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은 유엔 PKO 참여를 피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의 위상에 비춰 보더라고 그렇다. 또 국위 선양 등 국익의 실현을 위해서도 그러하다. 이왕 유엔 PKO에 동참하기로 한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럴진대 유엔 PKO 참여는 유엔이 원하는 바에 최대한 부응하는 방향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헌법 제60조 제2항의 틀 안에서 국회 동의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을 포함한 유엔 PKO 참여법률을 시급히 제정해야 한다.

 첫째, PKO 파견절차(혹은 참여) 법률안(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관)과 PKO 상비부대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국회 국방위원회 소관)을 분리해 입법을 추진하는 것이 국회법 정신과 규정에 더욱 부합한다.

 둘째, 유엔 PKO 외에 다국적 PKO를 함께 규정하는 국제평화유지활동 참여 혹은 파견절차 법안의 제정을 단기간 내에 실현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우선 유엔 PKO 파견절차와 참여 법률안 입법부터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이 경우 유엔의 승인을 얻어 추진하거나 유엔 틀 밖에서 이뤄지는 다국적군 파견이나 다국적·국제적 PKO 파견은 기존의 국회 동의절차를 밟아 추진토록 한다. 이후 중·장기적 차원에서 유엔 PKO 파견절차와 참여 법률안을 개정해 다국적·국제적 PKO 파견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강구한다.

 셋째, 유엔 PKO 파견절차나 참여 법률안의 제정을 추진할 경우, 평화집행과 평화강제 업무까지 포함하는 3단계 PKO를 목표로 입법을 모색하도록 한다. 다만 야당의 입장, 국민 여론의 추이를 고려해 3단계 PKO까지 포함시키는 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평화강제를 제외하는 방안도 신축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넷째, 오늘날 PKO의 참여범위가 군인 이외의 실체로까지 널리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이에 걸맞게 우리 경우에도 PKO 참여 주체에 군인(개인과 부대단위 포함)뿐만 아니라 공무원(경찰ㆍ군무원 등), 개인과 NGO도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하다.

 다섯째, 유엔의 요청으로부터 실제 국군 파견까지 드는 시간이 보통 5~6개월, 길게는 8~11개월에 이른다. 정부 안에서 처리기간 단축과 함께 국회 동의 절차의 간소화를 모색하는 것이 절실하다. 이와 관련 사전동의 제도 도입이나 정부와 유엔 간의 잠정합의권 인정-국회의 신속처리 절차 법제화가 요구된다. 최근 후자의 방안이 위헌성이 적으며 적실성이 있는 방안으로 급부상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최초 파병기간ㆍ연장기간ㆍ재연장 기간은 1년을 원칙으로 하되 사안별로 따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 다만 국회가 휴회로 인해 기존 파병 동의 종료 시한 안에 연장 동의안을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 정부는 우선 파병을 연장하고 국회의 사후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일곱째, 파견 종료나 철수 때에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임무 종료 전의 철수에 대해서는 국회가 이를 정부에 대해 요구하기보다 권고하고, 철수 여부는 최종적으로 정부가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3권분립의 정신에 비춰 맞는 입법태도라고 생각한다.

 여덟째, PKO 상비부대의 설치근거를 명시하되 상비부대의 규모, 편성·운영 등에 관한 보다 자세한 사항은 별도의 법률로 정하는 것이 법체계상 적절하다고 할 것이다.

 아홉째, 유엔 PKO 참여의 효율성과 안정성 확보, 그리고 민주적 통제의 실효적 작동을 위해 현지조사단 파견, 국회 보고, PKO 정책협의회 구성·운영에 관한 내실있는 규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18대 국회는 이미 제출된 법률안의 골자를 재정리한 기초 위에서 헌법과 국회법의 정신과 내용에 상충되지 않는 방향에서 PKO 참여와 파견절차를 실효적으로 뒷받침하는 제도와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PKO 파병 절차의 간소화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는 것이 가장 긴요한 일이다. 아무쪼록 이른 시일 안에 관련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돼 한국의 PKO 파견과 참여가 신속히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덧붙인다면, 유엔 PKO 참여와 파견절차에 관한 법률 제정 추진과 함께 정부가 우리 국민들의 PKO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제고하는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국민들의 PKO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호응 분위기 확산은 결국 유엔의 요청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정부가 참여 결정을 하는 것은 물론 국위선양과 국익 극대화에 유리한 여건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언론과 NGO의 협조를 확보하는 다각적인 방안도 아울러 강구해야 한다.(konas)

 제성호(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