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22일 오후 2시 서울역광장에서 성우회 주최로 개최된 '김대중 방북 저지 궐기대회'에 초청연사로 나온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의 강연 원고입니다.<편집자>

 무산된 김대중 씨의 재방북 -- 그러나 그것으로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건국 이래 58년의 세월이 경과하는 동안 6.25 전쟁을 비롯하여 끊임없이 계속되어 온 공산북한의 크고 작은 무력도발로부터 대한민국의 안전을 빈틈없이 지켜낸 호국의 간성들인 성우회 회원 여러분, 
 
 그리고 자리를 함께 하신 애국시민 여러분,
 
 당초 우리는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오늘의 이 모임을 준비했었습니다. 그것은 성우회에 몸 두고 있는 육ㆍ해ㆍ공군 및 해병대 예비역 장성들의 뜻을 모아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두 번째 평양방문을 기필코 저지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우리는 오늘 한 줄기 안도감을 느끼면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김대중 씨의 평양방문이 일단 무산되었기 때문입니다. 
 
 어제 있었던 김대중 씨 쪽의 설명은 평양방문을 “연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유는 “북한의 대포동 2호 미사일 시험발사 움직임으로 발생한 돌발사태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며칠 동안의 전후 사정을 돌이켜 보면 김대중 씨 쪽의 그 같은 설명에는 믿겨지지 않는 대목이 있습니다. 사실은 김대중 씨 쪽에서 ‘연기’한 것이기보다는 북한의 김정일 쪽에서 입장의 변화가 생겨서 김대중 씨의 평양방문을 거절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김대중 씨 쪽에서는 북한 쪽 입장에 그러한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징후를 감지하고, 북한이 그 같은 입장 변화를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선수를 쳐서, 스스로 ‘연기’하는 형태를 취함으로써 최소한의 체면치레를 시도한 것 같기 때문입니다.
 
 이 ‘연기’ 결정은 북측과 합의하는 모양새도 갖추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어느 기자가 “이번 연기 결정을 북에도 알려주었느냐”고 묻자 “북측도 이 결정을 방송을 통해 알게 될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이것은 이번 ‘연기’ 결정이 북측과 상의 없이 이루어진 일방적 결정임을 말해주는 대목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당연히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도대체 어째서 이 같은 북한의 입장변화가 생겼느냐는 것입니다.
 
 그것은 5.31 지방선거 결과와 관련이 있습니다. 김정일의 북한이 한나라당의 압승과 열린우리당의 몰패로 끝난 5.31 지방선거 결과에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충격을 받은 나머지 대남전략을 크게 손질하고 있고 그 일환으로 김대중 씨 평양방문 문제에 관해서도 입장변화가 생긴 것입니다. 
 
 본래 김대중 씨의 두 번째 평양방문은 김정일의 북한과 남의 노무현 정권이 ‘반 한나라당 연합전선’의 틀 속에서 공동 연출하는 2007년 대통령선거 전략의 일환이었음에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김정일의 북한과 노무현 정권은, 5.31 지방선거 이전에는, 과정상의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씨의 열차편 평양방문을 최종순간에 극적으로 실현시킬 작정이었고, 이를 통해 남의 노무현 대통령과 북의 김정일 사이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 했었습니다. 이 정상회담을 통해, 무언가, 2007 대선 정국의 국면전환을 초래할 이벤트를 공동으로 기획ㆍ연출하려 했던 것입니다. 
 
 5.31 지방선거는 그 시금석이었습니다. 김정일의 북한은 지금 남한의 정치정세를 “평화진보세력 대 친미보수세력, 6.15 지지세력 대 6.15 반대세력의 대결장”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같은 대결의 ‘결전장’인 내년 대통령선거의 ‘전초전’인 이번 5.31 지방선거에서 ‘친미보수세력’인 한나라당에 패배를 안기고 ‘평화진보세력’인 열린우리당에 승리를 안기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습니다. 
 
 북한의 정권기관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선전매체들은 “이번 5.31 지방선거에서 ‘평화진보세력’이 ‘친미보수세력’에게 자기의 진지를 내어주면 다음 해 대통령선거에서 더 큰 것을 잃게 될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오늘의 6.15는 날아가고 평양－서울로 오가는 길, 금강산관광 길은 막히게 될 것이며 개성공업지구 건설도 전면 중단되고 온 나라는 전쟁의 화염 속에 휩싸이게 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남한의 유권자들을 협박해 마지않았습니다.
 
 그러나, 5.31 지방선거의 결과는 김정일의 북한에게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김대중 씨의 평양방문에 대한 북한의 생각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 결과 김대중 씨의 평양방문이 무산된 것입니다.
 
 어제 ‘연기’ 결정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정세현 씨는 ‘연기’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씨에 대한 북측의 방북 초청은 “아직도 유효하다”라면서 “사정에 변화가 생기면 방북은 다시 추진될 것”이라는 자락을 깔아 놓았습니다. 이 같은 정세현 씨의 말은 두 가지 의미를 시사합니다. 하나는 김대중 씨의 방북이 북측에 의하여 거부된 것은 아니라는 인상을 조작하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또 하나의 의미는 김대중 씨의 평양방문을 포기하지 않으려 하는 노무현 정권의 미련과 집념이 함축되어 있다는데 있습니다. 
 
 바로 이 때문에 우리는 이번에 김대중 씨의 평양방문이 알쏭달쏭한 ‘연기’의 형태로 좌절되었다고 해서 이것으로 문제가 모두 해소되었다고 방심할 수 없습니다. 이 기회에 우리는 다시는 김대중 씨의 평양방문 문제가 재연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지금 미국 뉴욕에서는 애국적인 재미동포들이 김대중 씨가 대통령 재임 기간과 퇴임 이후의 수년간에 걸쳐 도합 3억6천만 달러 이상의 불법 자금을 미국 뉴욕으로 빼돌려 부동산 투자의 형태로 그곳에 감추어 두고 있다는 혐의를 적발하여 미국의 수사기관에 고발했고 그 결과 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에 관해서는 조만간 미 의회에서도 청문회가 개최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습니다. 
 
 이 같은 혐의 사실을 미국의 검찰과 FBI 및 재무부와 국무부에 고발한 고발장에서 이들 재미동포들은 이 불법 자금 중 일부의 대북 송금 의혹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혐의 내용에 대해서는 국내에서도 최근 대구의 서석구 변호사를 비롯한 여러분이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바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김대중 씨는 2000년6월 평양에서 북의 독재자 김정일과 합의하여 발표한 6.15 남북공동선언 제2항에서 ‘연방제’ 통일에 사실상 합의함으로써 ‘공산주의’와 ‘공산당’을 ‘불법화’시키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을 명백하게 위반하는 범죄행위를 저질렀습니다. 대한민국은 1945년 이후의 해방공간에서, 1948년 대한민국의 건국을 이룩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1950년부터 1953년까지 계속된 6.25 전쟁에서 북한공산군의 침략을 격퇴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분명한 선택을 한 바 있습니다. ‘공산주의’를, 그리고 ‘공산당’을 거부한 것입니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이 같은 국민적 선택이 구현되어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제1조, 제3조, 제4조, 제8조, 제11조, 제23조 등 여러 조항에서 ‘공산주의’와 ‘공산당’을 거부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제4조에서는 앞으로 실현될 통일한국의 국가이념도 ‘자유민주주의’로 명시하여 ‘공산주의’를 배척하고 있으며 제8조에서는 ‘자유민주주의’에 배치되는 ‘공산당’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해산’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같은 헌법의 명문 조항에 비추어 볼 때 김대중 씨가 2000년6월 김정일과 합의하여 발표한 소위 6.15 남북 공동선언은 당연히 무효가 아닐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헌법 제69조에 의거하여 “헌법을 준수”할 것을 서약한 현직 대통령의 입장에서 김대중 씨가 이 모든 헌법 조항들을 무시ㆍ유린하고 공산국가인 북한과의 ‘연방제’ 통일에 합의한 것은 명백하게 형법 제92조에 규정된 ‘국헌문란죄’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성우회 회원 여러분, 그리고 오늘 이 곳에 자리를 함께 하신 대한민국의 애국시민 여러분,
 
 이 같은 엄연한 사실들은 김대중 씨의 두 번째 평양방북이 일단 좌절된 상황 하에서 우리 모두에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나라 검찰에게 김대중 씨를 상대로 지금 미국 뉴욕의 재미동포들이 수고하여 적발해 낸 거액의 불법 자금을 미국으로 유출한 혐의에 대하여 즉각 수사에 착수할 것을 요구해야 합니다. 우리는 김대중 씨에게는 이 혐의에 관하여 검찰의 수사를 받아들이고 그 같은 수사를 통하여 의혹의 진상이 규명되도록 협조하며 수사의 결과로 들어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응분의 법적 책임을 감수하고 실체가 드러나는 불법 자금은 국고로 환수하는 데 협조할 것을 요구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와 동시에 현직 대통령으로 김대중 씨가 특히 6.15 선언 제2항에 합의하는 과정에서 헌법의 여러 조항들을 위반함으로써 저지른 형법상의 ‘국헌문란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와 함께 노무현 대통령에게 6.15 선언이 위헌적인 불법 문건임으로 무효임을 선언하도록 요구해야 합니다. 6.15 선언이 없어도 남북대화에는 지장이 초래될 이유가 없습니다. 노 대통령 자신이 6.15 선언에 비해 훨씬 완벽한 내용이라고 평가한 1992년도의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 즉 ‘남북 기본합의서’가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대한민국의 향후 명운이 걸려 있는 중대한 정치일정인 내년 12월의 제17대 대통령선거에 김정일의 북한이 부당하게 간섭하고 또 대한민국의 오늘의 국정파탄을 초래한 친북ㆍ좌경 정권이 그 같은 북한의 간섭마저 이용하여 정권 재창출을 획책하는 길을 봉쇄ㆍ차단해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애국시민 여러분, 성우회 회원 여러분, 여러분은 이 같은 저의 생각에 공감하지 않으십니까. 만약 공감하신다면 박수를 쳐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끝]

  李東馥 (북한민주화포럼 대표, 전 남북 고위급회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