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문제와 ‘統一’의 현실적 접근
1. 북한, 또 다시 核 벼랑끝 전술
북한이 ‘협박’을 통해 양보를 얻어내려는 상투적인 벼랑끝 전술을 또 구사하고 나왔다. 8월 중 시도했던 對南‧對美 유화 제스처가 효과를 보지 못함에 따라, 이번엔 핵무기 개발을 공언(公言)하며 국제사회를 압박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7년간 그 존재를 부인해 온 ‘우라늄농축 핵개발’을 기정사실화하면서, UN제재에 대한 강경대응을 호언하고 있다는 점이다. UN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에게 보내는 서한 형식을 빌어, 4일 “우라늄 농축과 폐연료봉 재처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으며 추출한 플루토늄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또 다른 자위적 강경조치”를 언급했다.
지난 8월 한달 동안 玄정은․金정일 면담, 金大中 전 대통령 조문단 파견과 李明博 대통령 면담, 12‧1 조치 일방 해제, 5명의 한국인 억류자 석방 등 숨가쁜 對南유화 조치를 취하며, “북남관계 정상화는 민족사의 요청이고 시대의 절박한 요구”라고 선동했던 북한이다. 은근히 李명박 정부로부터 무언가 지원을 기대했지만, 성과를 얻지 못하자 태도를 돌변한 것이다.
앞으로 이러한 북한의 대남 협박과 도발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구체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과 3차 핵실험 등 추가적인 도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자칫 한반도의 긴장이 급격히 고조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정부는 확고한 안보태세를 유지하며 韓․美 공조하에 북한의 협박과 도발에 의연히 대처해야 한다. 북한의 위협에 타협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국내 친북세력들의 동향인데, 이들은 여전히 ‘남북관계’ 개선을 구실삼아 “북한이 손을 내미는데, 일단 잡아야 되는 것 아닌가?”라며 대북 유화를 주장할 것이다.
그리고 북한의 對南공세가 ‘정부의 남북협력 거부 때문’이라고 선동할 것이다. 이런 경우, 정부는 원칙을 지키면서 對국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核문제의 자초지종(自初至終)을 설명하면서, 끊임없는 북한의 핵보유 야망을 알려주고, 정부의 現 정책이 북한의 핵보유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현재로선) 방안임을 말해줘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사회 내 북핵 인식이 올바른 방향으로 확산되고 있는 현상이다. 9월 5일자 「조선일보」사설도 지적한 것처럼, 북한의 핵개발이 결코 포기될 성질의 것이 아니며, 결국 체제와 운명을 같이 할 것이라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고, 이에 따른 우리의 대응방향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할 수 있는 방안이 현재로선 마땅치 않다. 1994년 경우처럼 ‘외과수술(surgical strike)’ 공격을 검토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핵시설을 영변 외 지역 특히 지하에 은닉해 놓아 그 위치를 정확히 알 수도 없다.
북핵을 포기시키기 위한 협상무대인 6자회담도 현재 북한의 ‘파업’으로 문이 닫혀있다. 설사 북한이 회담에 복귀한다 해도 핵포기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중국의 미온적(微溫的)인 태도도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대북 경제․금융제재일 것이다. ‘돈줄’을 막아서 핵개발을 못하게 하는 방법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북한경제는 침몰 직전이다. 외부의 지원이 없으면 견디지 못한다. 중국의 지원으로 가까스로 연명해나가고 있다.
현재로선 일단 경제․금융제재를 보다 확실하고 일관되게 시행하고,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지난 2005~2006년 부시 정부가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을 통해 시도한 대북 금융제재는 매우 성공적이었고 그만큼 북한에 충격을 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관성 없던 부시행정부가 이를 중단함으로써 북한은 또 다시 살아났고, 1-2차 핵실험을 감행하기에 이르렀다.
설사 중국이 역(逆)방향으로 나아간다 해도, 한국이 주도하여 韓․美, 韓․美․日, 그리고 UN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호응한다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우리의 경우 민간(民間) 수준에서의 대북지원을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 음으로 양으로 그리고 ‘십시일반(十匙一飯)’式으로 북한에 들어가는 물자지원 규모가 적지 않다. 북한에는 엄밀한 의미에서 ‘민간’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 모든 것이 김정일 정권이 핵개발하는데 이용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
2. 통일 논의, ‘사변적(思辨的)’ 아닌 ‘현실적’ 접근 필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현실과 거리가 먼 사변적(思辨的)인 ‘통일’ 논쟁이 벌어져 국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
원래 ‘통일(統一, unification)’은 정치․군사적 개념이고, ‘통합(統合, integration)’은 사회․문화적 개념이다. ‘통합’에 관한 이론은 먼저 문화적 동질화 곧 가치관의 합일(合一)을 실현해 궁극적으로 정치․군사적 통일에 이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물론 지당(至當)한 논리지만,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통일이 이론(理論)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치․군사 통일은 부단히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어느 날 갑자기 올 수도 있고, 수많은 전략과 지혜를 통해 얻어지기도 한다.
아직도 우리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으로 남아있는 「민족공동체」 통일방안만 해도, 그 현실성은 높지 않다. (i)화해 협력 (ii)남북연합 (iii)국가통일 3단계를 상정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한반도에 특별한 사변(事變)이 없을 경우의 가상적인 통일 로드맵을 상정한 것이지, 꼭 이 방안대로 실제 통일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다행히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자유민주’ 통일을 기반으로 함을 명시하고 있다.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1994년 김영삼 대통령이 행한 “제49주년 광복절(8.15) 경축사”에서 구체적으로 제시되었다. 金泳三 정부는 이 경축사 중 <통일에 대한 정부의 기본적 입장>을 천명한 부분에서, 통일의 기본철학으로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자유민주주의가 바탕이 되어야” 함을 명확히 선언하고 있다. (통일원, 『8.15 대통령 경축사 해설자료』, 1994.8. pp. 35-46)
이렇게 볼 때,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2단계인 「남북연합」은 자유민주주의를 기본으로 삼은 점에서, 6․15공동선언에 나오는 「연합제」—「낮은 단계 연방제」와 공통점이 있다고 주장된—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며칠 전 어느 세미나에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연장선상에 6․15선언과 10․4선언이 있다”며 그 수용을 촉구하는 주장이 나온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다. 6․15선언이 북한 대남전략 핵심인 「연방제」를 수용했다는 점에서, ‘자유민주’에 기초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과는 근본적으로 융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1단계인 「화해․협력」단계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엄수돼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8․15경축사 중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밝히는 부분에서, 한반도비핵화가 선결돼야 하며, 북한의 인권개선과 억류자 문제의 해결 및 특히 북한당국의 대남 적화전략의 포기가 요구되었다. 金영삼 정부의 대북정책이 분명한 원칙에 입각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민족공동체」 방안 로드맵에 따라 보더라도, 현재의 한반도는 북핵 문제로 인해 ‘화해․협력’ 단계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북한의 ‘핵 不포기’ 의지와 점증하는 체제위기를 고려할 때, 이제 통일문제에 관한 한 사변적이 아닌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남북공동체 실현 → 통합 → 통일>로 가는 로드맵보다는 <북한의 체제붕괴 → 정치․군사적 통일 → 통합의 장기적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의 개입으로 이대로 분단이 더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경제의 붕괴, 후계구도의 불확실, 점증하는 북한주민의 개안(開眼)과 외부정보에의 노출은 북한 金日成․金正日 수령유일지배체제의 붕괴를 필연적인 것으로 만들고 있다.
문제는 이 상황에 대한 우리의 대처방안이며, 이를 어떻게 통일과 연결시킬 수 있는가가 통일 논의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konas)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 재향군인회 안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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