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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전임자 임금 문제, 원칙에 따라야

타협의 산물로 원칙이 훼손된 개정안에 매달리기보다 내년 1월 자연스럽게 시행될 노조법에 따른 부작용의 최소화에 나서는 것이 타당
Written by. 신보라   입력 : 2009-12-25 오전 10: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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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현대중공업 노조가 내부 구조조정과 영리사업으로 회사로부터 재정 독립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내년부터 시행될 사측의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에 따른 대책이다. 이 노조의 오종쇄 위원장은 “회사의 도움 없이 전임자 임금을 해결하기 위해 주유소‧복합쇼핑상가를 운영하는 수익사업을 펼치겠다”며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 나서려면 어떤 형태로든 노조가 회사에 기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늘 자주독립을 외치는 노조가 재정만은 회사에 계속 의존하겠다는 발상은 자가당착에 불과하다는 반성이 이 같은 변화로 나온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많은 사업장 노조들은 회사로부터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을 지급받아 왔다. 노조 전임자는 근로계약 상의 근로의무를 행하지 않고 노동조합의 업무에만 종사하는 자를 의미한다. 따라서 원칙상으로는 회사는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이에 따라 1997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이하 노조법)을 제정해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과 관련해 사용자는 이에 대한 지급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것은 물론, 만약 이를 지급하는 경우 사용자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다만, 입법 당시 이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 발생할 부작용을 우려해 2001년 말까지 5년 간 유예했다.

하지만 이후 정치권과 노동계의 이해관계에 맞물린 타협 등으로 이 법의 시행은 2001년과 2006년에 걸쳐 계속 미뤄져 왔다. 그 동안 사측의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은 더욱 관행처럼 굳어졌다. 전임자의 평균 연봉도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매출액 상위 35개사 노조전임자의 평균 연봉이 6327만 원으로 근로자 평균 연봉의 2배를 넘었다고 밝혔다. 또한 노조 전임자 수는 임금 지급 금지가 유예되는 동안 노조 1곳당 2002년 2.2명에서 2008년 3.6명으로 늘어났다. 현대기아차그룹은 노조전임자만 360명에 이른다. 회사가 임금을 지급하니 노조에 전임자 감축의 인센티브가 없는 것이다.

노조 전임자는 사측으로부터 임금뿐만 아니라 다양한 추가 혜택까지 받았다. 파업 기간에도 임금과 초과 근로수당을 빠짐없이 받았다. 일반 노조원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받지만 노조 간부들은 예외였다. 일부 대기업의 노조간부는 그랜저, 쏘나타 등 전용차량과 유류비도 제공받았다. 2008년 노조 전임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조전임자는 출퇴근 면제, 재임기간 중 징계 적용 불가 등도 누렸다. 이들은 일 안하고도 임금을 지급 받는 과도한 혜택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욱 투쟁에 매달렸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노조 전임자의 수가 많을수록 파업 발생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노조 전임자에 대한 사측의 임금 지급은 한국에만 있는 기형적인 관행이다. 기본적으로 노조는 노조의 이익을 사측에 요구하기 위해서라도 회사로부터 재정적인 독립을 해야 한다. 또한 사측은 노조 전임자가 근로의무를 이행하지 않기 때문에 근로에 해당하는 임금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근로 시간 중에 벌어지는 노사 교섭, 임금 협상 등의 활동에 대한 근로자 대표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사측의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온 게 현실이었다.

많은 선진국들은 노조 전임자 임금을 포함한 노조 운영비 전액을 노조가 스스로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세우고 있다. 미국은 노조가 사측에게 금전을 받으면 1만 달러 이하의 벌금을 문다. 프랑스도 종업원 수에 따라 월 10-12시간에 한해 유급으로 인정받을 뿐이다. 영국의 경우에도 노조 전임자들은 노동조합비에서 임금을 지급받는다. 노조 운영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위해서는 회사측은 물론이고 제3자로부터의 지원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영국 노동조합의 일관된 입장이다.

한국도 이제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의거해 사측의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명시한 노조법이 다년간의 유예를 끝내고 2010년 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노조법을 둘러싼 노사정의 이해다툼과 타협은 결국 원칙을 훼손하는 데까지 나아가고 말았다.

지난 4일 노사정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전격 합의하고 '전임자‧복수노조 제도개선 관련 노사정 합의문’에 서명했다. 합의문은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 문제에 대해 내년 6월말까지 현재까지 지급하되 내년 7월 1일부터 타임오프제(근로시간 면제제도)를 실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 등 영세사업장에서의 합리적인 노조활동은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최대한의 조치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노사 교섭 △조합원 고충처리 △산업안전보건 등 타임오프제 취지에 맞는 활동에만 전임자에게 급여를 주기로 했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이 합의문을 기초로 한 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타임오프제 급여 대상에 '통상적인 노조 관리 업무’까지 포함시켰다. 여기서 통상적인 노조 관리 업무의 개념 자체가 지나치게 모호하고 광범위한 것이 문제다. 어떤 업무가 정확히 타임오프 대상인지 모르니 노조는 단체협상 교섭과정에서 파업을 빌미로 타임오프제 적용범위를 확대해 달라 요구할 수 있게 됐다. 결국 노사 분란을 더욱 키우고, 무노동 무임금 원칙까지 훼손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13년째 노조법 시행이 미뤄진 것은 원칙과 정의보다 정치적 타협과 협상을 우선했기 때문이었다. 계속해서 이뤄지는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타협과 협상은 결국 변칙의 개악안을 만들어낼 뿐이다. 원칙은 분명하다. 일하지 않는 자에게 임금 지급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또한 노조는 재정적인 자립을 통해 자율성과 독립성을 담보로 사측과의 정당한 교섭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현대중공업노조의 결단처럼 말이다.

노사관계의 불합리성은 한국의 노동생산성 문제에서 꾸준히 지적받아 온 것이었다.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 금지는 투쟁일변도의 노조 문화를 바꿀 수 있다. 파업과 강경투쟁 등으로 사측으로부터 전임자 임금 등 많은 혜택을 고수하거나 늘리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노조 전임자 임금이 조합비로 충당될 경우 전임자로 하여금 책임을 갖게 하고 권력화 되는 전임자를 견제할 수 있는 일종의 감시 장치도 마련될 것이다. 이는 합리적 노사관계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타협의 산물로 원칙이 훼손된 개정안에 매달리기보다 내년 1월 자연스럽게 시행될 노조법에 따른 부작용의 최소화에 나서는 것이 현재 당정의 역할이 되어야 할 것이다.(http://www.cfe.org/)

신보라(자유기업원 시민논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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