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칼럼] 2025년 대한민국 안보정세 변화 전망 및 우리의 각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부터 북한을 ‘nuclear power(핵능력보유국·핵무장국)’이라고 언급했다. NPT체제상 인정되는 ‘nuclear weapon state(핵보유국)’과는 다르며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국제법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기조가 바뀌지는 않았다는 차분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도 기존처럼 그대로 ‘핵보유국’으로 번역하면서 혼란은 끝나지 않고 있다.
어찌 되었든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의 미국 행정부들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성으로 대북정책을 전개할 것임을 암시한 셈이다. 트럼프의 재취임과 한국 대통령의 탄핵 상황에 따라 한미연합훈련 ‘일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미 국방부 당국자의 언급은 한미연합훈련이 중단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과장된 분석으로까지 연결됐다. 북한의 핵미사일은 그대로 둔 채 한미연합일정이 중단되는 불미스런 상황을 미국의 새 정부가 초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지만, 혹시나 하는 우려는 하면서 경계할 일이다. 섣부른 발언들이 현실적으로 정책화되는 것은 막아야 하며, 한국을 패싱하고 진행 가능한 북한과 미국의 단독적인 협상을 막을 수 있는 군사외교역량의 증대가 절실히 요청되는 시점이라 하겠다.
트럼프 2기 정부 관계자들의 입장은 윤-바이든 정부의 워싱턴선언과 핵협의그룹(NCG)의 실효성을 크게 흔들 수 있는 신호다.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이 흔들리거나, 주한미군의 역할이 재조정된다면 한미동맹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계엄 이후 미국은 일관되게 한국에 대한 안전보장 약속 이행이 굳건함을 표명하긴 했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의 성향을 감안하면 마음놓기는 이르다. 단순한 외교적 불확실성을 넘어 대한민국의 안보에 직접적이고도 심각한 균열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직접 딜을 성사시키려는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과거 싱가포르, 판문점, 하노이에서의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전례가 있지만, 트럼프는 특유의 협상 스타일로 이번에는 빅딜(Big Deal)이든 스몰딜(Small Deal)이든 ‘성공한 딜’을 만들어내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동의하지 않는 트럼프의 ‘나쁜 딜’을 막을 수 있는 논리를 준비해야 한다.
미국의 한국 패싱은 우리나라의 안보뿐만 아니라 동북아 안정, 나아가 세계 평화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실책이자 한미동맹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중대한 외교적 실패가 됨을 트럼프 정부에 어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특히 국제정치학자들은 그저 사태를 분석하고 예견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개념과 이론을 총동원해야 하며,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한국이 동의하는‘딜’만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독자 핵무장 논의는 더 이상 금기시될 사안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독자 핵무장이 가능하다는 설득 논리로는 NPT 제10조를 든다. 여기에 더해 추가적인 논리를 개발하고 대국민 캠페인을 전개해야 한다. 안보 위기에 대한 대처 차원도 있지만 국가 위신 제고 차원에서도 중도적 성향의 다수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 개발이 필요하다.
NPT(핵확산금지조약) 제10조는 국가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조약 탈퇴를 허용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 조항을 가장 정당하게 적용받을 수 있는 국가임을 국제사회에 설득력 있게 주장해야 한다는 점은 당연하다. 일본과 대만과는 한국이 다른 상황임을 설득하는 논리를 더욱 정교하게 개발해야 한다. 핵무장을 단기적으로 실현하기 어렵다면, NATO식 핵공유 모델이나 주한미군의 전술핵 재배치를 통해 안보 공백을 메우는 안도 단계적 대안으로 검토할 수는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체 핵무장을 승인받아야 한다.
현재 자체 핵무장과 관련된 학계의 논의는 미국과 중국을 설득하는 논리에 방점을 찍고 있다. 양국을 설득하면 큰 산을 넘는 셈이긴 하나 영국, 프랑스, 러시아 같은 다른 NPT체제의 기득권 핵국가가 반발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응 방안도 미리 고민하여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을 설득하기 위한 논리도 시급히 개발해야 한다. 야당과 평화에 방점을 찍는 시민단체들의 독자 핵무장에 대한 계속된 반대는 미국과 NPT 핵기득권 국가에 향후 정권이 바뀌면 한국의 외교적 선택이 언제라도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를 주게 된다. 따라서 국내적으로 야당과 이러한 단체들을 설득하여 무조건적 독자 핵보유 반대 입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논리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국민적인 동의를 확대해야 한다.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안보 위기에 대한 모든 대응은 국민적 합의와 초당적 협력을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안보 문제에서 정쟁은 존재할 여지가 없다.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가 모두 생존을 위한 공통의 언어로 소통해야 할 때다. 국민적 합의와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해서 과거처럼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와 관련해서 박근혜 정부의 통일준비위원회 같은 시도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각계의 전문가 몇을 모아 국민적 합의와 초당적 협력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정부와 정당과 언론과 민간 차원 모두 비장한 각오를 다져야 할 때이다.
2025년, 과거와는 너무나 다르게 전개되고 있는 안보정세의 변화에 맞춰 우리는 민관이 모두 함께 지금까지와는 다른 비상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
우선, 정부 차원에서는 명확한 전략과 결단이 필요하다.
정부는 트럼프 정부에서 혹시 흔들릴 수도 있는 북한 비핵화 원칙을 분명히 견지해야 한다. 트럼프-김정은 딜이 우리 정부가 원하는 방향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하며, 무엇보다 우리 안보에 미칠 영향을 철저히 분석하여야 한다. 정부는 물론 공공외교 차원의 다양한 외교적 채널을 통해서도 미국과 국제사회에 우리의 입장을 강력히 전달해야 한다.
정당들은 이념적 스펙트럼에 상관없이 안보 문제만큼은 초당적 협력과 국민적 신뢰 확보를 위해 만전을 기하겠다는 의지 표명이 필요하다. 정치권은 국가 안보를 둘러싼 문제에서 이념적 대립을 넘어서야 한다. 여당은 물론 야당 역시 대한민국의 생존과 관련된 안보 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입장을 표명해야 하며, 초당적 협력을 통해 국민에게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 특히, 안보 정책의 연속성과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정당 간 공통의 외교안보 원칙을 정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제사회와 소통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쟁이 아닌 협력으로 안보 문제를 논의하는 성숙한 정치 문화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언론은 객관적 정보 제공과 공론의 장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언론은 안보와 관련된 중대한 사안을 국민에게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관점을 다룰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마련해 국민적 합의를 형성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지나친 선정주의나 감정적 접근을 지양하고, 냉철하고 균형 잡힌 논조로 국가 안보의 중대성을 강조해야 한다.
민간 차원에서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참여가 필요하다. 집단지성으로 대한민국의 안보를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으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촉진할 수 있는 교육과 인식 전환을 위한 캠페인을 적절하게 벌일 필요가 있다.
사회 전반에 걸쳐 안보와 관련된 교육과 공론의 기회가 확대되어야 하며, 국민 각자가 이 문제에 대한 관심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향군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2030세대를 향한 세련된 접근 방안을 마련하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국가, 정당, 언론, 민간이 각자의 역할을 다하는 가운데, 대한민국은 안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우리가 직면한 도전을 정확히 인식하고, 이를 돌파할 수 있는 전략과 실행력을 모두 갖춰야 할 때다. 초당적 협력, 국민적 공감대, 그리고 국제사회와의 조율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이 단순한 생존을 넘어 동북아의 안정, 나아가 세계평화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konas)
권영태 : 향군 안보전략연구원 논문심사위원, 국민통합위원회 특위위원,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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