過去事 규명- 조사기구의 '정치적 도구화'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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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대로라면 이 위원회는 초법적 권한을 무기로 앞으로 수년간 과거사와 관련하여 수많은 인물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파헤치게 된다. 우리 역사에 전례 없던 '갈등과 반목의 세월'을 기록하게 될 것이다. (월권(越權)시비를 부른 공소시효 정지제도 등은 최종안에서 빠졌으나, 별도의 특별법으로 제정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여권의 과거사 청산작업이 성공적으로 진척되기 위해서는 '관용과 화해의 정신'이 우선해야 한다. 28년간 복역하고도 1994년 72세의 나이로 남아공(南阿共) 대통령에 취임하여 과거사 청산에 나섰던 넬슨·만델라의 경우가 그러했다.
'관용과 화해'라는 그의 통치철학이 350년에 걸친 인종차별제도(흑백분리정책)를 철폐시킨 성공요인이었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그는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도 백인들에 대한 일체의 정치보복을 가하지 않았다. 그는 문자 그대로 '무욕(無慾)의 정치가'였다.
따라서 우리 사회 역시 문자 그대로 '역사 바로 세우기'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면 '진실과 화해위원회' 운영과 관련하여 몇 가지 철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안 된다.
첫째, 이 작업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과거에 대한 한(恨)풀이 차원이나 세력 교체를 위한 효과적인 수단으로 강구되었다면 국민이 그 기미를 못 알아차릴 리 없다. 소리만 요란할 뿐, 한 마리의 토끼도 잡지 못하는 우(愚)를 범하게 될 것이다.
과거사 규명과 정리는 사가(史家)의 역할일 뿐, 정부는 지원업무에 그쳐야 하는데도 여권(與圈)이 이렇듯 나라가 어려운 시기에 과거사에 집착하는 데는 속내가 있을 것이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정치적인 결론으로 이어질 것임을 어림할 수 있다.
우리의 경우 과거사를 들추다 보면 연루된 인물들의 허물이 '진상' 또는 '사실'이라는 이름으로 들춰지고, 가해자와 피해자간의 상호비방으로 이어질 것이며, '관용과 화해'와는 거리가 먼 일방적 매도나 새로운 갈등을 불러들이게 될 것이다. 여권이 만일 이 사회 주류세력의 교체를 염두에 두고 과거사에 매달리는 것이라면 이런 이유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과거사 시비는 이렇듯 또 다른 이념논쟁의 씨앗이 될 것이고, 한 세월이 흐른 후 차기 집권세력에 따라 얼마든지 디시 뒤집힐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역사를 정치적으로 재단하려는 시도 자체가 난센스인 것이다.
둘째, 새롭게 설립될 '진실과 화해위원회'가 '공정성(公正性)'을 확보하자면 위원장과 위원들은 존경받는 합당한 인물들이 임명되어야 할 수 있다. 한국 현대사의 양면(兩面)을 균형감각을 갖고서 해석할 수 있는 인물이 중심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조사기구는 독립기구이고, 위원 13명 전원은 대통령이 임명토록 규정되어 있으며, 국회의 동의를 거치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집권당이 다수를 차지하고있는 한, 국회의 동의절차는 의미가 없다. 위원의 자격을 엄격한 요건 규정 없이 '지식·경험이 풍부하고 공정한 사람'으로 되어있는 것도 함정(陷穽)이다.
대통령이 위원들을 위촉하도록 되어있는 의문사위(委)의 운영사례를 감안한다면 이번 '진실과 화해를 위한 위원회' 역시 어떤 인물들로 진용이 짜여질지 그 성향을 알 만한 일 아닌가. 남파간첩 복역자와 사노맹(社勞盟)출신들이 핵심멤버 자리를 차지하고있는 의문사위(委)의 경우와 크게 다를 것임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위원들을 입법-사법-행정 '3부'의 추천을 받아 임명해야 최소한의 신뢰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넬슨·만델라가 대통령에 취임한 뒤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취했던 일련의 조치들로부터 한 수 배워야 한다. 그는 투투 주교에게이 위원회를 이끌도록 위임하면서 백인들의 허물뿐만 아니라, 자신이 이끌던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잘못까지도 조사하는 것을 허용했었다. 우리 역시 그런 엄정함과 객관성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
어둠에 묻힌 과거의 진실을 규명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진실이 항상 진실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사안이라도 '조사대상' '조사시점' '조사의도'에 따라 결론은 전적으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관련자의 상당수가 생존해있는 근현대사 사건은 더더욱 그럴 것이다. 현 상황에서 권력을 가진 조사자와 피조사자 신분 사이에서 진실의 균형추(錘)가 흔들릴 진폭은 너무나 크다.
조사기구의 독립성·중립성을 의심받는다면 여권(與圈)은 '과거사 청산'으로 의도한 모든 것을 잃고 말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근현대사 전체를 특정 시각에서 재해석하는 것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가변적 상황'이다. 여권은 이점을 가슴에 깊이 새겨두고 자성해야 한다.
개혁을 빙자한 국론분열행위 또는 정치적 목적 성취를 위한 행위는 안 된다. 우리에게는 근대민족국가의 형성에 실패한 어두운 역사가 있었다. 그러나 역사는 청산되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재범(再犯)하지 않는 교훈으로, 역동적인 미래를 조직하고 이끌어나가기 위한 모태(母胎)로 남아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국가안보의 근본'은 바로 그것이다. (konas)
정준 (코나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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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22 오전 6: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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