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국방부는 10월 중순의 연례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합의하게 될 ‘한미연합 전시작전통제권 단독행사 로드맵’의 한국측 초안을 국회 국방위원회에 보고하였다.

 이에 따르면 2012까지 한국이 전시작전통제권을 단독행사하게 되면(정부측 표현으로는 ‘환수’)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되고 그 대체기구로 ‘전·평시 협조본부’(가칭)가 창설된다.

 지난주의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2012년 이내에 작전통제권 ‘환수’에 찬성하는 여론이 52%, 2012년 이후에도 현재의 작통권 연합행사를 유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37%로 나타났다. 이직도 ‘자주국방,’ ‘군사주권’이라는 허구적인 수사학의 매력이 국민다수를 오도시키고 있는 것 같다.

 역사적으로 보면 전시작전통제권은 ‘자주국방’이나 ‘군사주권’ 또는 ‘군 통수권’을 훼손하기보다 동북아의 군사적 경쟁상황에서 한국의 국가위신과 자주성을 미국이 뒷받침해 주는 효과를 발휘했었다. 지역 강대국인 중국과 일본의 틈새에서 전쟁의 폐허로부터 떳떳하게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미국과의 동맹관계 덕분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더욱이 작통권을 미국이 단독으로 행사하지는 않는다. 그럴 수도 없다. 1950년 7월초 6·25전쟁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국군의 작전 지휘권을 유엔군 사령관에게 이양하였다가 1954년 11월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되자 ‘작전 지휘권’이 ‘작전통제권’으로 바뀌었다.

 1978년 11월 7일 한미연합군사령부(CFC)가 창설된 이후에는 한미양군 장교가 이 연합구성군에 대해 연합(공동)으로 작전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다. 더욱이 1994년 12월 말 이후에는 한국군이 ‘평시작전통제권’을 단독행사하고 있다.

 한미 ‘연합’(공동) 작전통제권 행사는 한미 양국 대통령의 협의와 합의, 양국 국방장관과 합참의장간의 합의 결과를 연합사령관에게 지시하는 것이다. 그 이하 제대의 병력은 각자 자국 사령관이 직접지휘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전시라도 미군사령관이 독단적으로 한국군을 지휘할 수는 없다.

 한미지상군 구성군의 경우 한국군 장교(대장)가 사령관이기 때문에 주한 미 지상군과 증원되는 지상군을 작전통제하게 된다. 전세계에서 미 육군이 외국군의 작전통제를 받는 유일한 경우이다. NATO군도 전시에는 미군이 연합사령관이 되어 유럽 국가들의 군대를 실질적으로 작전 통제한다.

 그러므로 대한민국 대통령은 대한민국 군대에 대해 완전한 통수권을 보유하고 있고 군사주권과 자주권을 보유하는 데 하등의 장애요소도 없다.

 오히려 작은 나라의 군대가 큰나라의 군대(증원 총병력 69만 중 지상군)와 연합작전을 수행한다는 것은 더 없는 자랑이고 자존심을 고취시킬 수 있는 사항이다. 일본이 특히 부러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노 대통령은 한국전쟁 시에 작전 지휘권을 유엔군에 이양한 것은 헌법위반(위헌)이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참전 16개국 중 미국외의 15개국도 유엔군 사령관의 작전지휘를 받았는데 이들 국가들 모두가 위헌을 저질렀단 말인가? 그리고 한국군 중에서 한미연합작전통제권에 들어 있지 않은 부대가 상당수 있다.

 대간첩작전과 국가안보의 위급사태에 대비하여 2군, 특전사, 수도방위사, 수도권 인근의 2개 보병사단 등은 연합사 작통권에서 제외되어 있다. 대통령이 임의로 일방적으로 이 부대를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연합작전 통제권 행사는 주권이나 자주권, 국가 자존심 문제가 아니라 작전 효율성과 유사시의 증원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일 뿐이다.

 유사시 증원되기로 계획된 69만 미군과 1300조원 이상의 군수물자의 투입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요건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NATO의 자동개입과 달리 협의를 거쳐 합의 후 그 나라 헌법절차에 따라 개입하게 되는 제한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사실적인 자동개입’장치가 필요하다.

 작년까지는 한강이북에 배치된 미군이 ‘인계철선’으로서 자동개입수단이었으나 향후에는 한미연합사 제도만이 어느 정도라도 증원군의 자동개입을 보장하는 유일한 장치이다.

 연합사가 해체되면 향후의 미군증원은 당시의 상황과 미국 내 여론에 좌우 될 수밖에 없게 될 뿐만 아니라 미군과의 연합작전은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진다. 그렇게 되면 북한의 재침여건을 조성해 주는 결과가 될 것이다. 이적(利敵)행위를 제도화하는 꼴이 된다.

 노 대통령은 북한 내의 우발사태 시에 대비한 한미연합작전계획 5029에 따라 한국군과 미군이 함께 한만국경으로 진격하게 되어 중국과의 대결이 초래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으나 6·25전쟁 때에도 평양 입성시 신속한 진격이 가능한 기계화부대(기병 1사단)를 보유한 미군이 순수보병부대인 한국군 1사단(백선엽 사단장)에게 한국의 자존심을 존중하여 평양입성의 우선순위를 양보한 바 있다.

 향후에도 이런 조정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국군이 앞서고 미군이 뒤따르면 된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9·11테러사건 이후 어차피 미국의 세계군사전략 변화(‘전략적 유연성’)에 적응하기 위한 일본기지중심 재편과정에서 한국의 연합사 해체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한다. 그러나 과거에도 미군의 기지재편이나 감축과정에서 한국주둔미군은 최소한의 조종이나 최종순서에 들어 있거나 예외적으로 인정되었던 것이다.

 지금도 한미 양국의 신뢰만 유지된다면 미군기지조정의 마지막 순서가 되거나 예외로 하거나 1개 여단정도의 기동타격부대 외에는 ‘붙박이’부대가 될 수 있는데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배신감이 주한미군조정을 제1순위로 앞당기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북한의 위협이나 한미동맹관계가 가장 나쁜 상황에 처해 있다. 전시작전통제권행사 변경이나 동맹관계 구조조정은 북한의 위협이 실질적으로 해소되고 동북아와 한반도에 전략적 안정분위기가 정착되어 한미동맹관계가 가장 우호적일 때에 가서 고려해도 늦지 않다.

 한미동맹은 군사안보동맹 이상의 중요성을 지닌다.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 대통령도 상황이 안 좋으면 ‘재협상’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행여 작년 6자회담의 9·19 공동선언의 ‘한반도 평화체제구축 대화’를 위한 터전 닦기나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계기마련용, 또는 연방제통일여건 마련용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한미 연합작전통제권 문제가 정치적으로 악용될까 우려된다. (konas)

 류재갑 (경기대 교수, 국제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