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한국의 9월은 참혹했습니다. 스웨덴의 젊은 청년 의사와 간호사 분들은 알지 못하는 이국땅의 전쟁터로 7천300여 km의 먼 길을 달려왔습니다. 부산의 한 상업고등학교에서 문을 연 스웨덴 적십자병원은 전쟁 중의 한국에게 가장 먼저 의료의 도움을 주었고, 정전 후에도 가장 오래도록 남아 활동했습니다. 스웨덴 의료지원단은 6년 6개월 동안 20여 개 국의 군인, 포로, 전쟁고아, 민간인 등 200만여 명의 환자를 돌보았고, 북한군과 중국군 등 적군의 전쟁포로도 치료했습니다. 한국은 그 자리에 스웨덴 의무부대 참전비를 세우고 스웨덴 의료지원단의 인도주의 정신을 길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 부산시 서면에 있는 스웨덴 참전기념비 ⓒkonas.net

 이 글은 지난 2019년 6월 15일 스웨덴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스톡홀름 유르고덴 공원에서 열린 한국전 참전 기념비 제막식에서 연설한 기념사 중 일부 내용이다. 여기에서 언급된 스웨덴 의료지원단이 있던 옛 부산상고 자리에 건립된 스웨덴 참전기념비를 찾았다. 스웨덴 의료지원단의 활약상을 기리고 양국 국민간 화합과 친선을 고양하기 위해서 1971년  10월 1일 세워진 이 기념비는 보수를 거쳐 2005년 9월 26일 다시 제막행사를 가진 바 있다. 현재는 부산 진구 롯데백화점 정문 옆에서 이 기념비를 볼 수 있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9월 25일 진료를 개시한 스웨덴 적십자병원은 급증하는 전상자들에 대한 치료는 물론 중상자들을 일본으로 후송하는 중간기지 역할도 수행했다. 1951년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휴전협상이 개시되고 전선이 소강상태가 되자 유엔군 전상자의 치료와 동시에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무료진료에 나섰다. 이후 아동진료, 방사선 진료, 결핵진료 등 활동 범위를 넓혀갔다. 

 당시 대부분의 의료진들은 복무기간이 6개월이었으나 체류기간을 연장하여 보통 1∼2년 이상 장기근무를 자원하며 헌신했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조인된 후 스웨덴 적십자병원은 부산스웨덴병원으로 이름을 바꾸었고 1954년부터는 민간인 치료를 위한 병원으로 재편되었다. 스웨덴의 의료지원을 통해 의료기술이 없던 대한민국은 많은 부상자를 치료할 수 있었고 스웨덴은 대한민국 의료시설 기초가 되었다. 1958년 스웨덴은 덴마크, 노르웨이 정부와 공동으로 비용을 분담하여 유엔한국재건단(UNKRP)와 함께 서울에 국립의료원을 설립했다. 이후 10년간 공동운영하며 선진 의료기술을 한국 의료진에게 전수하여 의학발전에 크게 공헌하기에 이르렀다.

▲ 스웨덴 참전기념비 비문 ⓒkonas.net

 이들의 헌신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스웨덴 참전 기념비에 새겨져 있다.
"1950년 9월 23일 이곳 부산에 설치되었던 유엔군 사령부의 스웨덴 야전병원은 대한민국의 자유수호를 위해 1950-1953년간 한국전쟁에 참가했다. 이를 길이 기념하고 스웨덴 왕국과 대한민국 양국 국민간의 영원한 친선을 위해서 이 기념비를 바치노라"

 이 곳 스웨덴 참전기념비에 지난 2017년 9월 부산시와 부산관광공사의 초청으로 6.25전쟁 당시 근무했던 스웨덴 의료진 4명과 가족 등 12명이 방문했다. 이들은 참전기념비에 손을 대며 "행복하고 기쁘다"며 미소를 지었고 “부산이 이렇게 발전한 것이 놀랍다"고 감탄하기도 했다. 지금 우리가 밟고 있는 이 땅에는 유엔군의 도움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세계 각국이 보내준 지원으로 대한민국이 지켜졌다. 우리가 그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에 감사하며 도움을 손길을 기억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시 서두에 인용한 스웨덴 한국전 참전 기념비 제막식 기념사를 인용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세계 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은 수출 6위,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는 경제성장을 이뤘으며, 이제는 전쟁과 질병, 가난으로 고통 받는 나라들을 돕고 있습니다. 이 모든 성취의 밑바탕에는 스웨덴 의료지원단의 희생과 헌신이 있습니다.”(konas)

향군 대학생 인턴기자 신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