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다운 군인은 한 사람도 없었지만, 나라를 구한다는 일념으로 어린 나이에 맨몸으로 이를 악물고 싸웠다"

 강원 철원군 육군 제3보병사단은 건군 63주년과 38선 최선봉 돌파 61주년을 맞아 4일 오전 부대 내 연병장에서 기념식을 갖고 6.25전쟁 당시 포항여중전투에 참전했던 학도병 5명(김만규·윤병국·장진명·정수득·주정만)에게 명예군번(19500811)을 수여했다.

 학도병들이 명예군번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61년이 지난 후에야 군번줄과 꽃목걸이를 목에 걸고 군번 수여식에 참가한 김만규(76,당시 연락병)씨는 "전투가 벌어지기 20일 전 쯤 동무들과 대구역에 피난민 구경을 갔다가 그 참혹한 광경에 충격을 받고 15살의 나이에 자원입대를 했다"고 말했다.

▲ 4일 오전 강원 철원군 육군 3사단에서 1950년 8월 10일 포항여중전투에 참가했던 학도병들이 명예군번을 받은 뒤 전역신고를 하고 있다.(사진연합)ⓒkonas.net

 18세 홍안의 나이로 전쟁에 나섰다는 윤병국(79·대한학도의병 동지회 회장)씨도 "백발이 다돼서 이런 날을 맞으니 가슴이 벅차 뭐라 말을 할 수가 없다"면서 "고향도 모르고 학교도 몰랐지만 함께 싸우던 우리 동지들이 죽어가던 모습이 생각나 가슴이 저민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3사단 인사참모 최양규 중령은 "국가를 위해 목숨 바쳐 헌신했던 선배 전우들의 명예회복은 이 시대를 사는 국민들과 후배 장병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며 "비록 작은 행사지만 그동안의 헌신과 희생에 위로가 되고, 더 나아가 이분들의 명예 회복에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포항여중전투는 1950년 8월11일 한국 전쟁 당시 3사단 후방 지휘소였던 당시 포항여자중학교(현 포항여고)에서 학도병 71명과 조선인민군 육군 유격대가 벌인 전투로 학도병 48명이 전사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생존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교복을 입은 학도병들은 M-1소총 한자루를 들고 북한군의 박격포와 기관총에 맞서 싸웠다.

 철모도 군번도 없이 전투를 치른 이들 학도병의 이야기는 작년에 '포화속으로'라는 제목으로 한국영화가 제작돼 상영되면서 세상으로 알려진바 있다.(Konas)

코나스 이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