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동아시아 정세와 한국 외교의 방향
Ⅰ. 서론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을 신호로 2007년 말부터 서서히 퍼져가던 ‘대침체(Great Recession)'가 전 세계로 확산됐다. 1930년대 경제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 위기였다. 미국발 금융위기였던 만큼 GM, 메릴린치, AIG 등 미국의 거대 기업들이 리먼 브라더스의 뒤를 이어 파산했고,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도 기업 도산과 실업률 증가를 겪는 등 경제 침체의 늪에 빠졌다. 대침체 이후 일 년이 지난 지금도 그 후유증이 아직 가시지 않고 있다. 아일랜드와 그리스 등 일부 유럽 국가는 나라가 파산할 위기에 처해 있으며, 미국의 실업률은 10%대에 달한다.
그러나 이 혼란을 기회로 삼아 발돋움한 국가가 있다. 중국은 세계가 대혼란에 빠져 있을 때 연 8%라는 엄청난 성장률을 기록하며 그 위상이 대단히 높아졌다. 중국의 상승세로 미국과 중국을 뜻하는 G2(Group of two)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고,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중국의 존재가 커지면서 동아시아지역 또한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중국이 세계 전체보다는 아시아지역의 중심이 되는 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앞으로 동아시아 지역 정세가 중국으로 인해 변화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2009년 여름 일본에서의 하토야마 유키오 내각 출범은 동아시아 정세의 변화를 불러온 정치적 요인이다. 민주당 후보였던 하토야마 총리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54년 동안 이어진 자민당 집권 체제의 막을 내렸다. 그는 집권한 후 그간 자민당 정권이 유지해 왔던 일본의 대미 정책이 ‘복종적’이었다며 두 국가 간의 사이를 동등하게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중국과는 하토야마 총리의 지론인 ‘우애’를 강조하면서 이전보다 더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일본은 정권이 바뀌면서 그간 소홀했던 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의 상승과 일본의 새 정권 출범 이후 동아시아의 세력 균형 변화와, 동아시아 국가들의 아시아 내 주도권 경쟁이 발생하였다. 이 것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가? 또 한국외교는 여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Ⅱ. 중국의 동남아 공략과 한국의 대응
서론에서 언급했듯이 중국은 세계가 기대하는 대로 미국과 함께 지구 온난화, 테러 등 세계 공동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보다는 아시아 지역의 맹주가 되는 데에 관심을 두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고도성장으로 위상이 높아진 중국이 진정한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지역 내 주도권을 잡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인식했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앞두고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를 국빈방문했다. 후 주석은 말레이시와 관광객들과 어울리며 기념촬영을 하고, 싱가포르에서 “중국과 싱가포르는 긴밀한 공조관계를 맺어온 우방”이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성명을 발표하는 등 동남아시아와 중국의 유대를 강화하는 데에 힘을 기울였다. 중국이 아시아의 떠오르는 시장인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올해 1월 1일부터 발효된 중국?아세안간 자유무역협정(FTA) 개막을 앞두고 동남아와의 신뢰를 쌓으려 했다. 순방 후 중국은 올 1월 7일 난닝시에서 아세안 10개 회원국 지도자들을 초청해 중?아세안 FTA를 경축하는 행사를 가졌다. 중?아세안 FTA는 6조 달러에 달하는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유럽연합(EU).북미자유무역지대(NAFTA)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이다.
한국은 중국이 동남아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주목하고 동남아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글로벌 금융 위기로 미국과 유럽의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아시아 시장의 중요성이 부각되었고, 특히 아세안은 주목받고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미 2007년 6월부터 태국을 제외한 아세안 국가들과 FTA를 맺었고, 작년 2월에는 태국과의 FTA도 발효되는 등 경제교류는 활성화 되어 있다. 또한 한?아세안은 아세안 회의와 APEC회의 등을 통해 자주 접촉하기도 한다. 그래서 기존의 정상 회담이나 경제 교류 측면에서 길을 모색하는 것과 더불어 ‘한류’를 이용한 한국 문화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잘 알려져 있듯이 2PM, 원더걸스 등 한국 아이돌 가수와 송승헌, 이병헌 등 한국 배우들은 현지에서 정상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이 한류 열풍이 실질적인 문화교류가 아닌 몇몇 가수와 배우에서 그친다는 것이 문제이다. 얼마 전 태국 푸껫에서 열린 국악 공연이 그 예이다. 동남아와의 문화교류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관객의 대부분은 교민이었다. 동남아 국가에서 열리는 이런 문화행사는 ‘교민 잔치’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실 있는 문화교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한류스타 발굴 외에도 서적, 음식, 전통 문화 등 문화 콘텐츠 교류가 활성화 되어야 한다. 인기 한국 소설의 번역서 출판과 홍보, 한식 무료 강좌 개설 등이 좋은 방법일 것이다. 우리 전통 예술 공연과 태국 전통 예술 공연이 함께하는 무대를 만들어 현지인들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방안도 추진해야 한다. 동남아 문화교류 활성화를 위한 전담부서의 구성과 필요한 예산의 지원 등 정부의 체계적 도움도 필요할 것이다.
또한 동남아 국가들의 문화를 우리나라에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익히 알려진 동남아 요리 외에도 음악, 서적, 전통 문화 등이 위와 같은 방법으로 한국에 알려져야 한다. 쌍방 간의 교류는 원활한 동남아와 한국 간의 문화적 소통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폭 넓은 문화교류가 이루어지면 경제교류만으로는 메우기 힘든 정서 차이 등을 좁히고 동남아시아와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현지에서 자동차, 전자 제품 등 한국산 수출품의 ‘경제 한류’를 가능하게 하고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Ⅲ. 하토야마 내각의 출범과 일본의 외교 정책 변화
일본 정권의 교체는 그간 일본이 유지해 왔던 대외 정책에 변화를 가져왔다. 하토야마 내각은 그간 미국과의 관계에 치중해 왔던 대외 정책의 균형을 바로잡겠다고 선언하였다. 일례로 하토야마 총리는 집권 직후 미국과 후텐마 미 해군 기지 이전 문제로 마찰을 빚었다. 2006년 미국과 일본은 오키나와현 기노완시에 있는 후텐마 기지를 나고시로 이전하기로 합의했는데, 정권이 바뀌면서 이 합의를 번복한 것이다. 또한 민주당 정권은 핵무기를 탑재한 미국 선박의 일본 입항을 묵인하는 내용의 미·일 핵 밀약이 있었음을 증명하는 문서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를 공개할 계획이다. 이로 인해 미.일 관계는 동맹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하토야마 내각은 미국과의 관계를 대등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는 한편 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본 민주당의 최고 실세인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간사장은 600여명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방문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했다. 오자와 간사장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과의 면담 후 “동아시아 외교강화를 강조하는 일본 민주당과 중국 공산당의 정당 교류를 한층 더 강화해 양국 사이의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싶다”고 말했다. 며칠 후 시진핑 중국 국가 부주석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는 일본 정부의 성대한 환영을 받았다.
또한 일본 정부는 일왕과 면담을 하기 위해서는 한 달 전부터 신청을 해야 하는 관례를 깨고 시부주석과 일왕의 만남을 추진했다. 아시아 중시 외교로 대외 정책을 변화시킨 하토야마 총리에 대해 ‘뉴스위크(NEWSWEEK)'는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쇠퇴 사이에서 자국이 설 새 자리를 찾고 있는 지도자들 중 하나(Yet Hatoyama should be…the latest of many leaders who are seeking to define a new place for nations caught between the rise of China and the ebb of America)”라고 묘사했다.
하토야마 정권은 한국과도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밀착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토야마 총리는 당선 전부터 민주당 대표 자격으로 청와대를 방문해 “일본에서 정권 교체가 실현되면 한·일 관계를 더욱 강화하자”는 발언을 통해 한국과의 깊은 교류 의지를 보였다. 또 민주당 정권은 재일 동포 등 일본 영주권을 가진 외국인들에게 참정권을 허용하는 법안을 오는 18일에 국회 회기 내에 제출하기로 결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한국과의 협력 강화를 위한 외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는 일본이 아시아에서 가장 가까운 국가인 한국과 협력을 강화하여 아시아 중시 외교의 기틀을 다지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일본은 친중 외교를 펼치면서도 군사력 증강 등 중국의 지나친 세력 확대를 경계하고 있기 때문에, 외교 정책의 균형을 맞추려는 것이기도 하다.
일본의 이러한 움직임은 그간 일본이 자민당 집권 시기에 유지해 왔던 미국, 중국, 한국과의 관계의 재정비를 불러올 것이다. 과거 일본은 미국의 적극적인 동맹국이었고 한국, 중국과는 역사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는 일이 잦았으나, 민주당이 집권하면서 한.중과의 유대를 강화해 아시아로 뻗어나갈 길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대외 정책 변화로 인해 미?일 관계는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소원해지고 한.중.일 3국의 유대는 강화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에게는 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까<









![[안보칼럼] 한미연합연습 축소에 따른 우리 군의 대책](/img_data/article/110307/110307_37776.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