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억원 이상의 생산손실과 100명 이상의 부상을 초래하면서 쌍용차와 협력사 근로자, 그리고 그 가족 20여 만명을 실직 위기에 빠뜨린 쌍용차 사건이 오늘 우리사회에 준 메시지는 무엇일까? 우리사회의 시위문화는 어떻게 이어져 왔으며, 선진사회를 바라보는 시위문화는 또 어떻게 변화되어야 할 것인가?

 이러한 문제를 놓고 한 시민사회단체 주관의 토론회가 열렸다. 이 날 토론회에서는 해방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각 시대상황에 따른 시위의 변천과정을 짚어보고, 해외 선진국가의 시위양상을 함께 비교하면서 이제는 불법폭력시위가 더 이상 발을 붙이게 해서는 안 된다는 공통된 의견도 개진됐다.

▲ 31일 오후 2시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선진 시위문화 정착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제 및 토론자들이 발제자의 발제 내용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강경근 숭실대 교수, 조남홍 전 경총 상근부회장, 박두익(사회자)사실련 대표, 이휴상 한국노사문제연구원 이사장, 유정엽 한국노총 노동인권국장). ⓒkonas.net

 또 이 날 발제와 토론에서도 두드러졌듯이 지난해 100일이 넘는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관련 불법 폭력 촛불시위로 3조7천억 상당의 국가적 손실 추정과 쌍용차 사태로 인한 77일간의 장기투쟁 과정에서 외부세력들의 쇠파이프와 화염병, 볼트와 너트를 새로 제작한 새총으로 발사하며 쌍용 평택공장을 요새화(?)로 주도한 사태가 오늘날 우리나라의 시위문화를 대변하는 현 주소란 얘기도 거론됐다.

 31일 오후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는 '사회정의실현 시민연합(대표 박두익, 이하 사실련) 주관으로 그릇된 시위문화를 바로잡고 선진 시위문화 정착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선진 시위문화 정착을 위한 토론회'를 주제로 내건 이 날 토론회에서 조남홍 전 한구경영자 총협회 상근부회장은 모두에서, 지난 2001년 자행된 불법폭력시위는 215건인데 비해 2006년에는 60건으로 줄었으며, 작년 8월 현재 경찰청 통계에 의한 불법 폭력시위는 77건으로 총 시위에 비해 0.5%에 불과할 정도로 수치는 전체에 비해 미미한 숫자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이 기간에 노사분규 건수 또한 130건으로 줄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집회시위의 양상이 점차적으로 각 시민사회단체간의 연대와 장기화가 이뤄지면서 시위 횟수는 줄어들면서도 했다하면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양상으로 번지고 있어 더 큰 사회문제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 조남홍 전 경총 상근부회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konas.net

 조 전 상근부회장은 우리사회의 폭력시위집회로의 변질에 대해 "대화와 타협보다 강경투쟁노선을 선호하는 풍토가 불법폭력시위를 조장하고 지속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시위대의 입장에서 볼 때 요구조건을 수용시키는데 불법이 준법보다 낮다는 생각과 불법 폭력 집회시위를 생존권차원의 문제로 인식하는 일반 국민들의 관용적 태도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법당국의 소극적 대처의지가 불법시위를 확대 재생산시키는데 일조 한 것으로 비판받고 있다"며 이에 대한 경찰의 조치 또한 "불법행동에 대한 처리결과는 불구속 비율이 2006년에는 58.5%에서 2008년에는 86.7%로 증가했고, 기소율 또한 2003년에는 67.7% 이던 것이 2007년에는 54%로 낮아지고 있다고 비교했다.

 이외에도 우리 국민의 또 다른 심성을 들기도 했다. 즉 '남을 배려하는 심성'부족과 국가공권력에 대한 은연 중의 경시풍조가 후진적 시위문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국민의식을 그릇된 집회시위의 한 요인으로 짚기도 했다.

 그는 우리의 이러한 집회시위문화와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등 한 때 극렬한 시위문화로 몸살을 앓았던 국가들의 지난 시위문화 행태를 적시하고, 불법폭력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함으로서 평화적 시위는 최대한 보호하면서, 새로운 시위문화를 형성케 한 사실을 분석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외국의 사례로 ▲엄정하고 공정한 일관된 법 집행 관행 ▲불법폭력에 대한 비판적 의식 가미 된 언론매체 공통 존재 ▲정부 주도에 의한 비폭력·평화적 선진시위문화 정착 등을 예로 들었다.

 이어 우리의 집시문화의 선진화를 위한 과제로 △'집회시위'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전환 필요 △공권력의 일관성과 불법에 대한 엄정성 유지 필요 - '법 집행 일관성 유지 위한 공동매뉴얼 개발', '불법에 대한 사법조치의 확실성', '집회시위 관리체계의 확립' △집시법의 보완 - '영업권의 보호', '소음행위의 실질적 규제', '용어개념의 명확화', '신고기간의 조정', '집회취소 통고 의무규정의 보완', '위해 물품 휴대·사용 금지규정의 보완강화', '벌금수준의 재조정' △진압경찰의 전문화와 언론의 역할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건전한 시위문화 정착을 위한 언론의 역할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위법부당한 공권력의 법 집행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감시하고 적법한 법 집행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격려하는 언론의 선진화된 보도문화 정착이 요구된다"고 말하고 "집회시위문화의 선진화는 국가의 품격을 높일 뿐 아니라, 경제성장과 종국적으로는 고용증대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등 그 사회적 파급효과가 지대하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이 날 토론회에는 기자회견장이 비좁을 정도로 많은 청중들이 참석해 발제자와 토론자의 의견을 경청했다. ⓒkonas.net

 이휴상 한국노사문제연구원 이사장은 '우리나라 노사관계 및 폭력시위'를 주제로 한 발제에서 우리의 노사간의 문제점에 대해 "노사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평상시의 노사관계 신뢰구축 관계임에도 우리나라 노사관계는 임단협 시기에만 주로 노사관계가 형성되고 평상시에는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강경투쟁과 일부 재벌의 비리행위가 연루됨으로서 강경투쟁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의 어느 정도 용인과 친 노동자 성향의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의 탈법적인 노동운동에 대한 처벌수준이 미흡함에 따라 준법투쟁보다는 '강경투쟁'과 소위 '떼법'이 통해 타협보다는 대립적이고 강경투쟁 적인 노동조합활동을 하는 방향으로 더욱 갈등이 심화된 영향도 끼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대립과 갈등적 노사문제를 상생 적이고 동반자적 노사관계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 하는 알선, 조정보다는 쟁점현황을 파악해 해소하는 예방적 행정으로의 근본적인 노사정책을 강화하는 신 노사문화가 조기에 정착되어야 하고, 노사가 상호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참여와 협력을 실천하고 자율과 책임을 다하는 상생적 노사관계가 확립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토론자들도 불법과 폭력시위에 대한 온정주의 등을 배격했다. 숭실대 강경근 교수는 "범죄자나 범법자들에 대한 온정주의 내지 처벌 회피주의를 인권보호로 채색하는 오류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며 "범죄자에 대한 인권의 보호는 그에 대한 정당한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의를 실현하는 일에 있는 것이지 그가 자신이 지어야 할 책임의 무게를 줄여 주는 것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법의식에 입각한 법과 제도 그리고 질서야말로 한 사회의 법치국가적 수준을 높이게 된다"고 법의 온정주의를 배격했다.

 이에 비해 한노총 유정엽 정책국장은 집회·시위의 자유보장 필요성을 주장하며 "최근 당국이 사전 집회를 불허한 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폭거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말하고 "법과 원칙만을 강조하기 전에 노사관계 갈등원인을 규명"하는 대화와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주최측은 이 날 또 다른 토론자로 지정되어 있는 민노총 관계자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불참하게 되었다고 공지했다.

 한편 집회시위와 관련해, 합법적인 집회 1회에 드는 사회적 비용은 3,134만원이고 폭력적 불법시위 1회에 드는 사회적 비용은 약 910억원으로 2905배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도된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