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어뢰(魚雷)를 두려워하나
천안함 침몰사건의 원인은 어뢰와 기뢰 중 하나, 그중에서도 어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정리되고 있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남은 것은 기뢰냐 어뢰냐인데, 어뢰 가능성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천안함을 침몰(沈沒)시킨 것이 어뢰였다면, 그 어뢰를 대한민국 해군을 향해 발사할 주체는 북한 외에 달리 떠오르지 않는다. 북(北)의 개입 가능성에 대해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여온 민주당조차 더 이상 다른 가능성을 꼽기 힘들 정도로 모든 정황이 어뢰를 가리키고 있다는 얘기다.
"북이 천안함을 공격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선입견이나 편견, 한 걸음 더 나아가 "북이 천안함을 공격한 것으로 드러나선 안 된다"는 강박(强迫)이 없었다면, 그저 천안함에서 차례차례 드러나는 사실을 직시했다면 "어뢰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은 진작부터 나와 있는 것이었다.
1200t급 초계함을 순식간에 두 동강 낼 만한 파괴력은 암초에 부딪치거나, 배가 낡아서 스스로 부서질 때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천안함 생존 장병들이 공통적으로 증언하는 "1, 2초 간격으로 쿵, 쾅 하는 귀가 찢어질 듯한 폭발음을 들었다" "몸이 붕 떠오르는 충격을 받았다"는 당시 정황은 어뢰 또는 기뢰의 수중폭발 때 발생하는 '버블제트'의 전형적인 현상이다. 익명(匿名)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한 수중 폭발 전문가는 "어뢰나 기뢰가 아니라면 두 번의 충격음과 함께 초계함을 두 동강 낼 수 있는 힘이 뭐가 있을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이처럼 단순하고 명쾌한 결론이 있는데도 어떻게든 어뢰의 혐의를 벗겨주려는, 그러기 위해 다른 '범인(犯因)'을 찾아내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처절한 노력이 지난 20여일 동안 계속돼 왔다. 어뢰 대신 희생양으로 선택된 것은 내부폭발, 암초충돌, 피로파괴 세 가지였다.
제일 먼저 제기됐던 내부폭발 가능성은 함미가 인양되면서 완전히 혐의를 벗게 됐다. 내부폭발이라면 선체 위쪽은 위로, 아래쪽은 아래로 각각 휘어야 한다. 그러나 함미 절단면은 위, 아래 할 것 없이 모두 위쪽으로 휘어 있었다. 선체 아래쪽에서 강력한 외부 충격이 가해졌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다.
암초충돌설 역시 천안함 사건 원인이 될 수 없다는 과학적 근거가 제시됐다. 천안함 폭발 때 탐지된 지진파는 TNT 180㎏에 해당했다. 이는 천안함이 암초에 정면 충돌할 때 나올 수 있는 폭발력의 1000배에 해당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내부폭발도 암초충돌도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해괴한 제3의 가설이 제기됐다. '천안함 선체가 너무 낡아서 배가 두 동강이 났다는' 이른바 피로(疲勞)파괴설이다.
천안함이 자기 몸무게를 견디지 못해 부서졌다면 침몰 순간 공중으로 떠올랐다는 기본적인 사실과 배치된다. 또 피로파괴라면 절단면이 매끈해야 하는데 천안함의 절단면은 너덜너덜 찢겨 있다.
이런 물증이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해군 선박이 피로를 견디지 못하고 부서졌을 것이라는 발상 자체가 황당하다. 천안함은 우리 해군이 운용 중인 초계함 26척 중 18번째로 건조(建造)된 배다. 천안함보다 더 오래된 초계함이 17척이라는 얘기다. 천안함이 갑자기 두 동강이 날 수 있을 정도로 낡은 배라면 나머지 17척에서 근무하는 2000여명 가까운 해군 장병들은 언제 수장(水葬)될지 모를 운명 속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피로파괴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지키기 위해 대한민국 해군 장병들과 그 가족들을 근거 없는 공포심 속에 몰아넣고 있는 것일까.
지금도 좌파 인터넷 공간에선 '천안함에 물이 차서 백령도 쪽으로 대피하던 중 수심이 낮은 곳에서 순간적으로 드러난 암초에 선체 중앙이 두 동강 났다'는 주장이 다수설을 형성하고 있다. 피로파괴와 암초충돌을 얼버무려 놓은 또 하나의 잡설(雜說)이다. 너무나 확실한 물증들 때문에 정규 미디어에선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무책임한 인터넷 공간에서 마지막 게릴라전을 펼치는 양상이다.
그들은 처음부터 천안함 사건의 진실엔 관심이 없었다.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때마다 어떻게 하면 '어뢰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 천안함 침몰을 설명할 수 있을까' 궁리 끝에 사실을 꿰맞춰 새로운 가설을 만들어냈다. 그들은 천안함이 어뢰에 의해 피격됐을 것이라는 가장 합리적이고 단순한 추론을 왜 그토록 두려워하는 것일까. http://news.chosun.com/
김창균(조선일보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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