군 복무환경을 구비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병영문화를 꾸준히 개선하고 의무복무 기간을 적절히 유지하는 한편,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사회생활에 훨씬 이익이 되도록 제도가 정비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konas)

정길호(한국국방연구원·행정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