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칼럼] 북한체제의 불안정성과 이탈주민의 확산
북한 정권은 최근 들어 대내외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수반한 체제 위험에 직면한 모습이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의 군사적 밀착으로 인해서 이전부터 진행해 오던 핵무기 개발과 함께 국제 사회의 제재와 감시를 더욱 촘촘히 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러시아와의 군사적 밀착은 그간 혈맹의 관계를 순탄하게 이어오던 중국과의 관계를 소원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고 있다. 또 북한 내부적으로는 차별받던 적대계층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핵심계층까지도 정권에 대해 부정적 기류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지난 8월 수해가 발생하여 상상을 초월하는 인적 및 물적 피해를 입었다. 초기에는 신의주 일대에서만 약 1,0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도되었지만 이후에는 자강도 일대에서도 3,500~4,000여 명의 주민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 아니라 수해지역에 위치한 군수공장, 가옥 그리고 도로 등도 상당수 침수되거나 파괴되었다. 이러한 피해는 직접적인 피해 외에도 전염병의 만연과 더불어 사회 인프라의 붕괴, 식량 생산부족 등으로 이어져 지역주민의 고통은 가중될 것이다. 그리고 이 피해는 해당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북한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 자명하다.
북한 정권은 이런 대규모 피해를 입은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 김정은이 수해지역에서 직접 보트를 타고 현장을 지도하고, 실의에 빠져 있는 수재민을 평양으로 이동시키는 등의 ‘애민정신 쇼’를 연출했다. 또한 북한 정권은 재해로 인한 민심의 동요를 차단하는 방편으로 수해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간부 20~30여 명을 총살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리고 북한군은 수해가 발생하기 얼마 전까지 휴전선 일대에서 대단위 장벽공사를 진행했었다. 군사용 장벽을 구축하려면 일반적으로 용치와 같은 대전차 장애물과 더불어 지뢰 등이 통합된 공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번 공사는 도로망도 조악한 산악지역에서 다수의 인명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신속히 지뢰 매설공사 위주로 진행되었다. 이러한 북한군의 공사 모습은 우리 군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따라서 이 장벽공사는 군사적 목적보다는 단순히 사람의 왕래를 막으려는 즉, 탈북을 차단하려는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한편 우리 정부는 그동안 지속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여 대북방송 재개를 결정했고, 현재 대북방송이 휴전선 일대에서 진행 중에 있다. 이러한 대북방송과 민간단체의 전단살포는 휴전선 부근의 북한 군인과 주민에게 북한의 실상을 알리고 남한 사회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간 잠잠하던 탈북이 대북방송 개시 이후 휴전선 일대에서 연이어 발생했다. 아직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북한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대북방송이 탈북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고 있다.
현재 남한에는 북한이탈주민 약 3만 4천여 명이 정착하여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1990년대 말 기근으로 인한 식량난에 허덕이던 주민들이었다. 하지만 김정은 집권 이후로부터 현재까지 감시 체제의 강화와 코로나 사태 등으로 인해서 북한 주민들은 탈북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태에 있었다. 그래서 현재 북한 내부에는 많은 탈북 수요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해 볼 수 있다.
이렇게 탈북이 막히자 최근의 탈북은 주로 북한 외부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엘리트층이 가담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2023년 11월 쿠바 외교관의 탈북이며, 이 외에도 공개되지 않은 고위급 탈북은 더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탈북 청년 출신 박충권 의원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고위층의 탈북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북한주민의 탈북 수요 배경에는 일당 독재의 가혹한 공포정치, 만성적인 식량부족 상황에서 지속적인 핵무기 개발로 인한 주민의 생존권 박탈 그리고 정권의 실패를 간부들에게 떠넘기는 행태 등에 대한 불만이 내재되어 있었다. 또 여기에 더해 자유를 품은 남한의 풍족한 생활상이 다양한 루트를 통해 북한 전역에 전파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북한 정권은 남한의 생활상이 북한에 전파되는 것을 몹시 꺼리고 있으며, 우리가 대북방송을 재개한다고 하면 극구 이를 저지하려고 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연유로 북한은 ‘남한 풍조’를 차단하기 위해 2020년 이래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을 제정했다. 이 법들은 남한 드라마를 보거나 말투를 쓰는 등, 한류를 접한 주민을 사형에 처하는 중벌을 구형하도록 되어 있다. 이로 인해서 얼마 전에는 나이 어린 중학생들까지도 한국 드라마와 영상물을 시청했다는 이유로 공개재판을 거쳐 처형되었다고 한다.
최근 북한 체제의 비효율성은 높아져만 가고 있고 인민 부양을 위한 성과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지속된 북한 정권의 실정과 더불어 8월 발생한 자연재해 상황은 마치 1990년대 말 북한의 ‘고난의 행군’ 시기를 연상하게 한다. 따라서 북한 사회 내부에는 이전의 잠재된 탈북 수요자를 포함하여 새로운 ‘탈북 예비군’이 양산되고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곧 북한 주민의 탈북 확산을 예고한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는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먼저, 북한 주민이 다시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속적인 식량난과 코로나 사태에 따른 내부 통제로 주민의 생활고가 크게 가중되고 있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 수해로 인해서 농작물의 수확과 공급은 대폭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문제는 리더십이 이미 소진된 정권이 이 고난에서 얼마만큼 주민을 통제하고 부양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제 주민들은 생존을 위한 선택을 해야만 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압록강과 두만강 변에 설치된 탈북 방지용 시설물이 이번 폭우로 인해서 상당수 피해를 입었거나 그 기능을 상실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김정은 등장 이후 주민의 탈북을 방지하기 위해서 국경의 강변에 철책을 비롯한 다양한 시설물을 구축했다. 하지만 이 시설물들은 이제 정상적인 기능 발휘가 어려울 것이고, 이를 다시 복구한다 하더라도 북한의 경제 사정상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다. 이 기간이 북한 이탈을 꿈꾸는 탈북 예비군에게는 뜻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마지막으로는 국제적 환경이 북한 주민의 탈북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중국은 자국으로 유입된 북한이탈주민의 처리에 있어 북한에 적극 협조해 왔다. 그러나 현재의 북·중·러의 삼각관계에서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이미 파열음이 발생하고 있으며, 현재는 오히려 중국이 한국에 손을 내밀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중국이 탈북민에 대해서 취할 조치는 이전과 다르게 전개될 확률이 더 높다.
이러한 북한 이탈민의 증가 예측은 우리에게 여러 측면에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는 북한과의 대결 측면에서 우리의 안보 문제이며, 둘째는 북한 주민의 생존권 문제이고 셋째는 새로운 정책의 필요성이다.
우선은 북한이탈주민의 숫자가 많아지면 북한 정권은 주민의 이탈을 남한의 책임으로 트집 잡아 생떼를 쓰거나, 주민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서 남으로 가할 수도 있는 도발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북한의 오물풍선 부양과 탄도 미사일 발사 도발 횟수가 부쩍 심해지는 것도 이러한 북한 체제 내부의 단속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북의 도발에 경각심을 가지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만반의 시나리오를 준비하여 대처해야 한다.
또한 우리 정부는 북한이탈주민이 중국 정부에 의해 강제 북송 되는 처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근 멀어지고 있는 중국과 북한과의 외교적 거리를 이용한 기민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우리 사회도 인권과 법적인 측면을 고려해서 북한이탈주민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 행여나 국민들 사이에서 이들에 대한 반감이 나오지 않도록 정부는 국민 홍보와 교육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북한이탈주민 정책도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각도에서 준비해 볼 필요가 있다. 이전의 북한이탈주민 정책이 ‘정착’ 그 자체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이들이 우리 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다문화시대로 들어서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북한이탈주민이 일정한 문화의 생성자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또 이들을 우리의 염원인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먼저 온 통일’의 마중물로 인식하며, 한반도 통일의 한 축이 될 수 있도록 그 역할 분담 방안도 함께 고민해 보아야 한다.
현재의 북한은 1990년 말과 같은 극도의 체제 불안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올여름 발행한 수해는 부실한 정권의 급소를 가격한 꼴이 되었다. 이러한 북한 에는 이미 탈북을 준비하는 적지 않은 주민이 양산되어 있다. 또 탈북에 유리한 환경도 조성되고 있다. 우리는 이들을 기꺼이 받아들여 이들이 안정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조력해야 한다. 또 우리는 이들이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야 한다. (konas)
강경표 : 동강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향군 안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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