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문제 해결과 ‘中國’ 변수
최근 북핵 문제 해결에 희망을 주는 새로운 국면이 나타나고 있다. UN결의 1874호를 토대로 북핵 국제공조가 이뤄지고 있으며, 특히 과거처럼 6자회담을 통한 순전히 협상 방식이 아닌, 대북제재와 압박이 가미된 북핵 해결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특기할만 하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 북핵 문제에 대한 근본적 인식 변화가 깔려 있음이 주목된다. 북한의 ‘핵개발’ 의도가 더 이상 정치적 보장(保障)과 경제적 보상(報償)을 얻어내기 위한 ‘협상용’이 아니라, 체제생존과 한반도 군사적 패권장악을 위한 핵보유 그 자체를 목표로 한 것이라는데, 늦게나마 국제적 인식의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다.
이제 ‘핵보유’ 자체가 북한정권의 목적인 이상, 그동안의 ‘9․19공동성명→2․13합의’ 등으로 맥(脈)을 이어 온 ‘보상을 통한 핵포기 유인․회유전략’은 큰 의미를 갖을 수 없게 됐다. 아직 6자회담 무용론이 공식 거론되지는 않고 있으나, 기존의 협상방식으로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믿는 전문가는 거의 없는 듯하다. 미국은 분명 새로운 방식을 추구하고 있으며, 韓美 양국은 지난 6․16 정상회담을 계기로 긴밀한 정책협의를 통해 보다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에선 오바마 대통령을 선두로 정가(政街)에서 대북 강경론이 부상해 주목을 끌고 있다. 뉴욕타임스 데이비드 생거 기자는 “오바마 팀이 북한의 유일한 관심사가 체제와 정권의 생존이고, 무기를 팔아 돈을 버는 것이기 때문에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핵무기가 정권의 생존을 보장해 줄 것이라 믿고 잔뜩 웅크린 북한에 대해 (보상과 협상보다) 압박과 봉쇄가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진단했다.
지금 美 국방부는 UN안보리 대북결의 1874호를 위반한 혐의로 강남호(號) 외에도 다수의 북한 선박을 추적하고 그 동향을 감시 중이다(제프 모렐 대변인 24일 정례브리핑). 아울러, 지난 2005년 방코 델타 아시아(BDA)를 통한 금융제재를 모델로 새로운 대북 금융제재를 구상 중이다. 결국 북한에 들어가는 돈줄을 조이는 것이 핵무기 개발을 압박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 아니겠냐는 분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이러한 국제공조 대북제재 방안이 성공하기 위해선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중국은 북한이 필요로 하는 석유의 90%와 식량의 45%, 생필품 80%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동아일보, 2009.6.19). 북한의 대중 무역의존도는 2003년 32.7%에서 2008년 73.0%까지 높아졌다. 북한과 중국은 두만강에서 압록강까지 1334km 국경을 맞대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유일한 동맹국이자 대북 압박 지렛대를 갖고 있는 유일한 나라다. 가히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北․中은 ‘외부 침공’ 시 자동개입을 규정한 군사동맹 관계에 있다.
분석가들은 2차 핵실험 이후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과 중국의 대북정책 방향을 놓고 왈가왈부(曰可曰否) 중이다. 혹자(或者)는 최근 일련의 핵․미사일 도발 이후 중국의 대북정책이 변화하고 있고, 북․중 관계가 더 이상 ‘혈맹-순망치한’ 관계가 아니며, 영향력 또한 감소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국의 대북 인식과 한반도 정책이 그리 쉽게 변할 것 같지는 않다.
중국 내부 핵심 정책입안자들은 미국이 중국을 汎세계적으로 포위하려 하고 있다는 ‘對美 피해의식’이 상당하다. 중국은 명백한 표현은 삼가고 있으나, 동북아와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이 철수하기를 강력히 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반도가 주한미군 철수 후 ‘힘의 공백지대’화 하면, 자연 중국의 영향권 아래 들어오리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특히 중국은 미국의 군사력에 의해 대만 무력통일이 좌절되고 있는데 분개해 하는 듯하다.
이렇게 볼 때, 북한이 붕괴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핵무장을 방임하는 쪽을 중국이 선택할 것이란 가설이 설득력이 높다. 그러므로, 오래된 분석이라 신선감은 떨어지지만 아직도 중국이 북한을 ‘혈맹’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전략적으로 북한을 韓美와의 ‘완충지대(buffer zone)’로 파악, ‘순망치한(脣亡齒寒)’ 개념에서 북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사실에 부합하는 것 같다.
한편 앞서 언급한 UN결의 1874호에 입각,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대북제재 방안에 대해 그동안 입장 발표를 미뤄오던 중국이 “北지원 계속” 의사를 밝히고, 美의 제재 동참 요구를 거부함으로써 주목되고 있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월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의 대북지원 중단 요청에 대해 “국제사회의 조치가 북한의 민생과 정상적인 경제무역 활동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면서, ‘안보리 결의문에 이와 관련된 규정이 있다’고 주장, 그들의 대북제재 반대 입장을 정당화시켰다.
한편 브루킹스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런 선임연구원과 스티븐 솔라즈 하원 전 동아태 소위 위원장은 6월 24일 美 일간 US & Today紙에 실은 ‘새로운 대북전략’이란 기고문에서 “북핵 해결 과정에서 실효성 있는 중국의 대북 압박을 끌어내기 위해선 북한체제(regime) 붕괴 후 (i)탈북 난민 급증과 (ii)주한미군의 38선 이북 배치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해소해주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두 사람은 “중국은 북핵 문제를 우려하지만, 북한 체제 붕괴를 더 심각하게 보고 있고 자신과 주한미군의 완충지대인 북한의 존재를 더 선호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중국의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대북제재로 북한 체제가 붕괴했을 경우, 중국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미국은 중국 이외의 지역에 북한 난민수용소를 짓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중국이 이 정도의 현안 해결로 대북전략의 근간(根幹)을 바꿀 것 같지는 않다. 중국의 대북정책은 우리가 가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국제역학적이고 전략적인 것으로 추정된다. 무엇보다 한반도에서 강대한 현대산업국가가 출현하는 것을 경계하는 차원이라 할만하다.
이렇게 볼 때, 중국이 대한민국의 외교․대북 전략에 난감한 변수로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물론 새로운 문제는 결코 아니며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것이지만, 2차 핵실험 이후 새로 부각되는 문제다. 현재 한국의 외교․대북 노선—특히 韓美 양국의 대북정책—과 중국의 對한반도 정책 사이에 중대한 간극(間隙)이 존재한다.
韓美 양국은 북한의 WMD 제거와 인권 문제 해결, 그리고 더 나아가 한반도의 자유민주 통일을 희망한다. 이에 대해 중국은 북한의 체제생존을 통한 ‘완충지역’ 지속, 남북 분단상황 현상유지를 통한 한반도 북부와 만주 지역의 안정을 강력히 희망하는 듯하다. 이렇게 볼 때 북핵 문제는 중국의 대북정책에 있어 최우선순위는 아니게 된다.
美 US & Today에 실린 정책 기고문은 이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은 북한을 놓고 펼쳐지는 중국과의 전략적 노선 갈등 국면에서 현실적인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i)韓美동맹을 확고히 하면서, 중국 설득 (ii)韓․美․日 방위협력체제를 공고히 하면서, 중국 설득 (iii)한반도 통일시 중국과의 선린 평화외교 방침 전달 (iv)통일시 주한미군 39도선 이남 주둔 명확한 천명 (v)압록강․두만강으로의 韓․中국경 확정 천명 등. 아울러, 중국이 점차 개방되고 국제사회 편입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고려, 중국의 신세대와의 교류를 통해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과 韓․中 선린(善隣)외교가 동북아 안정과 평화를 위한 유일한 방책임을 설득해 나갈 필요가 있다.(konas)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 재향군인회 안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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