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12월에 방어해면법(防禦海面法, 법률 제4615호)을 필자가 발의하여 현실에 맞게 개정했다. 이 법은 군사상 방어를 요하는 해면(海面)의 구역을 지정하고, 그 구역 안에서의 항행(航行)·어로(漁撈), 기타의 행위를 통제하여 해상작전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1963년에 처음으로 제정되었다. 전시와 평시에 모두 적용이 가능하며 주로 선박통제(船舶統制)를 용이하게 한다.

 해군은 원활한 해상작전을 위해 평소부터 선박 감시체제를 통하여 영해와 관할해역을 통과하는 각종 선박을 식별하여 국가 안전보장에 유해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북한과는 아직도 정전상태(停戰狀態)다. 북한은 그 동안 우리 관할해역을 수없이 침범하여 우리 함정을 기습으로 공격하고, 군함·해경정·조업어선을 납북하는 등 도발행위를 계속 자행하고 있다. 그리고 위장선박을 통한 무장공비·간첩의 침투, 북한주민의 해상 대량탈출 등을 염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전쟁 시 북한의 아(我)후방교란전술도 우리에겐 큰 위험요소이다. 북한은 전쟁을 도발하기 한참 이전에 함선(잠수함정, 반 잠수정, 위장상선, 위장어선)을 이용하여 특작부대(特作部隊)를 한국군, 어부, 상선 선원, 낚시꾼으로 위장하여 해안으로 침투시킬 것이다.

 이들은 남한에 침투한 후, 일부는 은거하고 일부는 테러, 요인납치 및 암살, 방화, 살인, 생화학무기 살포 등으로 사회혼란을 조성할 것이다. 은거(隱居) 중이던 특작부대는 전쟁발발과 동시에 고압송전선(高壓送電線)을 절단하여 남한 전반에 전력(電力)과 상수도(上水道) 공급을 일시에 차단하면서 우리의 전쟁 수행능력을 마비(痲痹)시킬 것이다.

 전쟁 이전에 육상이나 땅굴, 공중을 이용한 대규모 침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해상으로 침투할 경우에 인원과 장비를 대량으로 수송할 수가 있어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법을 전쟁발발 이전인 위기조성단계 초기부터 적용하여 적(敵) 특작부대 해상침투를 반드시 저지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전쟁의 위험이 고조되면 우리 국민과 문화재(文化財)가 해상을 통해 해외로 도피(逃避)하는 것도 차단해야 할 것이다. 이를 막지 못하면 국민이 동요(動搖)하여 총력전 수행태세를 유지할 수가 없다.

 영해 내로 제한하여 선포하기 때문에 제3국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 방어적인 차원의 국내법으로서 외교적인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평소에 국민에게 홍보를 잘 해 놓으면 집행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방어해면구역 지정은 대통령이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서 하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이나, 작전지휘관이 필요시 긴급히 지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제3조(긴급지정)를 보면 ‘대비정규전· 해상전투· 대 상륙방어전 등을 위한 군사작전상 긴급한 사유로 인하여 대통령의 방어해면의 지정을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는 합동참모의장· 해군작전사령관 또는 함대사령관은 임시로 그 구역을 지정하고 이를 고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북한 해군사령부는 금년 5월 10일에 남한이 서해 5개 섬 지역에 무력을 증강 배치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억지주장을 펴면서 “언제 제3의 서해교전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는 위험한 사태가 조성되고 있다”고 우리에게 협박했다.

 이와 같이 해상 북방한계선(NLL)근해에서 적(敵)의 해상도발이 예견될 때 바로 인근해역을 방어해면구역으로 선포할 수 있다. 적(敵) 함정의 남하를 차단함과 동시에 우리 선박과 제3국 선박의 이동을 제한함으로써 해상전투를 보다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다.

 백령도·연평도 우리어선의 출어통제, 북한 해주로 입항하는 제3국 선박과 북방한계선 근해에서 조업하는 중국어선을 제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혹시 전투 중에 비 전투선박이 피해를 당할 경우도 고려해서 말이다.

 이 법의 중요성을 익히 알고 1963년에 제정해준 해군 선배에게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1993년 법 개정이후 상당한 세월이 경과하여 추가 수정소요도 있을 수 있다. 아울러 효율적인 법집행을 위해서 국방부(합참)주관으로 시행령의 조속한 입법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관련기관에서는 해상작전에 필수적인 방어해면법과 영해법을 숙지하여 각종 훈련(연습)때 실제적용을 통해 미비점을 지속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국방부(합참·해군·육군해안부대)는 효과적인 시행을 위해 해양수산부(해양경찰, 해운항만청), 법무부(세관), 자방자치단체 등과의 협조는 물론 평소 국민에게 친숙한 법이 될 수 있도록 홍보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이 법을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전문가와 학자가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konas)

[防禦海面法 전문보기] 

 김성만(전 해군작전사령관, 예비역 해군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