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권은 계속 국제사회의 강력한 규범을 거부하고 있다. 북한 정권의 계속되는 도발은 우리의 억제력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국제사회의 압박이 더 강해져야 함을 암시한다.”

 빈센트 K.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은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성우회와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공동으로 주최한 안보 세미나의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 국제공조를 통한 대북 압박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브룩스 사령관은 “북한이 취하고 있는 행동은 한반도 관심국가의 응집과 결집을 와해하려는 시도”지만, “(북한 주변) 5개국은 원활한 대화와 긴밀한 협력과 협조로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브룩스 사령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식에 유일한 외국인으로 참석해 무한한 영광이었다"며 "저는 한미연합사령관으로서 한미 양국 군 통수권자를 보좌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브룩스 사령관은 이어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무기체계를 먼저 타격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북한 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정권의 취약점을 공략하고 한국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감소시킬 수 있을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김정은이 나아가는 방향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국가들의 결집을 어떻게 도모할지, 한국이 그 과정에서 어떤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브룩스 사령관은 특히 “국가안보라는 게 넉넉한 시간을 허용하지 않는다”면서 “북한 탄도미사일 위협이 심대한 위협이 되고 있어 한국을 방어해야 한다는 목표 아래 사드 배치를 최대한 신속히 추진했으며, 사드 배치의 유일한 목표는 한국 방어"라고 강조했다.

 또 “사드 배치는 철통같은 한미동맹의 미국이 한국 방어 의지를 나타내주는 것”으로 “북한의 진화하는 탄도미사일 능력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동맹이 내린 결심”이라며, “이를 통해 북한 탄도미사일 방어를 위한 지역방어 개념의 작전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브룩스 사령관은 이어 “미국의 한미동맹에 관한 의지는 주한미군의 전력을 통해서도 나타난다”며, “미국은 북한 위협에 대응하고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항공모함과 핵추진 잠수함, F-35B 스텔스 전투기 등 최첨단 자산과 전력을 한국에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룩스 사령관은 "김정은이 보유한 로켓과 포, 미사일, 박격포, 무인기 등은 한국 수도권에 큰 위협을 가하는 수단이자 김정은이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도록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어떻게 북한이 이를 활용하지 못하도록 할지 북한의 취약점을 파고들 생각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브룩스 사령관은 "한국은 국방예산으로 GDP(국내총생산)의 2.7%에 해당하는 거액을 투자하고 미국의 7개 동맹국 가운데 한국만큼 탁월한 의지를 갖고 동맹에 헌신하는 국가는 없다면서 한미동맹에서 한국이 기여하는 부분을 높이 평가했다.

 이날 세미나는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동북아 안보협력 방향’을 주제로 이영학 KIDA 선임연구원이 중국의 입장을, 박영준 국방대 교수가 일본의 입장을,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가 미국의 입장에서 발표했다.

 이영학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이 한반도 비핵화 실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 수호,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이며, 대북정책은 단기적으로는 기존의 신중한 접근에 가깝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미중간 타협을 통한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특히 중국이 주한미군 사드배치에 강력히 반발하는 것은 미중간 전략적 불신 때문이라며 향후 중국은 한국에 사드 철회 요구 대신 레이더 교체 제약에 대한 한미간 협약 등 한국측의 보다 적극적 의사표명과 행동을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이 선임연구원은 향후 한국의 안보협력 방향으로, 미중 간 협력과 거래를 구분해 한반도 안보 이슈에 대한 한국 소외 및 ‘강대국 거래’에 의한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방침을 천명하고, 미중 간 갈등 이슈는 직접 개입을 자제하는 등 회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덧붙여 미중 양국 간 중간에 위치한 역내 국가(싱가포르, 필리핀, 호주, 베트남, 한국 등)들과 협의체를 결성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영준 국방대 교수는, 중국은 핵무기의 선제 불사용을 선언한데 반해, 북한은 2016년 핵무기를 공격수단이자 선제타격 권리로 선언했다며 위기감을 나타냈다.

 때문에 북한의 핵 및 군사도발 위기에는 자주국방태세 강화와 한미동맹으로 대북 억제태세를 강화하고, 미중간․중일간 긴장 고조와 우발적 충돌 가능성에 대해서는 역내 다자간 안보협력을 적극화하고 다자간 안보협력의 제도 및 정책어젠다를 창출하는 등 위기유형별 안보전략의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한일 안보협력은 한국 안보정책 추진에 긍정적 요인이 되므로, 남북관계가 대립국면을 지속할 경우에는 한일 GSOMIA(군사정보보호협정) 견지, 미국 핵우산 및 확장억제 신뢰성 강화를 위한 공동협력, 한미일 연합훈련 등을 실시하고, 남북관계가 전면전 혹은 급변사태로 위기 발생 시에는 주일미군 증파 및 유엔사 후방기지 활용 보장과 주한 일본인 철수 등을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지원하는 등 시나리오에 기반해 한일 안보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일 간 우발적 교전사태가 발생하는 것은 억제하고, 한일 군사협력이 중국을 적대시하는 상황으로 나아가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 초기에는 강경파가 득세했으나 최근 온건파들이 트럼프의 시각을 바꾸어 놓았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아시아정책이 다자보다 양자협력 중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6월 말에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다원적 전략동맹(미측)과 지역동맹(한측) 역할문제, 사드배치 재논의와 한미일 MD강화 문제, 한미 FTA 재협상 문제, 사드 및 방위비분담금 문제, 대북정책 조율, 남북관계 개선 시기 및 조건 등이 주요 의제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했다.(konas)

코나스 최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