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칼럼] 우수 여성 軍에 몰린다, 왜?
1997년 미국에서 제작된 G.I.jane(‘여군 병사’란 의미)이란 영화는 세계적인 스타 데미 무어가 철인 3종경기 올림픽 참가자이며 해군정보국에서 정보장교로 근무하는 조단 오닐 중위 역할을 맡아 미국 해군 특전대인 네이비실의 훈련을 통과하는 최초의 여성 대원으로 나온다.
이 영화에서 데미 무어는 정보장교다운 지성은 물론 웬만한 보디빌더는 명함도 못 내밀 만한 근육과 강인함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여군은 반드시 남성에 버금가는 강인한 체력과 터프함을 갖추어야 하는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아니다. 기초적인 군사훈련을 견딜 수 있는 체력관리는 필요하지만 반드시 남성과 동등한 신체적 요건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졸업을 앞두고 좁은 취업문을 두드리는 사회 초년생들, 입학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는 젊은이들 모두에게 지금은 고민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시기이다. 이들에게 블루오션(Blue Ocean, 경쟁이 없는 새로운 시장)과 같은 곳이 있다. 바로 군(軍)이다. 특히 여성들에게 이 시장은 넓고 잠재력을 가진 매력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첨단 기술의 발달에 따른 국방 환경의 변화로 전쟁의 양상이 달라지면서 갈수록 군에서 여군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고, 유능한 여성인력의 유입은 취업을 앞둔 여성과 전문인력을 필요로 하는 군 상호에게 유익하다. 따라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도전해 볼 만한 곳이다.
2001년만 해도 장교와 부사관을 포함하여 2,600명이던 여군이 2009년 현재 장교 2,610명(3.9%), 부사관 2,300명(2.1%) 등 4,910명에 이르고 있다. 8년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금년에만 해도 육군 최초의 여군 고등검찰부장이 탄생했고 두 번째의 KF-16 여성 조종사가 탄생했다.
국방개혁 기본계획에는 2020년까지 여군장교 7%, 부사관 5%까지 확대하도록 되어 있지만, 국방부는 이 목표를 2016년까지 조기달성하고, 2020년까지는 장교 7.7%, 부사관은 5.5%까지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여군(간호장교 제외)은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에 창설된 만큼 그 역사도 깊다. 1997년에 공군사관학교가 여성에 문호를 개방한 이래 ’98년에는 해군사관학교가, ’99년엔 육군사관학교가 여성을 향한 문을 열어 정원의 10%를 선발하고 있다.
육군의 경우 포병, 기갑, 군종 병과를 제외한 모든 병과에서 여군이 근무하고 있으며, 2001년에는 해군의 일반 함정에도 여군이 승선하게 됐고, 2002년에 공군은 첫 여성 전투기 조종사 3명을 탄생시켰다.
지난 2004년 전쟁중인 이라크에 파병할 장병 선발시 여군은 31명 모집에 314명이 지원해 10:1의 경쟁률을 보이는 등 이역만리 해외에서도 국위를 선양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아프간 파병 병력에도 여군이 포한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여성들도 군 발전에 적극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아직 ROTC(학군장교)와 3사관학교는 여성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있지 않지만, 김옥이 한나라당 의원(예, 대령)이 지난 9월 30일 개최한 ‘여군 인력 확대와 여대생 ROTC 도입에 관한 정책토론회’ 발표에 따르면, 전국의 4년제 대학교에 재학중인 여대생 500명을 대상으로 한 자체 여론조사 결과, 여대생의 94%가 ROTC 여성 개방에 찬성하고 36%가 이에 지원할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앞서 2001년에는 경기대학교 여대생들이 ROTC 도입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했고, 2005년에는 영남대학교가 ‘학군단 여성후보생 시범학교 지정신청서’를 국방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에서는 ROTC를 여성에게 개방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97개 학군단에 여대생 입단을 허용하는 조치 외에 7개 여자대학에도 학군단을 신설해야 하고, 나아가 학군단 설치를 희망했으나 인력 수급상 설치가 보류된 31개 대학도 신규로 허가해야 하므로 인력 및 예산의 추가 소요가 만만치 않고, 제도의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므로 현재로서는 채택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현재 여군장교로 임관할 수 있는 경우는 학사사관(육․해․공군․해병대, 4년제 대학 졸업자)과 육․해․공군 및 간호사관학교(고교 졸업후 응시), 간부사관(부사관으로 근무중 선발시험 거쳐 임관) 등이 있다.
최근에는 일반대학에서도 군사학과를 개설하여 여성이 군에 진출할 수 있는 폭을 넓히고 있다. 육군은 직업장교와 군사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2004년부터 조선대, 원광대, 대전대, 경남대와 협정을 체결해 군사학과를 개설했는데, 이 중 대전대는 2004년부터, 경남대는 2005년부터 10명의 여학생을 선발하고 있고, 조선대는 2009년 5명 선발을 시작으로 2010년부터 1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이들이 교과과정 중에 이수한 군사학 학점은 여군사관 시험에 응시할 경우 가산점으로 적용된다. 대전대의 경우 2년에 걸쳐 졸업생 100%가 여군장교로 임관했고, 경남대는 2009년 첫 졸업생 중에서 7명이 여군장교로 임관했다.
여군사관 선발은 1차 필기시험(40%)과 대학성적(10%), 2차 면접(30%), 체력검정(20%), 신체검사(합․불), 인성검사(합․불), 신원조회(합․불) 등을 실시하며 합격자는 4개월 과정의 훈련을 마친 후 소위로 임관하게 된다.
일반대학의 군사학과는 사관학교 교과과정과 차이가 없으나 교육환경에 있어 훨씬 자유롭다. 사관학교가 24시간 통제와 복장 및 용모를 단속하는 반면 군사학과는 교육, 군사훈련시를 제외하고는 개방된 생활을 하고 용모나 복장에도 제한을 받지 않는다. 제복은 일주일에 하루 정도 입으며, 복수전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해외연수, 전적지 답사, 산악행군, 안보현장 견학, 사관생도 생활체험, 군부대, 연구기관, 방산업체 방문 등 특성화 활동도 실시해 장교에게 필요한 기본자질을 함양시킨다.
특이한 경우로 여군장교에 대한 꿈을 가진 여대생들이 모여 결성한 한남대 ‘여군장교 준비 동아리’는 2004년 10명 남짓의 인원으로 시작해 2009년 7명이 임관하면서 현재 50여명의 회원이 여군장교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이렇게 우수한 여성인력이 군에 몰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안정적이고 차별없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전문직업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임관 이후 위탁교육이나 해외유학, 20년 이상 복무시 연금 보장 등의 혜택이 매력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육군과 협정을 체결한 학교는 남학생에 한해 군에서 전액 장학금을 지원하지만 여학생은 의무복무가 아닌 까닭에 장학금이 지급되지 않아 차별이란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 부분은 학교별로 학칙에 따른 특별 장학금을 지급하거나, 4년간 기숙사를 제공하는 학교도 있어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여러모로 유리하다.
임관 이후 여군인력의 운용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 군의 인사법상 여군은 단기복무자에 해당되기 때문에 장기복무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여군장교는 임관인원의 50%, 복무연장은 30%까지로 제한하고 있어 장기복무 기회부여 측면에서 여군이 남군에 비해 불리한 입장이다.
이는 많은 여군들이 전문 직업으로 선택한 군생활을 중도에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엄청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대부분의 여군이 직업군인이 되기 위해 군복무를 자원했고,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인력이란 점을 감안할 때 최소한 장기복무 기회는 남군과 동등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우리 군의 우수 여성인력 획득이나 보직, 활용정책 등은 선진국에 비할 바 없이 우수하다. 그러나 여군인력이 직업군인으로서의 전문성을 발휘해 국가에 헌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인력운영 및 관리에 있어서 남군과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군인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보다 확대된 조직이 필요하다. 현재 국방부에 국방여성정책과와 육군에 여군담당관실이 있으나 업무 영역이 매우 제한적이다. 국군이 선진강군이 되기 위해 국방 차원에서 여군문제를 포괄적이고 체계적으로 다룰 수 있는 조직의 보완이 필요하다.(konas)
코나스 최경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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