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읊는 듀엣' 서울대 교직원 시인들
사재 털어 문예지 창간, TV서 詩 전문프로그램도 진행
"가을 하늘은 젖은 꿈처럼 호수에 내려 잠기고 / 수면 잔물결 위로 나무는 부끄러운 듯 옷을 벗는다"(정영옥ㆍ'가을소묘')
국내 문학계를 주름잡는 교수들이 즐비한 서울대에서 교수가 아닌 직원 2명이 나란히 시집을 펴내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17일 서울대 직원 문학동호회 '문예회'에 따르면 이 모임의 초대 부회장을 지낸 정영옥(48.여) 음대 행정실장은 최근 자신의 호를 딴 시집 `가원(嘉園)의 시 사계(四季)'를 발표했다.
정 실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작년 6월 문예지 '서라벌문예'를 창간해 기존 문예지의 고질적 폐단으로 지적받던 응모자의 등단비와 문예지 의무 구입 등 조건을 달지 않은 채 자비를 들여 운영하고 있다.
아직 권위 있는 문예지로 자리잡진 못했지만 이렇게 사재를 털어가며 문예지를 운영하는 까닭은 신예 문인들이 글을 실을 수 있는 지면을 제공하고 문학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다.
그는 "'사악하지 않은 사람은 시인이다'라는 공자의 말이 있듯, 시는 특정 소수집단이 짓고 즐기는 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정 실장은 '서라벌문예'를 통해 소설가, 수필가, 시인 등 58명의 문인을 등단시켰으며, 케이블 채널 `R-TV'에서도 `시인의 뜨락'이라는 프로그램을 3년째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 문예회 초대 회장으로 정 실장과 함께 '주경야독'을 해 온 김현호(60) 전 법대 행정실장(공무 연수중) 역시 최근 시집 '당신곁에 강물 되어 흐릅니다'를 펴냈다.
정 실장과 김 전 실장은 지난 14일 열린 '제1회 서울대 교직원 문예의 밤' 행사에서 자신들이 발표한 시집 봉정식을 갖기도 했다.
지난달 정년 퇴임한 오세영 교수(국문학ㆍ한국시인협회 회장)는 이 행사의 축사에서 "우리 학교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이처럼 훌륭한 창작물을 만들어 낸 줄 몰랐다. 문학과 예술에 대한 사랑으로 기울이는 창작 노력이 아름다운 가치를 빚길 바란다"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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