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헌법에 나란히 들어간 '선군(先軍)'과 '인권(人權)'을 보며
북한이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을 개정해 '공산주의'라는 용어를 삭제하고 '선군(先軍)사상'을 주체사상과 함께 북의 지도이념으로 명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인권 존중·보호' 조항도 새로 넣었다. 북한을 다스리는 현실적 주체가 법이 아니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개인인 상황에서 헌법과 법률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헌법 개정 방향엔 북한 지도부의 생각과 전략이 담겨 있을 수 있다.
공산주의 이론에서 공산주의 사회란 사회주의가 진행돼 결국 프롤레타리아 계급 하나만 남는다는 일종의 이상(理想)사회다. 물론 그런 사회는 구소련을 포함해 지구상에 어느 곳에서도 존재한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나타날 수 없는 사회다. 지금 북한의 현실은 거꾸로 당·정·군 간부계급과 굶주리는 국민 사이의 양극화가 초기 자본주의 사회를 능가할 정도로 악화돼 있다. 북한이 헌법에서 공산주의를 삭제한 것은 이런 현실을 인정했다는 것일까. 그건 믿기 어려운 일이다.
북한은 헌법에서 공산주의는 뺐으나 사회주의는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북한의 헌법 개정은 과거 중국이 개혁·개방에 앞서 헌법에서 공산주의 색채를 약화시켰던 것과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북한 지도부가 경제 분야에서 어느 정도 융통성을 갖기를 희망했을 수는 있다.
북한이 중국의 뒤를 따라가려면 유명무실한 헌법을 개정할 것이 아니라 핵(核)부터 포기해 국제 사회에 비정상이 아닌 '정상 국가'라는 인식을 심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나 북한은 반대로 군대가 모든 것에 우선한다는 선군사상이란 것을 국가의 지도이념으로 헌법에 새로 명시했다. 한 나라 전체를 군사화·병영화 하는 것을 '사상'이라고 주장하는 국가를 정상으로 보아줄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이렇게 스스로 군사국가·병영국가임을 선언한 나라가 '인권 존중·보호'를 헌법에 넣었다고 무슨 의미가 있을 리 없다. 다만 북한이 입에 담기도 싫어하던 '인권'이란 용어를 헌법에 명시한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 인권 압박을 의식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북한이 그 의도야 어떻든 제 헌법에 인권이란 단어를 집어넣은 만큼,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그것을 지렛대로 삼아 북한 정권이 지금처럼 주민들을 함부로 짓밟지는 못하도록 북한 인권에 대해 보다 적극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9.29조선일보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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