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들은 이제부터 화가 나면 자기들의 위대한 지도자의 나이를 계산한다. 늙은이의 노망은 참을 수 있어도 어린애의 불량한 행패는 더는 두고만 볼 수 없다. 
 
 자유북한방송이 2일 김정은의 지시로 30일부터 북한 내 외화사용이 전면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북한과 무역을 하는 중국 상인들 속에서도 제2의 화페개혁이라는 말이 오고 갈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2009년과 달리 중국의 화폐 밀매업자들은 북한 국내 유통이 막힌 인민폐나 달러가 북중 국경으로 몰릴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반기는 분위기라고 한다. 

 2일 오후 5시쯤 뉴포커스 통신원은 전화 통화에서 '현재 평북 신의주에선 일체 외화사용 중단과 적발시 처벌에 관한 회의가 기관과 인민반들에서 거의 매일 진행되고 있으며, 시장 골목들 마다에는 벌써 당, 보위부, 검찰, 보안성과 당원들로 구성된 단속반이 두 세사람만 모여도 달려드는 형편이다.'고 신의주 현지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수령님(김일성)께서 서거하셨을 땐 정치적 발언과 행동을 조심했는데 이제는 시장에 나가는 것은 물론이고, 쌀가격을 물어보는 것조차 두렵다.'면서 '지금은 모든 인민들의 충성심이 수령님께서 서거하셨을 때처럼 당위원회나 보위부의 엄격한 감시를 받는 기간이어서 외화 거래 통제에 대한 불평을 감히 드러내지도 못한다'고 했다.

 김일성이 죽었을 때 북한은 게엄상황이었다. 김정은 정권은 지금 그때처럼 김정일 사망 계기로 선포된 비상정국의 기회를 외화통제로 활용하려는 것같다. 어쩌면 김정일이 김정은에게 남긴 유언 중 첫 번째가 시장을 잡지 못하면 체제를 유지하지 못한다는 내용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시장은 주민들의 충성 가치를 물질 가치로 바꾸고, 기관이탈까지 부추겨 북한 정권의 구조적 질서마저 위협하고 있다.

 그래서 화페개혁이 실패하자 이번엔 외화거래 중단 칼을 꺼내든 것이다.
아마도 김정은 정권은 북한 원화가치의 끝없는 추락을 막자면 외화사용의 불법화를 우선 실현해야 한다고 판단 한 것같다. 그렇듯 정권이 강력한 외화통제권을 독점하면 화폐시장에서의 북한원화 남발을 막고, 환율조정의 권한으로 시장가격을 주도하면서 점차적으로 원화가치를 정권이 장악할 수 있다고 타산한 것같다.    

 나는 북한이 2009년 화폐개혁을 단행했을 때 바로 다음날 '화폐개혁은 김정일의 자살골'이는 칼럼을 썼었다. 이번 외화사용 중단은 아버지의 시장착오를 능가하는 김정은의 자살골이다. 북한의 인플레 증가는 단지 정치불안, 경제불안에 쫓기는 심리적 문제가 아니다. 생산과 소비의 균형이 아닌 수입 대 소비라는 구조적인 경제 불균형 때문이다. 

 계획경제 붕괴와 함께 자생적인 경제질서가 모두 붕괴된 북한에서 외화란 확대 재생산을 위한 투자자본이 아니다.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식량이나 생필품 구매용일 뿐이다. 그것을 사기 위해 소비된 자원, 인력, 원화는 외화로 전환되어 중국으로 들어가고. 대신 북한 시장으로 중국 상품들이 밀려나온다. 북한 외화 암시장은 그 중간에서 이윤을 남기고, 도매업자는 그 손해까지 계산하여 물건을 넘기며, 소매업자들은 운송비용까지 감안하여 시장가격을 정한다. 

 이러한 시장질서에 북한 정권의 개입이란 화폐개혁과 같은 정치적 행위뿐이어서 원화에 대한 신뢰를 상실한 북한 주민들로서는 아예 외화를 선호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래서 일반 시장들에서도 외화거래가 고착된 것이다. 결국 시장에 경제권을 빼앗긴 북한 정권의 권력이란 보이는 힘으로 억누르는 것 뿐이고, 그 정책들은 곧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주민들에게 정권의 존엄을 더 이상 믿지 않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정권의 외화 사용 금지령은 앞으로 북한에 큰 변화를 줄 것이다.
첫째는 달러값이 오르면서 덩달아 물가도 폭등할 것이다.
중국 상인들이 서둘러 외화회수에 나서면서 미처 외화를 지불하지 못하는 무역회사들이 빚더미에 오르고 시장의 공급도 위축될 것이다.

 둘째는 북한 원화가치가 지금보다 더 폭락하면서 그 가치는 그대로 직장인들의 월급에도 반영되어 체제불만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는 기관이탈 세력을 더 늘리게 될 것이며 궁극적으로 시장의 권리를 더 강화시켜 줄 것이다.

 셋째는 김정은 후계정권에 돌이킬 수 없는 정치적 치명상을 줄 것이다. 현재 김정은은 할아버지, 아버지 신격화를 조금이라도 이용해야 한다. 솔직히 김정일 사망을 계기로 주민들의 결집력을 보다 구구절절 호소해야 할 처지이다. 그런데 다시 없을 그 정치적 공간을  주민생계로, 더구나 돈 문제로  일시에 덮어버렸다.

 주민들을 슬퍼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화나게 만든 셈이다. 그런데 정말 심각한 것은 북한 주민들이 이제부터 화가 나면 자기들의 위대한 지도자의 나이를 계산해본다는데 있다.
 늙은이의 노망은 참을 수 있지만 어린애의 불량한 행패는 더는 두고만 볼 수 없는 것이 정상적 사람의 심리이다.

 김정일의 실패와 김정은의 실패에 대한 주민들의 분노는 하늘 땅의 차이가 있다.
더구나 북한에서 주민들의 수령 신격화는 김정일이 죽을 때 이미 함께 죽었다.
권력 공백 조바심을 성급한 정책 주장으로 메우려 한 김정은의 이번 결정은 북한의 변화를 더 빨리 앞당기게 한 자살골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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