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내용은 지난 21일 북한정치범 수용소해체본부 주관으로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실시한 ‘죽음의 경계에서 탈출한 12인의 증언집, 북한 정치범수용소 실체를 밝힌다’에 게재된 탈북자 김광일(요덕수용소, 1999~2002 수감)씨 증언의 일부 내용임.(편집자 주)

 중국 무역을 통해 외부세계를 접하다

 내가 1999년 12월 35살의 나이에 요덕에 들어가게 된 이유는, 중국을 왕래하면서 있었던 일이 들통 나서였다. 내가 중국을 왕래하면서 장사를 시작한 이유는 집안의 토대가 나쁜 사람은 북한 사회에서 직업을 갖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었다. 북한에서는 토대가 중요한데, 우리 집은 외할아버지가 한국전쟁 때 월남하였고 외삼촌들은 국군으로 한국전쟁에 참전을 했었던 집안이었기 때문에 나쁜 축에 속했다.

 나는 자라면서 우리 집이 토대가 나쁘다는 걸 몰랐다. 토대가 나빠서 불이익을 본 것은 대학입학 때부터였다. 나는 성적도 좋았고 선생님이 추천하여 대학 시험도 치고 면접도 봤지만 불합격됐다. 토대 때문에 입당을 할 수도 없었고, 그럴 듯한 사회생활을 할 수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1983년부터 중국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 때는 탈북 한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고 단지 중국 상인들과 거래를 하기 위해 국경을 넘었다. 북한은 당국의 허락을 받아야 중국에 나갈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사실상 불법적으로 장사를 했다.

 미국 선교사와 찍은 사진이 발각되다

 내가 정치범이 된 건 교회와 접촉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보위부에 넘어간 것 때문이었다. 이전에 미국에 있는 외할머니가 편지를 보내 기독교 신앙을 권유한 적이 있었다. 처음엔 보위부에서 그 편지를 문제 삼았다. 하지만 외국에서 오는 편지는 평양에서 미리 검열을 하고 전달하기 때문에, 당국에서 통과시켜준 편지를 왜 문제 삼느냐고 항의할 수 있었다. 결정적으로 문제가 된 건 중국에서 미국인 목사와 찍은 사진이었다.

 북한 국적을 가지고 중국에 사는 사람들이 중국에서 북한사람 동향을 파악해 보위부에 고발하는 일을 하곤 하는데, 그 사람들이 내가 목사와 찍은 사진을 보위부에 넘기는 바람에 내가 교회와 접촉했다는 것이 들켜 버렸다. 그래서 나는 99년 4월에 체포돼 보위부 구류장에 수감되었다.

 고통스러웠던 8개월간의 구류장 생활

 구류장은 햇빛이 들어오는 작은 창문이 하나달린 좁은 방으로 외부소식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구류장에서는 무릎을 꿇고 앉아 손을 다리 위에 올려놓은 채 몇 시간이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 아침 5시에 기상해서 밥 먹는 시간 15분, 운동하는 시간 15분 정도를 빼면 하루 종일 똑 같은 자세를 유지해야 했다. 이불이나 장판도 없는 널빤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고통이었다. 식사도 옥수수가루 세 숟가락과 소금국물에 시래기 조금 넣은 것 정도만 나와서 허기를 달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바깥에 나갈 수 있었다면 풀이라도 뜯어 먹고 싶은 심정이었다.

 고문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심하게 때리는 건 물론이고 줄 하나로 목과 손을 묶어서 풀어주지 않았는데, 그 자세로 오래 있다 보면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손이 새까맣게 변한다. 그 상태에서 겨드랑이 사이에 맥주병을 끼우기라도 하면, 그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통증이 심하고 몸이 부어올라서 반쯤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그렇게 오래 있다가 행여나 졸기라도 하면 찬 물을 몸 전체에 부어버린다. 북한에서 4월이면 아직 눈이 오는 겨울인데도 창문을 다 열고 난방은 전혀 해주지 않았다. 입고 있는 옷도 굉장히 얇았다. 바닥에 물을 뿌리고 젖은 바닥에 눕도록 하기도 했다.

 6개월 정도는 잘 버텼지만 나는 결국 죄를 지었다고 허위자백을 한 후 손도장을 찍었다. 그 곳엔 재판도 없었다. 있지도 않은 죄를 시인하고 12월 5일 나는 요덕으로 보내졌다.

 요덕수용소에 수감되다

 내가 간 곳은 서림천 지역이다. 이전에는 혁명화구역이 대숙리라는 지역에 있었다고 한다. 서림천 지역은 1999년에 만들어져서 내가 들어갈 무렵부터 수감이 시작됐다고 했다. 건물이 다 새 거였다. 형기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완전통제구역으로 들어가 평생 수용소생활을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처음 외래자반에 들어갔을 때, 이미 15명 정도가 있었다. 매달 인원이 보충됐는데 신입자 중에서도 내가 얼굴도 제일 새까맣고 가장 허약한 상태인 것 같았다. 신발이나 옷가지도 구류장에서 모두 뺏긴 상태였기 때문에 추위에 대한 방비도 거의 못했다. 나는 구류장에서 8달 동안 밥도 제대로 못 먹었고 구타도 엄청 당한데다가 수용소에 갇히기까지 하니, 너무 억울한 마음에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하고 밥을 제대로 안 먹기 시작했다.

 외래자반에서 나와 작업장에 배치된 이후로 22일 동안에는 물만 먹고 내 밥은 다른 사람에게 줬다. 내가 밥을 준 친구는 평양에서 온 아버지가 부부장 정도의 고위급 간부였는데도 중국에서 한국 유학생들과 같이 밥을 먹었다는 이유로 요덕에 왔다고 했다. 나는 그 친구가 준 사탕 같은 걸 좀 먹고, 내 밥을 다 주었다. 그렇게 밥을 안 먹으니 몸이 더 상해갔다. 일도 못하겠다고 버텼다. 보위부원들에게 맞기도 했지만 끝까지 버텼다. 일을 해도 잘 못하고 힘을 못 쓰니까 보다 못한 담당 보위원이 나를 식당에 배치했다

 식당은 업무도 비교적 수월한 편이고 무엇보다도 뭐라도 더 먹을 수가 있다 보니 몸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일을 할 수 있을 만큼 몸이 회복되자, 보위원이 나를 농산반으로 보냈다. 내가 맡은 일은 해발 500미터 정도 되는 산에 올라가서 풀을 베어오는 것이었다. 하루에 정해진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충분치 못한 식사량마저 더 줄어들었다. 고된 노동을 하면서 밥까지 온전치 못하다보니 사람들이 삐쩍 말라갔다.

 수용소의 식사

 식사는 옥수수에 콩을 섞은 것이었다. 수감자들이 농사지어서 수확한 것은 모두 외부로 나가고 우리는 외부에서 실어 온 식량을 배급받았다. 양이 매우 적고 추가배급은 없었다. 고기는 중요한 명절 때마다 아주 얇은 한 점씩 줬다. 수용소에선 사람을 교화시키는 방법이 굶주림이라고 했다. 배가 고픈 걸 알아야 정신 차린다는 것이다. 가끔씩 산에서 우엉이나 도라지, 썩은 감자 등을 캐먹기도 했다. 개구리, 쥐, 뱀, 메뚜기도 잡아먹었고, 심지어 잠자리나 사마귀같이 사회에선 먹지 않는 곤충들도 닥치는 대로 고기라고 생각하며 먹었다.

 수용소 내에서 쥐나 뱀은 별식으로 통한다. 너무 배가 고프다 보니 소가 먹다가 소화시키지 못한 콩을 소똥에서 골라먹기도 했는데, 수용소 내에서 이런 일은 흔했다. 먹을 만한 풀은 죄다 뜯어먹었고, 할미꽃같이 독이 있는 풀을 먹다가 죽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다.

 사회에서 고위직으로 있다가 수용소에 들어온 사람들은 식사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많은 수감자들이 영양실조, 설사 등으로 사망했는데 사회에서 고생을 모르고 살다 온 사람들이 특히 많이 죽었다. 내가 있었던 3년 동안에만 80여명이 죽었다.

 죽음, 그 대수롭지도 않은 일

 워낙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다 보니 사람 죽는 건 대수로울 것도 없었다. 장례도 치르지 않는다. 어제까지 함께 일하던 사람이 다음날 아침에 죽어있더라도 아무런 감정 없이 그저 땅에 파묻을 뿐이었다. 서림천 내에는 죽은 사람들을 매장하는 공동묘지가 있는데, 겨울이 되면 땅이 얼어서 땅을 파기가 특히 어려웠다. 낮에 주어진 일을 하고 나서 밤에 죽은 사람들을 묻곤 했는데,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땅을 팔 힘이 없었다. 그래서 불을 조금 피워 언 땅을 녹인 후, 정을 박아서 땅을 조금씩 뜯어내고 그 자리에 시신을 눕힌 뒤 흙덩어리를 올려놓는 정도로만 처리했다.

 요덕수용소 서림천 구성 인원

 두 개 중대와 그 밑에 몇 개의 소대들로 구성되었다. 소대는 7~8명이 있었고, 여자는 별개로 한 개 소대를 이뤘는데 20명이 넘었다. 중대 외에도 관리위원회, 건설소대, 노인이나 허약한 사람들로 구성된 남새반도 있었다. 이들을 모두 합치면 혁명화구역 내 총 인원은 250명가량이 되었는데 모두 농사를 지었다.

 서림천 지역엔 성인들만 수감됐다. 남자·여자가 분리되어 생활을 하였고 남녀 간의 접촉도 금지되었다. 혁명화 구역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해제가 되는 곳이기 때문에 수용소 내의 엄격한 규율유지를 위해 부부 사이라 하더라도 남녀의 교류를 금지하는 것으로 보였다. 중국에서 임신하고 수용소에 들어온 경우라고 해도 약을 써서 유산시켰다.

 가장 어린 수감자는 16살에 들어왔는데 중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도중 한국행을 시도하다 잡힌 것이었다. 나이가 어린 애들은 아무래도 기력이 있기 때문에 어른보다는 더 잘 버텨냈다. 숙소에서도 도주를 우려해서인지 화장실을 갈 때도 반드시 3인 1조로 다녀야 했다.

 수용소의 일과

 여름엔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청소나 잔업을 하고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농사를 지었다. 그리고 밤 9시 반까지는 매일 작업총화를 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생활총화를 했다. 작업총화 시간에는 사상교육을 실시해서 체제선전용 노래를 부른다거나 ‘10대원칙’ 같은 걸 외웠다. 혁명화구역 내 전체 인원이 모두 모이는 경우는 김정일 생일과 같은 명절 때나 김정일의 신년공동사설발표와 같은 특별한 날 뿐이었다.

 특히 김정일 생일 때는 소대별로 공연을 준비해서 축하무대를 꾸며야 했다. 중앙 고위간부가 수용소를 방문하는 날이면 모두 모여서 ‘왜 수용소에 수감되었는지 반성하라’는 강연을 듣기도 했다. 솔직히 무엇을 반성해야 할지도 몰랐을 뿐더러,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해 배고파하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반성하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작태가 한심스럽기 짝이 없었다.

 탈출이 불가능한 그곳, 요덕

 수용소의 경계선에는 전기철조망이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탈출은 불가능했다. 철조망 근처에는 모래를 3m폭으로 깔아놔서 밟으면 자국이 남았고, 멀리서도 고압 전기철조망의 웅웅거리는 전기소리가 들렸다. 게다가 철조망 주위에 함정까지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절대 나갈 수 없었다. 설령 탈출을 시도한다 해도 지형이 복잡해서 주변을 빙빙 돌다가 제자리로 돌아올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감자들 중 일부는 굶주림 때문에 탈출을 시도했다. 어느 날 실종됐던 수감자가 3일 만에 잡혔는데 너무 배가 고파서 옥수수 밭에 몰래 숨어서 옥수수를 훔쳐 먹고 처벌 받는 게 두려워서 나오지 못하고 계속 숨어 있다가 선택의 여지가 없어 도주를 시도했지만 철조망 근처도 가지 못하고 수용소 내 산을 빙빙 돌다가 붙잡히고 말았다. 그 수감자는 바로 공개처형 당했다. 입에 재갈이 물려진 채 끌려 나온 그는 머리, 가슴, 배에 세발씩 모두 아홉 발의 총알을 맞고 죽었다. 시신은 거적때기에 쌓여서 어디론가 실려 갔다.

 저 놈 세수 좀 시켜라!

 사실 보위부원들은 수감자들을 직접 때리기보단 수감자들끼리 충돌하게 만들곤 했다. 구류장에서나 수용소에서나 보위부원들이 ‘저 놈 세수를 좀 시켜주라’라고 말을 하면, 그것은 실컷 때려주라는 일종의 암호와도 같았다.

 수용소에서는 한 명이 잘못하면 소대 전체가 벌을 받기 때문에, 잘못한 수감자는 다른 수감자들에게 구박을 많이 받는다. 한 번은 어떤 친구가 잘못을 반복해서 소대 전체가 매일 기합 당하고 밤에 잠도 못 자고 밖에 서 있어야 하는 일이 반복되자 다른 수감자들이 화가 나서 그를 때렸는데 결국 사망했다. 수감자들은 모두 허약하기 때문에 조금만 다쳐도 죽는 경우가 많다.

 수용소에서 해제되고 나서 두 차례의 탈북 시도, 그리고 성공

 3년을 수용소에서 보내고 2002년 12월에 사회로 나온 나는 탈북을 시도했다. 대낮이었지만, 국경수비대들과 안면이 있었기 때문에 돈을 주고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넘어가자마자 중국의 음식점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데 탈북자라고 신고를 당했다. 몸이 성했다면 어떻게든 중국 내에서 도망을 다녔겠지만 수용소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돼 몸이 퉁퉁 부어있는 상태라 멀리 도망칠 자신이 없었다.

 중국에서 잡히는 것보다는 차라리 북한에서 잡히자 싶어 두만강을 건너 북한 군인들에게 잡혔다. 나를 잡은 군인도, 조사한 보위부원도 혀를 찼다. 수용소에 수감됐던 사람은 원래 다시 수용소로 보내지기 마련인데, 어찌된 일인지 나는 1년 강제노동형을 받고 노동단련대로 보내졌다.

 함경남도 오로라는 곳에서 제방둑을 쌓았는데, 그곳에서 일하다 죽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일하다가 인접 마을에 몰래 가서 술을 먹은 것이 걸려서 3개월을 추가로 노동해야 했다. 노동단련대를 나온 후 2004년 탈북에 성공하여 한국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지금 나는 신체적인 후유증보단 정신적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수용소의 일이 자꾸만 꿈에 나타나서 숨이 막힐 때가 많다. 깨어나면 ‘아, 여기는 수용소가 아니라 한국이구나.’라고 생각하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수용소에 갇혀있을 땐 스스로를 죄인으로 생각했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진정한 잘못은 국민들이 배고프지 않고 잘 살 수 있도록 돕지 않는 북한당국에게 있었다. 북한에서 간부들은 국민들의 복지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길거리에 사람이 죽어있다고 해도 한 번 쳐다보지도 않는다. 북한에선 수줍어서 남자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는 북한 여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 중국에 가서 몸을 팔거나 결혼을 하고 있다. 국가에서 배급을 제대로 해주었다면 이런 일은 애초부터 없었을 것이다. 심지어 요즘엔 한창 마약이 문제라서 마약재배도 하고 아이들마저 마약을 한다고 한다. 북한의 미래가 암울하기만 하다.(Konas)

김광일 (요덕수용소, 1999~2002 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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