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칼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교훈과 시사점
일명 ‘제3의 인티파다’라고 불리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은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의 전쟁이었으며, 막대한 재산과 인명 피해를 가져왔다. 가자보건부가 제시한 팔레스타인 사망자 수는 최소 46,600여 명에 달하며, 가자지구의 주거용 건물 60%, 공공시설 80%, 농경지 및 도로 68%를 비롯하여 북가자 및 가자시의 74%가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전쟁 발발 25개월 들어 맺어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휴전은 양측이 합의한 1단계 시한을 하루 앞둔 현시점에 최초 합의한 휴전이 계속 이어질지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게 한다. 물론 이번 합의가 예루살렘의 지위,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 문제, 영토 주권에 대한 양측의 다른 해석 등의 근본적인 의제와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내부의 갈등을 해결해 주지 못하는 태생적인 제한점을 갖고 있다. 다행히 3월 1일의 1단계 휴전 종료 시점을 앞두고 약속된 인질들의 상호 교환이 이루어졌고, 더불어 이스라엘이 1단계 휴전의 연장 방안을 고려 중이라는 점이 보도된 것은 아직도 종전 성사에 희망이 있음을 짐작게 한다. 본 고는 국제정세의 새로운 갈등과 질서에 직면해 있는 현실에서 세기의 화약고로 불려 왔던 중동에서의 전쟁이 우리에게 어떤 교훈과 시사점을 안겨주는가에 대해 분석하였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특징
2023년 10월에 시작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2022년 2월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역시 재래식 무기와 비대칭 전술, 그리고 첨단전력이 혼합된 ‘하이브리드 전쟁’이다. 대부분 구형 로켓을 사용한 하마스, 헤즈볼라,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 및 이란과 달리 이스라엘은 ‘벙커버스터’(GBU-28), GPS 유도폭탄, JDAM 등을 비롯한 정밀유도무기와 땅굴 폐쇄용 ‘스펀지 폭탄’, 각종 드론과 로봇 등의 신무기를 활용하였다. 둘째, 군사력의 차이가 월등한 양자 간의 전쟁에서도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22년 GFP(Global Fire Power)가 발표한 재래식 군사력 순위의 2위 러시아가 당시 22위였던 우크라이나를 굴복시키지 못하고 지금까지 참호전 형태의 전쟁을 지속하고 있는 것처럼 이스라엘이 군사력이 미약한 하마스와의 싸움에 15개월을 소비한 것은 현대의 첨단 과학기술이 반드시 전쟁의 조기 종결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셋째, 전쟁은 군사력만으로 치러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겪고 있는 무기, 장비, 탄약 등의 군수물자와 이를 생산해 낼 수 있는 자원, 기반시설, 재정의 부족, 특히 전투 수행 병력의 부족은 전쟁의 상황을 불리하게 만든다. 이는 전쟁 비용을 감당할 국가 재정 또는 자금 확보 능력이 미약해 전쟁 이후 부채 탕감의 굴레를 목에 걸 수밖에 없는 우크라이나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넷째, 도시지역작전의 어려움이다. 가자지구, 레바논 등의 자연발생형 구(舊)시가지는 복잡한 구조와 건물 형태, 과밀한 인구가 어우러져 있고, 폭격 이후 부서진 건물의 잔해로 인해 기동의 제약을 가져왔다. 이런 환경에서 전과를 확인하고, 하마스 대원들과 지하 공간에서 실시하는 전투는 많은 시간과 병력, 희생을 요구했다. 더불어 소형 무선장비의 광범위한 사용으로 주파수 사용 대역의 포화가 역으로 의사소통을 어렵게 하였다. 다섯째, 이번 전쟁의 결과로 중동 지역의 정세 급변이 예상된다. 이스라엘은 국가안보의 명시적 위협이었던 하마스, 헤즈볼라 조직을 궤멸에 가깝게 타격했고, 예멘의 후티 반군, 시리아‧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 일부에 큰 피해를 줬다. 또 이란, 레바논, 시리아의 군사시설 상당수를 파괴했다. 그 결과 시아파의 맹주 이란이 숙적 이스라엘을 상대할 ‘저항의 축’(‘초승달 벨트’) 중 2개의 축이 무너짐으로써 이스라엘과의 역외 균형(offshoring balancing)은 성립하기가 곤란해졌다. 이에 더하여 이란이 40여 년간 공들여 온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이 해체되면서 권력이 시아파에서 수니파로 이전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이다.
‘이겨 놓고 싸운다’(先勝求戰) 전략
전쟁 초기 공자였던 하마스는 작전의 성공을 위해 지지 세력의 규합과 지원에 큰 노력을 기울였다. 2년 전부터 전쟁을 준비했고 예행연습을 실시했다. 기습을 달성하기 위해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라는 메시지를 발송하거나 이스라엘 영토 내에 승인된 취업자의 수를 늘리는 등의 기만책을 구사했다. 5,000발 이상의 로켓을 밀수로 비축했고, 총연장 500㎞ 이상의 땅굴을 팠다. 더불어 보안 유지를 위해 대원들 간의 의사소통에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않았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을 조성하는 등의 여론전을 수행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이들은 이스라엘 명절인 초막절의 새벽 6시 30분에 공격, 기습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초기 성과의 전과 확대 방안과 이후의 전쟁 계획, 전후 자신들이 원하는 최종상태에 대한 전략은 찾아볼 수 없다.
반면 이스라엘은 초기 하마스의 기습을 허용한 오점을 제외하고는 사전 준비된 전쟁 계획에 따라 시종일관 전쟁을 주도했다. 첫째, 2020년에 미국과 합의한 ‘중동평화구상’, UAE 등과 체결한 평화협정(아브라함 협정)을 토대로 아랍국으로부터의 고립을 탈피하고 적대국 수의 감소를 목표로 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했다. 1979년 3월 이집트와의 평화협정 체결을 시작으로 6개의 아랍국과 평화협정 체결 또는 친선‧우호 관계 선언을 이루어 냈고,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국교 수립도 성사 직전에 있었다. 이번 전쟁에서 이란이 발사한 350기의 미사일과 드론의 상당량을 사우디, 요르단이 요격한 것은 이런 노력의 효과 중 일부이다.
둘째, 이스라엘의 강한 군사력의 기저(基底)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핵무기와 공군력, 즉 압도적인 비대칭적 군사력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의 집요한 압박과 방해 공작에도 10여 년에 걸친 기간동안 지도부의 일념으로 핵무기를 개발 및 배치했고, 그 효과는 마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서방 국가의 전쟁 참전을 억제한 것과 같이 이란을 포함한 아랍국과의 잠재적 전면전을 억제했다. 또한 이스라엘은 막강한 공군력으로 적 군사력과 군사시설, 인프라를 제압했고, 지상전력의 작전적 성공을 보장했다.
셋째, 잘 준비된, 신속한 국가동원체제를 들 수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공격과 거의 동시에 총동원령을 선포했고, 세계 각국에서 소집에 응했으며, 특히 여대생, 94세의 노인 등 자발적 응소자가 많아 30만 명 소집 명령 대비 36만 명이 응소했다. 아울러 즉각적인 전투가 가능한 상태로 평시 훈련되어 있었다.
넷째, 이스라엘은 탁월한 정보력을 확보 및 발휘했다. 물론 전쟁의 도화선이었던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대해 신뢰성 있는 정보를 생산해 내진 못했지만, 전쟁 과정에 하마스, 헤즈볼라 지도부를 대상으로 발휘한 족집게 같은 살상력은 ‘모사드’와 ‘신베트’의 깊이 있고 폭넓은 수집 자산과 첩보 분석력에 기인한 것이다.
다섯째, 국민 방호를 위한 민방위 체제는 세계적 수준이었다. 정부 주도의 민방위 체제에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는 하마스의 기습 상황에서 주민들의 자발적 총격 대응과 45초 이내의 방공호 대피를 가능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이스라엘은 ‘생존’을 목적으로 전쟁에 대비했다. 근 2천 년간 나라 없이 떠돌았으며, 2차 세계대전 홀로코스트의 경험을 가진 국민이 군(軍)과 정부 지도자를 믿고 혼연일체가 되어 일사불란하게 행동했다. 전쟁 이전 이스라엘 내부에 발생했던 네타냐후의 비리, 사법개혁 반대 시위와 정파 간의 합종연횡이 비일비재했던 혼란 상태를 극복하고 전쟁이 발발과 동시 거의 모든 행위를 중지, 전시 내각을 중심으로 전쟁을 수행하였다.
한국의 국가안보에 주는 시사점
첫째, 국제정세를 직시해야 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힘에 의한 평화’는 새로운 형태의 국제 질서를 탄생시킬 것이며, 국제사회가 ‘힘’(national power)의 작용에 따라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 또한 UN과 국제기구, 주요 국가 지도부의 과도한 보복, 반(反)인도주의 행위의 자제 또는 중지 요구를 묵살하고 막강한 군사력을 쉼 없이 행사함으로써 약육강식의 냉엄한 국제사회 현실을 목격하게 했다. 이는 북-중-러-이란의 연대가 강화되고 북한의 핵 능력이 날로 고도화됨과 아울러 러시아 파병에서 기인한 군사적‧경제적 이득에 취한 김정은의 행보가 도를 넘는 도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둘째, 비대칭의 핵무기는 전쟁의 ‘게임 체인저’이다. 북한의 핵무기는 미국과 서방의 핵 위협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한국의 군사력을 압도하는 존재임을 우크라이나 전쟁의 러시아와 같이 이번 하마스와의 전쟁에서 보인 이스라엘 군사력의 광폭 행보가 말해주고 있다.
셋째, 핵무기 이외 북한이 보유한 비대칭 전력도 심각한 전력의 격차(gap)를 만들어 낸다. 화학‧생물학무기, 특수작전부대, 포병‧미사일 및 사이버 전력은 한‧미연합군에 커다란 양적‧질적 비대칭을 만들어 낸다. 특히, 북한이 하마스의 기습과 같이 방어 능력의 임계를 벗어난 물량과 시점을 선택해 화‧생무기가 포함된 포병 화력 및 미사일 등의 복합 공세를 가할 때를 대비한 획기적인 태세 구축이 요구된다.
넷째, 비상사태에 대비한 민방위 체제의 보강과 주기적인 전시 대비 훈련, 국민 방호시설 구축이 절실하다. 이스라엘은 모든 국민이 대피할 수 있는 규격화된 핵무기 방호시설을 갖춤으로써 대피는 물론 하마스 인질 납치를 상당 부분 막아낼 수 있었다. 북핵 대비 ‘3축 체계’의 표면화를 받쳐줄 수 있는 기저가 바로 국민 방호를 위한 민방위 체제이다.
다섯째, 국민과 군(軍), 정부의 ‘삼위일체’형 총력전을 준비해야 한다. 이스라엘의 정치가, 군인, 국민의 정신력과 자발성, 단결력을 본보기로 삼아 평시의 갈등과 혼란을 뛰어넘는 통합의 정치와 정책만이 ‘생존’을 위협하는 위기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음을 자득해야 한다. (konas)
류동관 : 향군 안보교수, 선문대학교 교수, (전)국군화생방방호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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