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訪北과 美 대북정책 분석
클린턴 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방북, 인질로 잡혀있던 미국인 女기자들을 석방시켜 동반 귀환했다.
이번 ‘이벤트’의 특징은 북한이 對美협상을 열렬히 희구(希求)하는 가운데, 미국이 엄격한 조건을 붙여 영향력 있는 민간인사의 방북을 허용하고, 인질로 잡혀있던 여기자 2명을 무사히 구출해냈다는 점이다.
이 와중에서 북한이 원했던 美․北 양자 간 비밀 합의나 물질적 보상 등의 거래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만큼 미국 측이 원칙에 충실했다고 볼 수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 (인질 관련)對北사과 거부와 오바마대통령 메시지 不在, 그리고 무엇보다도 女기자 석방이 미북 양자대화나 북핵 문제에 연계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천명한 것 등이 그 예다.
이와 관련, 美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ashington Post)」는 “압박할 시점, 記者석방은 북한에 대한 압박을 늦출 이유가 안 된다”는 제목의 6일자 사설에서, “북한은 (1994년 이래) 15년간 미국과 다른 나라들을 속이고, 비핵화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수십억 달러를 챙겼다”고 지적하고, “예전에 북한이 팔아먹었던 ‘양보’를 되사지 않으려는 오바마 대통령이 옳다”고 평가했다.
“오바마 정부가 ‘북한 달래기’와 ‘對北 항복’ 사이의 선(線)을 넘지 않았다”고 분석한 이 신문은 “가장 중요한 것은 인질(석방)의 대가로 미국의 대북 核정책을 변화시키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포스트 紙는 북한이 억류했던 여기자 2명을 석방했음에도, UN제재의 완전한 이행을 통한 미국의 對北압박을 늦춰서는 안된다고 오바마 정부에 주문했다.
과거의 美․北 협상 특히 1994년의 ‘제네바 核합의’나 베트남戰에서의 미군철수 악몽을 잊지 못하는 우리 국민들은 이번 일이 또 美․北 간 모종의 비밀협상의 단초(端初)가 되어 한국이 불참한 가운데 한반도 주요 현안이 결정되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좀 다르지 않나 평가해야 할 것 같다. 앞서 열거한 사건 특징 외에, 오바마 정부가 “영변을 세 번 살 수는 없다”는 확고한 對북핵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과 특히 클린턴 귀환 후 거듭 표명되고 있는 오바마정부의 對北 ‘先핵포기’ 요구와 “대북정책 기조 불변” 및 “제재의 지속적 이행” 천명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자유민주국가에서, 외교정책의 명시적 표명과 실제 이행 사이에 갭이 있어선 국민들로부터의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어떤 형태로든 정책 변화가 있으면 이를 대외적으로 밝히지 않을 수 없다(물론 아주 일시적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예컨대 월남 철군 시 닉슨 행정부는 “베트남전의 베트남화”라는 구호를 내세웠다. 명예로운 철군을 시도하겠다는 뜻이었다. 예리한 관찰자는 미국의 철군 방침을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1994년 핵합의 때만 해도, 북한이 NPT탈퇴를 전격 선언(1993.3)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美․北 간 단독회담이 열려, 北안보에 대한 미국의 보장, 北주권에 대한 미국의 존중, 내정불간섭, 핵무기를 포함하는 무력不사용 등의 합의를 담은 공동발표문이 1993년 6월 발표되기도 했다. ‘핵합의’ 서명 훨씬 전에 미북 양자회담이 심도있게 진척됐던 것이다.
앞으로 미북 간 한반도 안보에 관한 모종의 논의가 진행된다면, 제반 정황을 통해 사건 윤곽을 파악할 여지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예의주시해야 할 사안이다.
이번 사건의 전말을 통해 분명해진 것은 UN결의 1874호에 입각한 국제사회 특히 韓․美 중심의 대북 제재․압박 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으며, 그 결과 북한이 점점 난관에 몰리고 있고, 이에 따라 북한이 對美․對南협상을 갈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대남관계에서도 북한의 유화 제스처 소식이 보도되고 있다.
또한 이번 이벤트가 지난 1994년 카터 방북 및 ‘제네바핵협상’과 구별되는 점은 ‘제네바협상’이 미국의 대북 보상(報償)[경수로건설+연간50만t重油제공]에 따른 북한의 핵동결 조치로 일종의 ‘바터(barter, 맞교환)式 딜(deal)’이었던 반면에, 이번 일은 어떠한 물질적 보상도 없이, 그리고 美정책노선의 어떠한 수정도 없이 단순히 ‘인도주의적’ 명분으로 인질을 구해오는 성과를 냈다는 점이다.
지금 미국은 북한이 먼저 핵포기 의사와 행동을 보이기 전까지는 협상 자체에 의구심을 갖고 있고, 특히 어떠한 물질적 보상을 통한 북핵문제 접근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북핵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한국의 입장에선, 매우 우호적인 국제환경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클린턴 전 대통령이 평양에서 한국인 억류자 문제도 언급함으로써, 향후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韓美 양국공조 전망을 밝게 해 준다.
북한의 독재자 김정일은 능수능란한 對人관계와 화술(話術)을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그는 ‘영악(獰惡)한’ 지도자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2005년, 당시 정동영 통일부장관과 회담 중에 김정일은 김일성의 유훈(遺訓)이라며 ‘비핵화’를 다짐했다. 그러나 북한은 그 이듬해 10월 최초의 핵실험을 감행, 자신의 말을 뒤집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김정일의 약속을 믿는 정치인들이 적지 않다.
북한은 지금 한국정부를 시험하려 하고 있다. 북한이 미국과 한국으로부터 느끼는 체온은 현격히 다르다. 북한은 지금 분명히 물질적 부족 특히 식량과 외화 부족상황에 놓여있고, 5인의 한국민 억류자를 매개삼아 보상을 얻어내려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 정부의 방식을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 같다.(konas)
홍관희(안보전략연구소장/ 재향군인회 안보교수)












![[안보칼럼] 강한 국군이 곧 평화의 조건이다](/img_data/article/260930/260930_63035.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