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俗流 중도’ 남발 세태
우리 사회 일각의 용어 선택이 여전히 웃긴다. 어떤 언론 매체가 여론조사를 했다. 스스로 ‘중도 보수’라고 한 응답자들이 가장 존경한다는 정치인은 박정희와 김문수, ‘중도 진보’라고 자처한 응답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정치인은 류시민과 한명숙, ‘그냥 중도’라고 대답한 응답자들이 제일 좋아하는 정치인은 뇌회찬이라 했다.
굳이 ‘중도’라는 접두사를 갖다 붙이지 않는 ‘그냥 보수’도 박정희를 높이 평가할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그들은 민주당 사람들보다는 김문수와 박근혜를 ‘차기’로 지목할 것이다. 그렇다면 ‘중도 보수’와 ‘그냥 보수’의 다른 점이 무엇인가? 그리고 박정희가 ‘중도 보수’라고 자칭한 적도 타칭(他稱)된 적도 없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박정희를 좋아하면서 동시에 중도임을 자임하는 중도’란 과연 어떤 중도인지 알 수가 없다. 김문수 역시 스스로 ‘중도’라고 말한 적이 없다.
류시민과 한명숙을 좋아한다는 ‘중도 진보’의 경우도, 오늘의 한국 정치지형에서는 그 두 사람을 지지하는 한에는 ‘중도 진보’보다는 ‘그냥 진보’라고 자칭하는 편이 한결 앞뒤가 맞을 것이다. 한미연합사 해체를 주도한 노무현을 떠받들던 류시민과 한명숙은 적어도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하는 안보 차원에서는 ‘중도 진보’라 하기가 어렵다. ‘중도 진보’라면 한미연합사 문제와 관련해 ‘그냥 진보’와는 다른, 뭔가 한결 온건한 ‘다른 말’을 해야 할 터인데, 그들은 그런 적이 없다. 그래서 류시민 한명숙을 좋아한다고 하면서 동시에 ‘중도’라 자칭하는 것도 논리적 정합성(整合性)이 없다.
‘그냥 중도’임을 자칭하면서 노회찬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도 어색하다. 노회찬과 그의 진보신당은 물론 ‘종북주의 비판’을 하긴 했다. 그러나 그들은 사회민주주의자는 아니다. ‘진정한 사회민주주의자’임을 지향하는 주대환 씨 그룹과는 아주 다르다. 노회찬 역시 ‘그냥 진보’라고 말하지 ‘중도 진보’를 적극 자임한 적이 없다. 이렇듯, 이른바 “나는야 중도...”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중도‘라는 말의 실체는 불투명한 사례가 너무나 많다.
중도라고 하면서 중도의 중자(字)도 입에 올린 적이 없는 박정희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중도라고 하면서 천안함 폭침이 김정일 소행이 아니라고 말했던 사람들을 지지한다는 것은 코미디 그 자체다.
왜 이럴까? ” TV에서 보면 그냥 “좋다“고 말하면 될 것을 굳이 ”좋은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오늘의 속류(俗流) ‘중도’도 어쩌면 그런 표현 아닐까? 무언가 보호색 같은 것을 깔고 싶은 심정, 어딘가 겁먹은 듯한 심정, 그 무엇의 눈치를 살피는 것 같은 심정,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 놓고 싶은 심정. 좌파도 못 되는 것이 '촛불' 앞에서는 우파도 아니라고 말하는 곤경. 결국, 빨치산 앞에서는 '인민공화국 만세'를 부르고, 군경 토벌대 앞에서는 '대한민국 만세'를 부르던 난세(難世)의 처세술 정도 아닐런지.
한 마디로 그렇게 심각한 의미부여를 해 줄 필요가 없는, 일종의 엉터리 세태의 하나로 보면 될 것 같다. 이건 고매하고 심오한 정도(正道)의 철학적 중도를 폄하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한국에서 제멋대로 유행하는 ‘중도’라는 접두사의 남발 세태를 지적하는 것 뿐이다.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안보칼럼] 한미연합연습 축소에 따른 우리 군의 대책](/img_data/article/110307/110307_37776.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