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관계 實態분석과 改善방향
* 본 내용은 6월 15일(월) 2009 대진대학교 통일대학원 학술발표회에서 발표한
"남북관계의 실태 분석과 개선 방향"에 대한 논문입니다.<편집자 주>
I. 서 론
출범 이후 이명박 정부는 대북정책에 있어 과거 김대중ㆍ노무현 정권과 차별화를 보였다. ‘비핵ㆍ개방ㆍ3000’ 캐치프레이즈 아래 우선 ‘비핵화’가 강조되었다. 전 정권 시절의 연간 30~40만 톤 정도의 대규모 식량ㆍ비료 지원은 중단되었다.
북한인권 문제는 ‘보편적’ 관점으로 접근하기 시작하였다. 각종 북한인권 관련 UN결의에 ‘찬성’표를 던짐은 물론 공동제안국으로도 참가하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한미동맹은 자유민주주의를 핵심으로 하는 ‘가치동맹’으로 개념 정의되면서, 10년만에 제 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한미공조가 ‘민족공조’ 자리를 차지하면서 남북관계에서 핵심 화두(話頭)였던 북한의 ‘우리민족끼리’ 선동은 빛을 잃기 시작했다.
이에 북한은 격렬하게 저항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유심히 관찰하던 북한당국은 2008년초 UN에서의 북한인권 관련 회의 직후 태도를 돌변, “이명박 역도” 운운하며, 反이명박 정부 선동에 나섰다. 남북관계 기본 인식에 있어 李정부의 對北입장이 그들의 對南전략과 조화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후 북한은 ‘6.15 공동선언’과 ‘10.4 남북선언’을 수용하라는 요구와 함께, 격렬한 反이명박ㆍ反美ㆍ反대한민국 선전선동을 일삼으며, (i)남북교류 일부 차단 (ii)개성공단 폐쇄 위협 (iii)대남 군사도발 위협 (iv)미사일 발사 (v)개성공단 한국민 억류ㆍ인질화 조치를 감행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는 파행과 경색을 면할 수 없었다. 지난 2009년 4월 북한은 돌연 “중대사안을 통보하겠다”면서, “남한 당국자도 같이 올 것”을 통지문에 명시해 남북접촉을 제의했다. 그러나 의제ㆍ장소ㆍ참가자ㆍ회담일정도 밝히지 않은 채 북한 영내로 들어오라는 억지 끝에, 이를 굴욕적으로 수용한 남한측에 대해 회담 아닌 ‘일방적 통고’를 해버리는 기이한 접촉으로 끝났다.
본 고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 실태 전반을 고찰ㆍ분석하고, 그 개선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II. 남북관계 실태 분석
1. 북한의 對南공세와 남북관계 경색
가. 이명박 정부 출범―‘관망’에서 ‘비난’으로
북한은 이명박 新정부 출범을 전후하여 침묵 속에서 사태를 주시해 오다가, 한국정부가 UN 북한인권관련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지고, 남북문제에서 ‘先핵해결’ 입장을 분명히 천명한 이후, 대남 비난 공세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2008년 4월 1일 「노동신문」논평원의 글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실명을 처음 거론하면서 “역도”라고 비난했다. 또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새 정부가 수용할 것을 요구하고, 남한에 대해 “전쟁ㆍ불바다” 발언을 수년 만에 재언급, 한국정부와 국민을 협박하기에 이르렀다.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긴장의 파고(波高)가 일자, 좌경 세력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지난 10년간 쌓았던 남북화해와 평화적 교류가 무너지고 있다”며 新정부를 뒤흔드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한편 국방부는 북한의 무모한 도발 위협공세에 대해, “원칙과 의연한 자세”로 대응하되, 실제로 도발할 경우에는 과감한 보복을 포함하는 강력한 대응을 구사할 의지를 천명했다.
나. 금강산관광객 피살 이후 남북관계
2008년 7월 11일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 총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금강산 관광은 지금까지 무기한 중단되고 있다. 8월 9일 동해지구 북남관리구역 군사실무 북한 측 책임자는 남한 측에 통지문을 보내, “금강산 관광지구에 체류하는 불필요한 남측 인원 추방 조치를 8월 10일부터 실시”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남북관계가 교착 심화단계로 진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은 진상조사 및 북한의 사과, 그리고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남한 측과, 이를 거부하고 책임을 남한 측에 떠넘기려는 북한 측 입장 차로 말미암아 쉽게 타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남북관계 현주소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다. 對南압박과 군사위협 공세
2008년 남북관계는 후반기 들어 대립이 한층 심화됐다. 10월 2일 남북군사실무회담 북측 대표단은 남측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가 개성공단 사업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며 살포 중단을 요구했다. 이어 북한은 11월 13일 北적십자 명의로 남북직통전화를 단절시키고, 북한軍 명의로 12월 1일부터 MDL(Military Division Line: 군사분계선)을 통한 모든 陸路통행을 차단하겠다고 예고했다.
한편 11월 21일 유엔인권위원회는 한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한 가운데 北 인권결의안을 압도적 찬성표로 채택했다. 이에 북한은 그들에 대한 “존엄성과 체제에 대한 도전”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박덕훈 차석대사는 “한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한 것은 무분별한 반민족적 반통일적 행위이고, 북한의 존엄성과 체제에 대한 도발”이라고 강변했다.
특히 북한은 이명박 대통령이 방미(訪美) 중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의한 통일이 최후의 궁극적 목표”라는 부분을 문제 삼았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11월 22일 李 대통령이 이같이 밝힌 데 대해 “북침전쟁을 ‘최후 목표’로 선포한” 것이라고 강변하며 “엄중시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주간지 「통일신보」도 11월 22일자 “무엇을 기다리겠다는 것인가”라는 논평에서 李 대통령이 지난 11월 12일 북한군의 ‘통행 제한’ 통보와 관련, “기다리는 것도 때로는 전략”이라고 말한 데 대해 “반공화국 대결 분위기를 고취하는 도전적인 망언”이라고 비난했다. 신문은 이어 “이대로 더 나아간다면 북남관계는 파국의 정도를 넘어 완전히 깨지게 될 것”이라며, 李 대통령을 거명하면서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협박하기까지 했다.
라. 2009년: ‘벼랑끝’ 공세 강화―미사일 발사와 핵시설 재가동
2009년 들어서서 북한은 “군사력에 의한 전면대결” 카드를 꺼내들었다. 1월 17일 북한인민군 총참모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혁명적 무장력”의 “전면대결태세 진입”을 선언했다. 북한의 이러한 ‘벼랑끝 전술’은 작년 12ㆍ1조치로 남북관계를 단절시키고 대남압박을 강화할 때부터 예상돼 온 것이다. 특히 2009년 1월 1일 신년공동사설에서 한국정부를 극렬히 비방하고 “우리민족끼리”를 중심으로 한 대남선전선동을 강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 조평통은 1월 30일 남북 간 정치군사적 대결상태 해소 관련 합의의 ‘무효화’를 선언했다. 3월 중에는 이 시기 실시된 韓美 ‘키 리졸브’ 훈련을 빌미로 개성공단 출입을 3차례나 제한하였다. 3월 30일 북한은 현대아산 직원 유(柳)모 씨를 체제비판 혐의로 체포·조사했으며, 아직까지 석방하지 않고 있다. 같은 날, 북한 조평통은 “남한의 PSI 참여는 북에 대한 선전포고로 단호한 대응조치 취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세계가 주시하는 가운데, 북한은 마침내 4월 5일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였다. UN은 4월 13일 대북제재 ‘1718호’의 실행을 강조하는 안보리 의장성명을 발하였다. 이에 대해 북한 외무성은 “6자회담의 무력화”를 선언하고 “절대 불참”을 공언하였다. 평소 “자위적 핵 억제력 강화”를 주장해 오던 북한은 4월 25일 “폐 연료봉 재처리 작업을 시작했다”고 공표하였다.
이에 앞서 북한은 4월 16일 “개성공단 사업 관련 중대조치 전달”을 이유로 당국간 접촉을 제의, 남북관계 재개 여부가 큰 관심을 모았다. 남북접촉 제의 직후인 4월 18일 북한 총참모부 대변인은 “PSI는 선전포고”라고 거듭 주장, 그들의 남북접촉 제의가 한국정부의 PSI 전면 참여 계획을 보류시키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을 낳게 했다. 한국정부는 4월 19일 ‘PSI 전면참여 발표’를 연기하기에 이르렀다.
한반도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4월 21일 이명박정부 출범 후 14개월 만에 남북한 당국간 접촉이 이루어졌으나, 북한은 개성공단 ‘재계약’을 요구, 한국정부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게 어려운 결단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2.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대남전략 기조
가. 2008년 신년 공동사설
북한의 대남전략 기조는 12ㆍ19 대통령선거 직후인 2008년 1월 1일 발표된 공동사설과 2009년 1월 1일 신년공동사설에 잘 나타나 있다.
2008년 1월 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노동신문, 조선인민군, 청년전위 등 3개 신문의 신년 공동사설 “공화국 창건 60돌을 맞는 올해를 조국청사에 아로새겨질 역사적 전환의 해로 빛내이자”에 나타난 특징은 ➀이명박 후보의 당선과 한나라당 집권에 대해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그동안의 ‘反한나라당 공세’를 유예하고, 향후 사태를 예의주시하겠다는 태도를 보인 점 ➁한반도 최대 현안인 ‘핵문제’에 대해 역시 일체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기존의 ‘핵개발 야망-시간벌기’ 전략을 지속할 방침임을 강하게 시사한 점 ➂‘남북경협’의 지속을 강조함으로써, 그동안 남한으로부터 획득한 경제지원을 계속 받기를 원한 점 ➃한·미동맹을 경계하는 태도를 강하게 나타냄으로써, 지난 10년 유지돼 온 ‘우리민족끼리-민족공조’ 중심의 ‘韓美 이간’ 정책을 지속할 의사를 드러낸 점 등을 들 수 있다.
나. 2009년 신년 공동사설
한편, “총진군의 나팔소리 높이 울리며 올해를 새로운 혁명적 대고조의 해로 빛내이자” 제하의 2009년 신년 공동사설은 종래의 反美선동을 최대한 자제하고, 對南공세ㆍ선동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신년사설에는 (i)주체혁명 지속 (ii)강성대국ㆍ선군정치 강조 (iii)“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우상화 (iv)“사회주의 승리” 강조 (v)“집단주의”와 “자력갱생”을 통한 경제난 돌파 의지 등이 드러나 있다.
북한은 신년 공동사설에서 “남조선인민들은 자주, 민주, 통일의 구호를 들고 사대매국적인 보수당국의 파쑈통치를 쓸어버리며 전쟁의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투쟁의 불길을 더욱 세차게 지펴올려야 한다”고 선동했다. 2008년초 이명박정부 출범 후 사태를 지켜보던 북한이 대남 비난선동 및 압박으로 돌아선 후, 그 기조를 강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 대남선동의 핵심 슬로건은 “우리민족끼리”와 “조국의 자주통일”이다.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은 북한당국에 의해 “자주통일의 대강(大綱)”으로 규정되고 있다. 예컨대 사설은 “《우리민족끼리》는 조국통일운동에서 구현해야 할 근본리념”이라면서, “6.15통일시대는 《우리민족끼리》야말로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을 앞당기는 숭고한 애국애족의 정신이라는 것을 확증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사설은 “올해에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기치를 높이 들고 자주통일의 길로 힘차게 전진하자!》는 구호밑에 조국통일운동을 더욱 활성화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6.15공동선언과 그 실천강령인 10.4선언은 조국통일의 표대”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결국 “우리민족끼리”와 “자주통일” 슬로건 아래 《反외세→反美→주한미군철수》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북한이 주장하는 “자주통일”이란 <미군철수ㆍ국가보안법폐지>를 통해 ‘연방제’를 실현, ‘적화통일’로 가는 것임을 쉽게 알 수 있고, 이 목적을 위해 6.15공동선언에 적시된 “연방제” 조항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의 대남선동 구호인 “우리민족끼리”로 시작되는 6.15공동선언과 10.4남북공동선언을 한사코 남한에게 받아들이라고 요구하는 연유를 알 수 있다.
다.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NLPDR)’ 노선 견지: 남북대화 ‘진정성’ 결여
2008~2009년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과 2008년말~2009년초 북한의 대남 압박공세를 통해 북한의 대남전략기조를 확인할 수 있다.
첫째, 북한의 평화적 적화전략이라 할 ‘민족해방 인민민주주의 혁명전략(NLPDR: National Liberation People's Democracy Revolution)’이 살아있다는 점이다. 곧 남한에 일차적으로 “자주민주정부(연공(聯共)정권)”을 수립한 후, 이 정권과 북한이 연방제 통일을 실현해나간다는 시나리오는 변치 않는 北대남전략의 기조가 되고 있다.
둘째, 핵ㆍ미사일 개발 의도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반복되는 “자위적 핵억제력 강화” 주장과 실제적 조치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셋째, 통미봉남 정책이 일관되게 추구되고 있다는 점이다. 오바마 정부의 대북 강경입장으로 최근 장애에 봉착하긴 했지만, 북한은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포기하지 않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반전 기회’를 노리고 있다.
넷째, 북한 당국과 남한 내 친북세력의 反이명박정부 선동은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에 중요한 ‘선택’을 요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예컨대 (i)北의 공세에 굴복하여, 前과 같은 굴욕적 남북관계로 회귀할 것인지? (ii)北의 공세를 극복하고 새로운 합리적 남북관계 패턴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지? 그만큼 현재의 대북정책과 남북관계는 중요한 기로(岐路)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III. 남북관계 주요 현안 분석
1. 핵ㆍ미사일 문제
북한은 2008년말 ‘시료 채취’를 통한 검증절차를 명백히 거부함으로써 6자협상을 결렬시켰으며, 핵포기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후 북한은 ‘핵 보유국’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하려 시도하면서, “美의 핵위협이 먼저 제거돼야 한다... 미ㆍ북 수교 후에야 핵무기를 폐기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2009년 1월 “미국의 핵위협이 남아있는 한 관계정상화가 이뤄져도 핵보유 지위를 포기하지 않을 것 … 조선반도 핵문제는 본질에 있어서 미국 핵무기 대 우리 핵무기 문제”라고 주장, 북핵을 미국 核과 연계시켜 결국 핵보유를 정당화하려는 종래의 태도를 재확인했다.
예상된 것이긴 하지만, 북한은 이제 공공연히 핵포기를 거부하는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 ‘미국의 핵위협 동시 제거’라는 구실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 12월초 6자협상이 결렬된 후 나타난 큰 변화다.
한국은 NPT정신과 1991년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에 입각, 북핵에 정면 반대하고 있으며, 특히 북한 핵무장이 한국의 국가안보에 직접적이고 비대칭적 위협임을 들어, ‘북핵 불용’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핵폭탄의 ‘운반체’라 할 미사일 개발 문제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자주권” “우주의 평화적 이용권” 등을 주장하나, 남한은 국가안보에 대한 직접적 위협요인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러한 첨예한 입장 차이는 지난 4월 5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후 UN안보리의 의장성명에 한국이 전폭적인 지지 입장을 표명하고, 특히 PSI 전면 참여를 결정한데서 여실히 드러났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 문제를 놓고 남북은 서로 엇갈리는 방향에서 접근하고 있으며, 결국 상호 타협할 수 없는 방향으로 이 문제가 흘러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핵ㆍ미사일 문제가 남북관계 개선을 막는 남북 간 최대 현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 북한인권 문제
이명박 정부의 대북 인권정책은 국제사회의 보편적 인권관에 입각한 것으로, 金ㆍ盧정부가 북한인권 문제를 북한 내부문제로 간주, 북한당국의 “내정간섭”론에 동조해 왔던 것과 크게 차별화된다.
중요한 것은 이명박 정부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헌법상의 임무를 인정하고, 북한인권 문제를 국정의 주요과제로 삼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우리의 북한인권 정책이 ‘정상화’의 길로 들어섰음을 나타내주는 징표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인권정책에 나타난 이러한 요소들이 북한 당국으로 하여금 대남정책에 있어 도발적 공세 노선으로 전환하게 한 큰 요인의 하나였음이 분명하다.
결국 남북관계와 북한인권 문제 간 피할 수 없는 상호 ‘부조화(不調和)’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인권문제를 거론하면, 북한은 “체제를 위협한다”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에서 북한인권 문제는 대북정책의 핵심 현안이다. 우리 헌법은 자유민주적 평화통일을 지향함을 명시하고 있는 바, 이는 한국정부와 국민이 북한동포의 인권과 자유를 위해 노력해야 함을 나타내주고 있다. 남북대화를 위해 북한주민의 인권상황을 외면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본말(本末)이 전도된 대북정책이라 아니할 수 없다.
북한인권에 대한 문제 제기는 ‘北체제에 대한 도전적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을 멈출 수 없다. 북한인권 문제가 北체제에 대한 도전적 성격을 가진 것이라면, 우리에겐 체제의 존재 의의를 확인시키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북한 동포는 우리와 같은 한(韓)민족—北의 ‘金日成민족’ 개념과 대비된다—인 동시에, 현행법상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동포와 국민의 인권참상을 외면하는 국가는 제대로 된 국가라 할 수 없을 것이다.
3. 對南 군사위협과 ‘우리민족끼리’ 선동
북한은 남한에 대해 ‘무력(武力) 사용’ 협박을 일삼아 전쟁 공포심을 조성하여, 남한 사회 내 불안을 야기시키려 하고 있다. 동시에 “동족 화해”와 “우리민족끼리” 그리고 “자주통일” 선전 선동으로 ‘反美ㆍ친북’ 심리 유도에 주력하고 있다. 심지어 “(북한)공화국 핵무기가 美제국주의로부터 남한 인민을 보호해 주겠다”는 터무니 없는 주장을 펴고 있다. 물론 이러한 북한의 대남선동은 “혁명적 무장력”이 ‘건재’함을 한국 내 친북 좌파 세력에게 확신시켜, 이들을 격려하고 힘을 실어주려는 목적도 갖고 있다.
남한에는 북한의 “김일성민족-우리민족끼리” 선전선동에 넘어갈 인구가 적지 않다고 김정일 정권은 확신하고 있다. 이들에게 대남 군사협박은 反정부 투쟁에 대한 독려 내지 선동의 역할을 할 것이다. 북한의 “김일성민족-우리민족끼리” 선동은 결국 反대한민국ㆍ反헌법ㆍ反이명박정부ㆍ反한미동맹 선동과 내용·목표 면에서 일치한다. 북한의 변치 않는 대남선동과 군사협박은 남북관계 개선의 최대 장애물이라 아니할 수 없다.
4. 남북 교류·협력 문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시행된 ‘햇볕’ 대북정책은 이론적으로는 (i)국제정치학상의 ‘기능주의(functionalism)’와 ‘통합(integration)이론’에 기초하면서 (ii)역사적 경험으로 동서독(東善) 통합을 모델로 삼은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들 모델을 제시하며 시행된 ‘햇볕’ 대북정책은 북한의 ‘핵무장’이란 참담한 결과만을 남긴 채 폐기 처분되는 상황에 있다. 그 가장 큰 원인은 김정일 정권이 김대중 정부의 ‘햇볕’ 천명에 대해 이른 바 ‘모기장 이론’으로 대응, 북한체제 와해 요소인 ‘자유민주주의’ 사조(思潮) 유입을 철저히 차단하는 한편, 현금과 물자는 적극 받아들이는 정책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1999년 신년공동사설에서 제시된 김정일의 ‘모기장 이론’은 그야말로 “햇볕정책의 단물은 빼먹되, 그 효과는 차단한다”는 구체적인 방침을 적용하기에 이르렀다. 금강산관광이 남한 사람들끼리의 등산 ‘줄서는 관광’이 되어, 북한 주민과의 대화는 찾아볼 수 없고 비싼 입산료를 지불하면서도 남한 사람들끼리의 등산 잔치가 돼 버린 것은 이런 배경에서이다.
북한정권은 체제 혼란을 두려워 해 개혁·개방을 원천적으로 거부한다. 남북관계 개선의 주요 목표 중의 하나가 북한 개혁·개방이라고 할 때, 북한정권의 현 태도로 보아 남북관계 개선 전망은 결코 밝지 않은 편이다.
5.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사업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금강산 관광의 경우, 주민과의 접촉과 대화는 전무(全無)했으며, 심지어 안내원에게 말 잘못 걸었다간 억류되기 십상인 이상한 관광이 돼 버렸다. 통일부가 주장하는 “누적(累積) 수백만 인파가 북한 땅을 밟았다”는 실적(實績) 주장이 아무 의미가 없게 된 것이다. 결국 금강산관광은 본래의 취지에서 근본적으로 이탈, 북한에의 ‘현금 유입’ 통로가 돼 버려, 오늘날 목도하는 북한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에 기여하는 부정적 효과를 가져 온 것이다.
한편 개성공단사업은 저렴한 임금(월 평균 $75~80)과 임대료 외에 그동안 북한 노동자들의 숙련도가 향상돼 남한 기업들에게 메리트를 주는 측면이 있다고 한다. 반면, 김정일 정권 입장에선 북한 노동자들의 이른 바 ‘자본주의 오염’이 큰 두통거리가 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약 3만 5천~4만의 노동자들과 그들의 가족 평균 3인을 계산할 경우, 약 10만의 개성주민이 남한의 자본주의에 노출돼 있어, 김정일 정권에게는 매우 부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김정일 정권이 개성공단을 쥐락펴락하는 배경에는 여차하면 이를 일방적으로 폐쇄할 수 있다는 결심이 서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연간 5천만 달러 유입을 희생하더라도 체제 동요 요인을 차단하겠다는 북한당국의 전략적 판단인 셈이다.
그러나 북한이 최근 개성공단의 ‘차단→통행허용→재차단’을 반복하는 바람에 기업인들의 자유로운 활동이 위협받고 한국민의 개성지역 내 ‘인질화’ 가능성도 제기되는 등 국민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더욱이 금년 4월 21일 남북접촉에서 북한이 임금과 임대료 등 개성공단의 전반적 운영 조건을 대폭 재계약하자고 요구함에 따라 개성공단의 존치 여부가 정치적 요인에 의해 좌우되는 상황에 처했다. 향후 개성공단 문제의 해결 방향에 따라 남북관계가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6. PSI 전면참여 문제
정부는 4ㆍ5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조치로, PSI(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에의 전면 참여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WMD) 곧 핵ㆍ미사일의 직접적 위협하에 놓여 있는 한국이 WMD 확산방지를 위한 ‘국제레짐’인 PSI에 그동안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야말로 ‘넌센스’다. 정부의 전면 참여 방침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이 있으나, 적절하고 바람직한 조치다.
한편 북한은 한국의 PSI 전면참여를 “선전포고”라고 강하게 비난하면서, “우리 혁명무력의 타격에는 한계가 없다 ... 이명박 역적 패당은 서울이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불과 50㎞ 안팎에 있다는 것을 순간도 잊지 말아야 한다”는 폭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같이 민감한 상황에서 한국 내부 일각에선 “PSI 전면참여 대신 기존의 남북해운합의서를 유지하면서 국제 협력에 기여해야 한다”는 교언(巧言)(?)도 출현하고 있다. 형식논리로는 그럴 듯 하지만, 남북합의 자체를 무시하는 북한과의 ‘남북해운합의서’ 종이 한 장으로 북한의 WMD확산을 어떻게 막겠다는 것인가?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과 불신만을 자초할 따름이다. 남북관계 논리로 WMD확산 문제를 접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PSI와 남북관계를 연계시켜선 안 될 것이다.
7. 김정일 이후 대비 문제
현재 북한은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가중되고 있는 북한의 경제난을 북한 유도의 지렛대로 삼아, 김정일 이후(‘post-金’) 대비 전략을 강구해 나갈 시점이다. 어려운 경제상황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ㆍ미사일 개발에 매진함으로써,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병상에서 일어난 김정일이 마지막 초강수 곧 모든 역량을 총동원, 핵ㆍ미사일 개발 보유에 올인하는 의중이 무엇인지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단순한 ‘핵보유를 통한 고슴도치’式 생존전략 차원을 넘어서서, 그의 생존 時 ‘한반도 현상타개’에 해당되는 무언가 일대 도박을 시도하는 것은 아닐런지? 물론 그 결과는 필연적으로 김정일 정권의 종말로 이어질 것이란 점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
내부적으로 북한은 ‘선군정치’를 강화하며, ‘2012년을 강성대국 대문을 여는 해’로 규정, 내부 단속과 독려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4월 9일 미사일 발사 직후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2기 1차회의에서는 국방위원회의 확대․강화를 통해, 김정일 3기 친정체제를 출범시킨 바 있다.
지금부터 김정일 유고(有故)까지의 기간과 특히 그의 유고 후 北상황은 그야말로 예측불허다. 이처럼 한반도가 불투명하고 불안한 상황으로 들어가는 단계에서, 북한상황을 주시하며, 국가안보․방위태세를 강화해야 한다. 북한 당국의 非합리성․불가측성(不可測性)을 고려할 때, 우리는 남북회담 채널은 열어 놓되, 단기적 성과를 기대하지 말고, 북한이 스스로 대화 테이블에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대북 현금 및 전략물자 지원 루트를 엄격하게 통제하여, 핵ㆍ미사일 개발에 올인하고 있는 북한에 도움이 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IV. 남북관계 개선방안
1. 북한의 실체(實體) 인식
현재 우리사회 내에서는 북한의 실체에 대한 논란이 많고, 정반대 방향으로 북한 인식이 양분되어 있다. 지난 金ㆍ盧 정권은 북한을 “우리민족끼리” 개념으로 접근, ‘민족적 동반자’ ‘민족적 파트너’로 인식하였다. 金日成ㆍ金正日 세습독재의 폭압성(暴壓性)과 대남 혁명전략은 크게 고려되지 않았다. 아마도 이 점이 金ㆍ盧 정권의 대북 유화(宥和)정책을 가능케 한 인식의 오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우리 사회는 대북 인식에 있어 합리성ㆍ정상성(正常性)ㆍ객관성을 회복하고 있다. 북한의 “민족” 선동이 ‘김일성 민족’ 개념에 입각해 있어,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음은 이미 지적하였다. 무엇보다도 북한 정권에 대한 ‘민족’ 환상을 버리고, 냉철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선군정치ㆍ강성대국ㆍ인권유린ㆍ핵․미사일개발ㆍ대남무력협박 등 북한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인식할 때 남북관계의 경색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2. ‘남북관계’의 특성과 한계: ‘남북관계 콤플렉스’ 벗어나야
한국정부는 한반도에서 대북정책ㆍ외교정책ㆍ안보정책ㆍ통일정책 등 다양한 정책 현안을 갖고 있다. 이들은 때로는 상충하면서 조화되고 중복되기도 한다. 예컨대, 한반도에서 한국정부의 최우선 정책목표는 (i)한미동맹을 통해 ‘국가안보’를 확고히 하는 것이며, (ii)국가안보 기조 위에서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되, (iii)북한의 변화 방향을 예의 주시, 통일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관계’ 그 자체가 한국정부의 정책 목표가 될 수는 없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외교ㆍ안보ㆍ통일정책이 희생돼선 안 된다. 그럼에도, 남북관계 우선 논리가 한국사회에 횡행한다. 남북관계에 우선할 때, 비타협적인 북한에의 굴종적 자세가 초래될 수 있다. 남북관계 우선 논리는 결과적으로 친북 또는 종북(從北)정책을 불가피하게 만든다. 북한의 대남전략ㆍ고립체제ㆍ세습독재와 개혁ㆍ개방 거부가 종식되지 않는 한 남북관계 파행은 일정 부분 불가피하다. 그러므로 남북관계 파행은 남한의 잘못이 아니다. 그동안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 “남북관계를 고려하여” 등의 구실로 ‘남북관계 개선’에 발목이 잡혀 다른 중요 현안에 대한 정책 결정을 놓치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이제 이러한 ‘남북관계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야 할 때이다.
3. 북한: ‘대화와 협상의 상대’이나, ‘국가적 실체 인정’은 안 돼
남북관계에서 종종 제기되는 문제는 북한을 법적 측면에서 어떻게 인식하고 대우해야 하는가의 문제다. 주권국가로 인정할 경우, 헌법 3조에 위배된다는 법적 논쟁을 유발시킨다. 또 UN에 동시가입했다고 주권국가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UN회원국끼리도 상호 ‘국가인정’ 않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UN가입과 국가인정은 별개의 문제다.
북한의 법적 지위 문제의 핵심은 대한민국의 한반도 유일합법 국가정통성 곧 한반도 전역에 대한 대한민국의 주권 행사 원칙이 훼손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북한은 어디까지나 권력집단으로서의 ‘협상 대상’ 또는 ‘대화의 상대’일 수는 있어도, 국가적 실체로 인정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과거 서독도 이 원칙을 통일 때까지 고수하였다.
한편 통일문제에 대해 일별(一瞥)해보자. 남북은 현재 근본적으로 상이한 입장에서 ‘통일’에 접근하고 있다. 북한은 공산주의ㆍ주체사상에 입각한 ‘연방제’ 통일을 고수하고 있다. 남한은 가까스로 ‘혼란 상태’에서 벗어나, ‘정상(正常)’을 회복하는 단계다. 이제 6.15공동선언에 의해 왜곡ㆍ선전된 ‘연방제’ 통일 논리에서 자유민주주의 이념과 헌법정신에 입각한 ‘자유민주’ 통일 원칙으로 점차 복귀하는 상태다.
결국 남북관계는 북한을 국가적 실체로 인정하는 것이 아닌, ‘대화와 협상의 상대’로 인정하는 범위에서 이뤄지는 사안이고, 국가안보ㆍ국가정통성ㆍ통일 등 제 측면을 고려한 종합적인 차원에서 접근돼야 하는 문제다.
4. 韓美공조와 남북관계
韓美동맹은 (i)북한의 군사위협 (ii)핵ㆍ미사일 등 WMD (iii)장기적으로 중국의 위협 등에 대처하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외교ㆍ안보 현안이다. 한미동맹은 대한민국의 국가 존립과 안보, 그리고 향후 통일 실현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당연히 남북관계에 우선하는 국정과제다. 가능하다면, 한미공조와 남북관계 사이에 “조화와 병행의 원칙”이 적용되는 것이 타당하리라 본다. 한미 간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남북관계를 조율하고 그 결과를 상호 평가하며, 상호 속도조절을 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이 말썽많은 ‘통미봉남(通美封南)’ ‘통남봉미(通南封美)’를 예방하는 길이기도 하다.
5. ‘對北정책’의 원칙과 기조 유지돼야
결국 남북관계와 對北정책 논란의 근본적 문제는 한국 내부에 있다. 개성공단 파탄의 “‘원죄’가 햇볕정책에 있다”고 지적된 바와 같이, 과거 정부의 잘못된 정책판단이 2006년 북한 핵실험과 금년초 무력도발 위협 및 미사일 발사를 초래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1년이 지나고 있는 현재, 지난 10년간의 비정상적이고 왜곡된 대북정책 방향을 제 자리로 정상화시키고, 대한민국의 이념적 정체성과 국가정통성을 확립하면서, 중장기적으로 통일을 염두에 두고, 원칙 있는 새로운 대북정책 기조를 수립해야 할 때이다.
앞서 고찰한 바와 같이, 남북의 정책 노선과 상호 기대가 상치(相馳)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의 경색 또는 긴장고조는 때때로 불가피하다. 그러므로 남북관계의 경색을 두려워하거나 북한의 非합리적인 대남자세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고, 원칙 있는 자세를 일관되게 유지해 나갈 필요가 있다. 동시에 강력한 안보태세를 확립해야만 북한의 각종 ‘벼랑끝 전술’에 휘말리지 않고 대처해 나갈 수 있다. 단지 남북대화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려는 단기적이고 조급한 태도로는 북한의 인권문제도 해결할 수 없으며, 북핵위기로 조성된 한반도 긴장도 완화할 수 없다.
다만, 한반도 안보상황을 주시하면서 유연성을 가질 필요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북한의 위협에 굴복하는 모양새가 돼선 곤란하다. 우리가 원칙을 지킬 때,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온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V. 결 론
가시적으로만 볼 때,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에 접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결코 이명박정부의 잘못 때문이라 할 수 없다. 단적으로 말하면, 남북관계 교착의 원인은 (i)‘선군정치’ ‘강성대국’ 등으로 표방되는 호전적인 체제 속성, (ii)‘호혜주의’가 결여된 일방적인 대남전략 (iii)대량살상무기(WMD)개발로 인한 국제적 고립 (iv)세습독재를 유지하기 위한 개혁ㆍ개방 거부와 주민 인권유린 등 북한에 내재하는 특수한 요인들에 기인한다.
한마디로 한국이 북한의 체제 문제를 거론하고 그 개선을 요구하는 한, 北과의 마찰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우리는 자유민주 체제의 책임과 역할 측면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체제의 문제점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남북 간 또는 국제사회와 북한 간 근본적인 긴장ㆍ갈등 요인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남한 내 일부 야당과 단체들이 남북관계 경색 원인을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그 전환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을 왜곡하는 것으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정치공세에 지나지 않는다. 실로 민주ㆍ민노 등 일부 정당의 ‘남북관계’ 관련 주장은 북한의 주장과 내용 면에서 일치하고 있어, 불길하고 괴이한 느낌마저 지우기 어렵다.
한편 한국정부의 외교ㆍ안보ㆍ통일정책에 있어, ‘남북관계 개선’이 정책 목표의 최우선 순위라고 말할 수 없다. 한반도 제반 현안 문제에 있어 ‘남북관계 개선’은 그 자체가 독립변수가 될 수 없고, 다른 현안의 영향을 받는 종속변수에 불과하다. 다른 말로, ‘남북관계 개선’이 한국정부가 추구해야 할 제1의 정책목표는 아니라는 뜻이다.
아마도 한국의 최우선 정책과제는 (i)북한과의 무장대치에 있어 국가안보를 확립하는 것이며 (ii)한미동맹을 강화하여, 동북아의 권력구도에 있어, 안정적 질서를 확보하고 (iii)북한체제의 위기상황을 고려하여, 장차 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장단기 준비태세를 구축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보다 근본적인 정책 목표에 입각하여 남북관계는 설정되고 운용되어야 한다. 상기 국정목표와 분리된 ‘남북대화’만을 위한 남북관계는 존재할 수 없으며, 또한 그 의의를 발견하기 어렵다. 남북관계 진전 여부가 한국정부의 대북정책 성패를 좌우하는 잣대가 되어선 안 된다.
비정상적이고 비합리적인 북한체제를 대함에 있어, 한국정부가 합리적이고 정상적이며 원칙적인 대북정책을 견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신분석학에서 진단하듯, ‘비정상(非正常)’은 ‘정상(正常)’을 견지 확대함으로써 그 교정이 가능하다. 정상이 비정상과 타협하여 혼합하게 되면, 정상마저 비정상화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남북관계 성과에 집착하여 전전긍긍하다 보면 원칙을 지키기가 어려워지고, 북한 요구에 굴복하여 급기야 지난 4월 21일 통일부가 보인 것과 같은 수모와 굴욕을 되풀이하는 우(愚)를 범하기 쉽다. 남북관계 개선의 시발점은 ‘북한’과 ‘남북관계’의 객관적 인식을 확립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konas)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재향군인회 안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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