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건강 이상설과 더불어 그의 활동에 대한 동영상 등이 공개되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궁금증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시점에서 예비역 장성들의 친목단체인 대한민국성우회(회장 이종구 전 국방장관)와 우리 국방의 최고 싱크탱크 격인 한국국방연구원(원장 김구섭)이 공동으로 북한의 변화상황을 진단하고 대책을 논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 6일 오후 2시 서울 전쟁기념관 뮤지엄홀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성우회와 한국국방연구원 주최 세미나. 이 날 세미나에는 앉을 자리가 부족해 뒤에서는 서서 경청할 정도로 많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konas.net

 성우회와 국방연구원이 6일 오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한반도 안보상황 변화와 북한의 위협 및 대비방향'을 주제로 한 이 날 세미나에서는 박용옥 한림대 국제대학원대학교 부총장의 사회 아래 '북한의 예상 위협과 우리의 대북정책'(박승춘, 성우회 정책연구위원. 전 국방정보본부장), '북한의 돌출행동과 상황 발생 전망 및 대응방향'(백승주,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의 발제와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박승춘 성우회 정책연구위원은 "북한은 변하지 않는 한 내적으로 끊임없이 무력적화통일을 준비하는 우리의 실체적인 적으로 미래가 불확실한 김정일 정권은 체제위기 도래 전에 무력적화통일을 위한 '결정적 시기 조성'에 전력투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북한이 신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를 경색 시키고 군사적 긴장 조성과 위협을 지속하고 있는 것도 지난 10년 동안 순조롭게 추진되던 '결정적 시기 조성'이 무위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 북한이 이명박 정부에 계속적으로 딴지를 걸고 있는 이유를 '결정적 시기 조성'과 연계 시켰다.

▲ 박승춘 성우회 정책연구위원 ⓒkonas.net

 박 정책위원은 우리사회의 '안보의식'과 관련해 "대한민국에서 지난 10년 동안 '안보'라는 용어가 사라지고 보수정권이 들어섰음에도 '안보' 용어를 들어보기가 힘들고 북한은 이제 우리의 위협이 아니라는 인식이 고착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해 좌파 정권 10년 동안 사회 전 분야에 깊숙이 전이된 안보의식 해이현상을 짚었다.

 박 위원은 이어 "북한은 가난해서 전쟁할 능력이 없고 남북관계가 복원되고 진전되면 남북간에 평화가 오고 군사적 긴장은 완화되는가?"고 묻고는 "북은 남북관계가 진전될수록 체제위기 도달 전에 무력에 의한 적화통일을 위한 여건 조성에 전력투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남북관계가 진전될수록 우리의 군사 대비태세는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날 박 위원은 북한이 노리는 '결정적 시기 조성'을 크게 강조했다. 그는 "북한은 '북에서의 전쟁 준비'와 '미 증원군 차단의 물리적 대책'을 강구하고 '결정적 시기 조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하고 "지난 10년 동안 국가보안법과 국민의 안보의식은 무력화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그럼에도 전쟁을 억지하고 평화를 유지한 것은 국군과 주한미군, 한미동맹 덕분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위원은 "노무현 정권에서 미 2사단의 평택이전과 한미연합사 해체 결정으로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이 흔들리고 있다"며 "미 2사단의 평택 이전으로 '인계철선'역할이 없어지고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제도적 장치가 없어져, 미 증원전력의 자동개입은 어려워지고 주한미군이 철수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미 증원전력의 제도적 보장대책을 제거해 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우리의 전쟁억지력은 약화되고 북한의 '결정적 시기 조성'에는 결정적으로 기여하여 전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반면 우리 안보에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 위원은 이 날 북한의 결정적 시기 조성과 더불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한미연합사 해체문제,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해체, 연방제 통일문제, 국방개혁 2020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전면 재검토를 촉구한 뒤 특히 연방제 통일은 북한의 무력적화 통일을 위한 '결정적 시기 조성의 완결판'이라 할 수 있다 고 말했다.

 박 위원은 "북한이 목표로 하는 '결정적 시기 조성'의 핵심은 우리의 안보태세와 국방태세가 무력화 또는 약화되는 시기를 말한다"며 "따라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당면한 안보위협인 북한의 '결정적 시기 조성'을 차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이종구 성우회장은 개회인사를 통해 대비태세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 이종구 성우회장 ⓒkonas.net

 이 회장은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에 여러 가지 변화의 파고가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북핵은 6자회담의 틀 속에서 진행되고 있으나 핵무기는 우리에게 최대의 위협으로 상존한 상태에서 안보와 경제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며 "그러나 전작권 전환과 한미연합해체로 인한 안보의 파고를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어느 때보다 안보 상황의 큰 흐름을 알고 힘을 모아야한다. 북한 김정일의 행보와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오바마 후보의 당선 이후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과 한반도 정책, 대북정책을 분석해서 종합적으로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정치권에도 촉구했다.

 김구섭 국방연구원장도 이 날 세미나의 의미를 높이 평가했다. 김 원장은 이 날의 세미나는 군사전문가와 국방분야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모여 처음으로 개최했다는데 우선적인 의미가 있고, 특히 시의 적절한 주제에 성우회와 국방연구원의 공동개최로 시너지효과를 높인 것과 북한의 현실적 위협에 맞서 국민의 공감대 확충과 안보의식을 고양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이어 "(좌파세력들이)북한이 빈사상태인 채로 전쟁의지도 없다고 말하는 것은 철이 없는 말이다. 핵을 비롯한 대량살상무기로 군사적 위협을 하고 있는 북한의 위협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된다. 변화에 성급한 것보다 한미동맹을 주축으로 안보를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발제 및 토론자들 ⓒkonas.net

 축사에 나선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시기 적절한 때에 필요한 주제의 세미나를 개최한데 대해 축하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이명박 정부에 안보의 목소리를 강력하게 요구해야 하고 이 번 세미나가 큰 계기가 되리라는 믿음을 갖는다"고 축하했다.

 한편 이 날 세미나에는 정래혁 전 국회의장, 장지량 전 공군참모총장, 이성호 전 성우회장 등 예비역 군 원로와 현역 장병, 황진하 의원과 300여명의 인사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Konas)

 코나스 이현오 기자(holeekv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