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APEC 회의장에 나타난 '오사마 빈 라덴'
테러 가능성 등에 대비해 철통 경비를 펼치고 있는 시드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장 주변에 6일 테러와의 전쟁의 주공격 목표인 '오사마 빈 라덴'이 나타나 경비를 펼치고 있던 경찰들을 질겁하게 만들었다.
호주 언론들은 이날 APEC 회의 참석차 호주를 방문하고 있는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이 묵고 있는 시드니 인터콘티넨탈 호텔 부근 검문소에서 호송차량의 경호를 받으며 호텔로 향하는 캐나다 국기를 단 'APEC 공식차량'을 경찰이 세우자 빈 라덴처럼 긴 수염을 하고 자루처럼 생긴 흰색 옷을 입은 사람이 불쑥 차에서 내렸다고 전했다.
빈 라덴과 호송팀은 호주 ABC 방송의 인기 풍자 프로그램 '체이서의 만사와의 전쟁'의 제작팀으로 차량 등에 위조 스티커를 달고 APEC 안전구역에 침입한 혐의 등으로 모두 경찰에 붙잡혀 재판에 넘겨졌다.
언론들은 프로듀서 줄리안 모로, 빈 라덴 차림을 한 코미디언 카스 리치아델로, 임대차량 운전사 등 남자 9명과 여자 2명이 재판에 회부됐다면서 2억5천만달러의 예산을 써가며 장벽을 세우고 도로를 차단하는 등 철저한 경비를 펼치고 있는 당국은 이들이 가짜 스티커 등을 달고 회의가 열리는 안전구역까지 들어온데 대해 크게 분노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사우스 웨일스 주의 데이비드 캠벨 경찰장관은 이들이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스턴트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들의 행위에서 재미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APEC 경비팀장인 데이브 오웬스 주 경찰청 차장은 "나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몹시 화가 나기 때문"이라며 강한 분노를 표시했다.
호주 야당인 노동당의 케빈 러드 대표도 자신도 체이서 프로그램의 팬이기는 하지만 방송팀의 도가 지나쳤다고 거들었다.
또 알렉산더 다우너 외무장관은 이들의 스턴트로 APEC 경비에 구멍이 생겼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면서 "그들은 누구를 해치기보다 많은 유명 인사들을 당황하게 만들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파문이 커지나 방송팀은 빈 라덴 스턴트에 특별한 이유는 없다면서 그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는 입장을 밝혔다.
출연진의 한명인 크리스 테일러는 캐나다 국기를 단 이유에 대해서는 "캐나다 국기를 달면 경찰이 수색을 심하게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BC 방송도 이날 밤 성명을 내고 "체이서 팀이 제한구역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하면서 "만일 제한구역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들은 자진해서 되돌아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체이서 팀은 이번 스턴트를 만들기 위해 방송국 고문 변호사들로부터 자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차량에 가짜 스티커 등을 달았으나 APEC 회의장 안전구역으로 들어가는 첫번째 검문소와 폭발물 탐지견이 있는 두 번째 검문소에서는 경찰들이 손을 흔들어 통과 지시를 했고 부시 대통령이 묵고 있는 호텔이 보이는 세 번 째 검문소에서 비로소 정차 명령을 받고 차량에서 내렸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와 관련, 데이너 페리노 신임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해프닝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백악관 보안국에 문의해 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삼가면서도 "보안 문제가 그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불행한 일이었다"고 우회적으로 불쾌감을 표출했다.
이들은 내달 4일 다우닝 센터 지방법원에 출두해 재판을 받게 된다.(오클랜드<뉴질랜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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