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원칙' 견지, 國民인내심 필요
북한의 갑작스런 對南對美 유화제스처로 남북관계가 혼란스럽다. 금년 상반기만 해도 대남 ‘전쟁불사’운운하며, 미사일과 핵실험을 감행하던 북한이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차 서울 방문 중, 이명박 대통령을 면담하기 위해 초조하게 호텔에서 하루 종일 기다리는 일이 일어났다.‘남북관계 개선’을‘호소’하기 위해서였다. 불과 몇 달 사이 변화된 한반도 현실을 새삼 실감한다.
북한의 태도변화를 가져 온 배경은 두말 할 나위 없이 UN의 1874호 대북제재 결의이며, 이를 토대로 한 미국의 엄격하고 일관된 대북제재 시행이다. 韓美의 긴밀한 정책조율도 큰 몫을 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북한은 일단‘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금융제재로 인한 현금부족 상황을 벗어나려는 전술이다. 안타깝게도 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태도는 보이지 않는다.‘핵무장’이 체제목표와 결부돼 있는 北 정권으로선, UN과 韓美의 ‘핵포기’ 요구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북핵 해결’은 지난(至難)한 과제다. 남북 간 최대‘모순’요인이라 할 만하다. 우리 입장에서 볼 때,‘비핵화’는 대한민국의 안전과 평화, 번영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이번 북한의 유화제스처는‘힘’이 수반된 북핵 정책이 효력을 발생할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해 주는 사례다.
그럼에도 남북 간 만남 때 북한은 핵문제가“남북 문제가 아닌, 미북 간 이슈”라는 억지 주장을 편다. 그리고 현정은 현대 회장 등 민간인과의 별도 채널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현금과 물자를 지원받으려 한다. 이런 점에서‘현대-北당국’간 그리고 이번 DJ 조문 때 발생한‘김대중평화센터-北당국’간 직접 접촉은 실정법(實定法)상으로도 문제가 될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 측면에서도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오늘“금강산관광을 북한과 협의한 적이 없다”며,“조건이 충족돼야 (금강산관광이)가능하다”고 밝힌 것은 늦었지만 시의 적절했다고 판단된다. 현대 아산이 다음 달 개성관광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는 오늘 일간신문 보도에, 또 다시 민간기업이 앞장서고 정부가 마지못해 끌려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국민들 사이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현정은 씨는 지난 8월초에도 평양 일정을 5일이나 연장하면서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을 얻어낸 후,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관광사업 재개를 포함하는 5개항에 합의하고 돌아 와, 국민과 정부를 당혹케 한‘전과(前科)’가 있다. 사익(私益)을 위해 국가 이익을 훼손하는 일이 더 이상 반복돼선 안 된다. 개성금강산관광 재개 여부는 현대아산 개인 기업의 수지(收支) 차원이 아닌, 대북안보통일정책의 큰 테두리 내에서 검토돼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한편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구실 하에, 조건 없는 대북지원과 관광사업 재개를 요구하는 일부 야당의 정치공세도 큰 문제다. 이들의 선전공세가 포퓰리즘에 편승, 국민들의 판단을 흐리고 있다.
다행히 오늘 중앙일보 여론조사 결과는 금강산관광 재개와 관련, “서두를 필요가 없고, 관광객 사망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후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60.8%)를 차지, 국민의 판단력이 점차 성숙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지금 정부가 원칙과 현실여건 속에서 고심하는 흔적이 역력하다. 민주정치가 되다 보니, 국민여론도 무시할 수 없음을 이해한다. 그러나 일단 (정권을)위임 받았으니, 평가는 역사에 맡기고 소신껏 정책을 추진하는 태도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북한이‘평화’를 외치고 유화적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우리도‘좋은게 좋다’는 식으로 호응하여 남북관계 개선의 호기로 삼자는 견해가 언뜻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러나 앞서 분석한 바와 같이, 속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그리 간단치 않다.
북한은 핵문제는 언급 자체를 회피하면서,“평화”와“민족”"남북관계”구실하에 현금과 물자를 지원받으려는 속셈이다. 제재국면으로 경색된‘돈 가뭄’난관을 남북관계로 보상받고자 하는 전술이다.
개성 및 금강산관광이 문제가 되는 것은‘재발 방지’약속이 없어서가 아니라, 현금이 北에 유입되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신변안전 보장과 재발방지 약속을 한 들, 과연 언제까지나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 약속다짐 후 뒤집은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기에 하는 말이다.
오바마정부가 정확한 대북인식에 입각, 일관된 대북정책을 펴고 있어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美 유수의 언론 및 분석가들은 최근 북한의 태도변화 및 향후 대북정책 방향과 관련, 냉정하고도 합리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紙는 북한의 유화제스처를 “구애 공세(a charm offensive)”로 표현했으며, 美 CRS(의회조사국) 보고서는 “北의 유화적 태도가 강력한 금융제재와 연계”돼 있다고 지적했다.
美 국무부는 24일 최근 남북관계 개선 조짐과 관련 “이를 환영한다”고 밝히면서도, 북한의 태도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변화 움직임을 발견할 수 없다”며, ‘비핵화’를 추구하는 미국의 입장에 어떠한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북한 측의 스티븐 보스워즈 대북정책특별대표 방북 요청을 거부하고, 북한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타진하고 있는 미북 직접대화를 일축하면서, 6자회담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우리의 대북정책이 중요한 기로에 이르고 있다. 정부가 원칙을 견지하기 위해선 국민들의 인내심과 격려가 필요하다. 오늘 동아일보 칼럼(배인준 논설주간)에서“한미 정부가 北에 대한‘핵 불용’정책을 일관성 있게 끌고 갈 수 있도록 ... 국민부터가 관광 재개를 거부”할 수 있는 인내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konas)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 재향군인회 안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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