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북핵 폐기를 위한 6자회담 개최를 앞두고 한 다발의 당근을 북한을 향해 던졌다. 북한이 핵을 완전 폐기만 하면 ▲6·25전쟁 종료 선언 및 평화체제 전환 검토 ▲미·북관계 정상화 ▲안보 및 경제협력 ▲문화 교육 및 기타 관계 개선 등이 당근의 내용들이다.

 부시 대통령이 굵직하고도 다양한 당근들을 과감하게 북한에 던진 배경은 몇 가지로 정리된다. 즉, 9·19 공동성명 이후 미국은 오직 금융제재라는 채찍만 휘두르면서 북한에 압박을 가했다는 국내외적인 비판 수용, 6자회담에 북한의 강력한 유인, 그동안 북한이 요구했던 모든 사항들 가운데 금융제재를 제외한 제반 이슈들을 다 올려놓고 오직 ‘북핵 폐기’에만 올인하려는 미국의 보다 공세적인 태도 등이다.

 미국이 제시한 당근 가운데 ‘6·25 종료 선언 검토’와 ‘평화체제 전환’ 두 가지는 우리의 신경을 몹시 쓰이게 한다. 이 두 주제는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이라는 표현을 통해 북한이 지난 반세기,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일관되게 주장해 오고 있는 것으로서 그 궁극적인 목표는 오직 ‘주한미군 철수’ 또는 ‘한미동맹 폐기’에 있기 때문에 더욱 신경이 쓰인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을 향해 던지고 있는 6·25 종료 선언 검토와 평화체제 전환이라는 주제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사항에 각별히 유념하면서 처리해야 한다.

 첫째, 분명하고 확실한 북한 보유 핵 및 핵 프로그램 폐기를 실행한 이후 6·25 종료 및 평화체제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 지난 반세기의 역사에서 확인된 북한 정권의 큰 속성 가운데 하나는 ‘합의와 실천은 전혀 별개’라는 강한 신념을 갖고 대외관계를 전개한다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모든 제재국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제1718호가 천명하고 있는 바와 같이 북한의 핵에 대해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확실한 폐기(CVID)’를 100% 실천에 옮긴 후 6·25 종료 선언이나 평화체제 전환 등을 검토해야 한다. 북한이 온갖 핑계와 사술을 동원, 6·25 종료 선언 혹은 평화체제 전환이라는 당근만 먹어치우고 핵은 폐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둘째, 6·25 종료 선언이나 평화체제 전환이 절대로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동맹 폐기 등으로 이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6자회담에서 다뤄야 할 주제는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이지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동맹 폐기가 결코 아니다. 그러나 북한은 6자회담장을 핵 폐기라는 주제보다는 주한미군 철수 또는 한미동맹 폐기 등의 깃발을 높이 들고 선전장화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6자회담이 이런 분위기가 돼서는 안 된다. 6자회담에서 북한의 국제범죄 행위들에 대한 사면이나 잔혹한 북한 인권 문제 불문 등의 내용이 다뤄져서도 안 된다.

 셋째, 6·25 종료를 선언하고,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며, 북핵을 폐기하게 하는 제반 합의와 결정을 함에 있어 한국은 주역 중의 주역이다. 우리의 운명을 결정하는 이러한 중차대한 결정들을 함에 있어 한국 정부는 국외자가 되고 미·북 사이에서 실제로 모든 것이 이뤄지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마지막으로, 한국 정부는 우리의 운명을 결정하는 6·25 종료,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북핵 폐기 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운명이 잘못되지 않도록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김정일 정권의 속성과 실체에 대한 객관적 인식을 바탕으로 비합리적이고 맹목적인 민족 공조를 과감히 물리치고, 합리적인 국제 공조에 적극 동참하면서 대한민국의 운명을 바르게 이끌 절대적인 책임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하면서 6자회담에 임해야 할 것이다.(konas)

 송대성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이 글은 문화일보 11월22일자 '포럼'으로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