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주류 밀매 사건으로 추방 압박까지 받았던 파키스탄 주재 북한 외교관들이 여전히 외화벌이 수단으로 주류 밀매를 활용하고 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24일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파키스탄 현지 대북소식통은 “북한의 이슬라마바드 주재 대사관과 카라치 주재 경제무역참사부 직원들이 최근까지도 주류밀매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세관 통과시 외교관 컨테이너에 대해선 검사가 면제되는 점을 악용해 할당량의 2배에 해당하는 술을 반입하고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주스나 식료품 등을 들여오는 것처럼 품목을 허위 기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종교적으로 음주를 금하는 파키스탄은 현지 주재 외교관에게 직급별로 할당량을 정해 분기별로 주류 반입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파키스탄에 주재하는 14명의 북한 외교관들은 분기당 7천8백 리터, 1년에 3만1천 리터까지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 외교관들은 번번이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이 소식통은 지적했다.

 특히, 주재국의 행정처리가 오래 걸리는 점을 이용해 이미 북한으로 귀임한 직원까지 공관원 명단에 포함시켜 할당량을 부풀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소식통은 “이슬라마바드의 북한 대사관 측은 F-8구역에 구입한 일반 주택에서 현지인들에게 술을 몰래 팔아왔으나, 이 장소가 많이 알려지자 4~5년 전부터는 북한 공관 외교관 차량을 이용해 제한적으로 배달 판매를 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최근에는 주류를 보관하고 있다가 특정 주류판매상과 결탁해 주문이 있을 때만 내어주는 방식으로 전환했다”며 “이 경우 노출될 위험이 적어질 뿐 아니라 주류판매상이 은밀히 사들인 주류까지 보관하는 창고 역할까지 대행하는 이점을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송에 따르면, 면세로 35달러가 채 안 되는 조니워커 위스키 1병이 파키스탄 암시장에서는 70달러에 거래되며, 면세로 20달러 수준인 하이네켄 맥주 1상자가 암시장에서는 1백20~1백50 달러에 거래돼 북한 외교관들은 구입가의 6~7배의 차익을 챙길 수 있다.

 이와 관련, 현지 소식통은 “이런 방식의 주류 밀매를 통해 북한 외교관 1명이 1년에 약 10만 달러가 넘는 외화를 벌고 있으며, 공관 운영과 생활비를 제외한 절반 정도를 북한에 충성 자금으로 상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북한 정권으로 흘러 들어가는 외화가 북한의 무기개발 자금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강화된 대북 제재에 위배되는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파키스탄 정부는 북한과의 외교 관계 등을 고려해 주류밀매 등 불법행위를 적극적으로 처벌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 수사당국은 지난 2013년 주류 밀매에 연루된 북한 노주식 무역참사의 추방을 건의했으나 파키스탄 외무부는 결정을 계속 미루다 결국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Konas)

코나스 강치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