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NLL 재설정?" 들끓는 연평도
28일 새벽 어구를 챙겨 꽃게잡이에 나서는 연평도 어민 김정식(46)씨의 표정이 예전처럼 밝지 않다.
어젯밤 선원들과 선착장 인근에서 밤늦도록 마신 술 탓도 있지만 술좌석에서 옹진군청 공무원이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북방한계선(NLL) 재설정 논의가 이뤄질 지도 모르겠다"는 말에 생활의 터전인 꽃게어장을 빼앗길까봐 걱정 돼 잠을 설쳤기 때문이다.
김씨가 10t 어선을 끌고가 하루 잡는 꽃게는 평균 300㎏(시가 200만원) 정도.
선장과 선원 6명에게 주는 연간 인건비 1억여원과 배에 들어가는 기름값 2천여만원, 그물 등 어구 비용 1억5천여만원을 감당하려면 하루에 300㎏ 이상은 잡아야 한다.
올해 봄까지도 씨가 말랐던 꽃게가 최근 모처럼 많이 늘어 잡으려면 더 잡을 수도 있지만 기름값이 비싸 배를 더 못 쓰고 저녁 6시께 뱃머리를 돌려야 하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2000년 초반에 황금기를 맞았던 꽃게 어획량은 연간 3천63t까지 잡혔었다. 그 시절에는 `동네 개도 입에 꽃게를 물고 다닌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였다.
그랬던 것이 2004년께부터 크게 줄어 지난 봄까지 3년째 꽃게가 통 잡히지 않았다. 급기야 어획량이 54t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김씨의 소득도 연간 1억원까지 벌던 호시절이 있었는데 작년에는 한푼도 못 남기고 오히려 손해를 봤다.
몇년째 꽃게를 팔아 얻는 수입보다 어구 구입비와 어선 유지비, 선원들 인건비가 더 많이 나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적자가 계속되면서 지난 봄에는 급기야 수협에서 5천만원이나 대출을 받았다.
이번 가을에는 꽃게 어획량이 30t은 돼야 빚을 갚고 좀 남는게 있을텐데 이번에도 또 중국 어선들이 NLL을 넘나들며 꽃게를 싹쓸이 해갈까봐 걱정이 앞선다.
김씨를 비롯한 연평도 어민들은 서해 앞바다에 지난 몇년간 꽃게가 씨가 마른 것은 중국어선들의 '싹쓸이 조업'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1999년과 2002년 서해교전을 겪으면서 우리 어선은 NLL 근처에 갈 엄두도 못내고 있는 반면 중국 어선들은 제 집 드나들 듯 NLL 이쪽저쪽을 오가며 꽃게 조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NLL 남쪽에서는 해경이 단속에 힘쓰고 있지만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들이 해경의 추격을 받으면 NLL 북쪽으로 달아나기 일쑤여서 단속에 늘 한계가 있다고 어민들은 하소연했다.
백령.연평도 등 서해 5도서 950여가구 2천여명 어민들은 서해북방한계선은 대한민국의 영토분계선이며, 이곳 어장을 생계로 생활하고 있는 어민들에게는 '생존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인천 앞바다 100개 섬을 관할하는 옹진군도 27일 NLL 재설정 논의로 남쪽으로 재설정될 경우 국민의 주권과 생존권 보장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선착장 인근 포장마차에 둘러앉아 소주를 걸치던 어민들은 NLL 얘기가 나오자 "중국 어선들이 꽃게를 싹쓸이해가면서 꽃게 씨가 말라 주민들이 이렇게 고통을 겪고 있는데 정부에서 대책을 세워주기는 커녕 북한이 하자는대로 NLL을 다시 긋는다니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NLL을 남쪽으로 내린다는 겁니까, 북쪽으로 올린다는 겁니까? 우리는 그동안 어장을 NLL방향으로 1.8㎞ 늘려달라고 요구해왔어요. NLL을 남쪽으로 내린다는 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예요. 여기 주민들 평균 연간 소득이 1천만원이 될까말깐데..안 그래도 꽃게잡이가 안돼 생계가 어려운 우리 주민들은 어떻게 살라고.."
마을회관에서 만난 연평도주민자치위원회 최율 위원장은 "NLL이 지금 위도보다 낮아지면 어장이 축소되는 것은 두말 할 필요도 없고 원래 우리 어장이었던 곳에 북한 어선과 함정이 오고가게 돼 주민들은 늘 이들에게 위협을 느끼며 어업활동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흥분했다.
NLL문제에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연평도 주민뿐이 아니다. 어업이 거의 유일한 생계수단인 백령도, 대청도 등 옹진군 관내 서해 도서 지역 주민들 대부분이 마찬가지다.
이같은 여론을 반영, 자유총연맹 옹진군지부 주도로 지난 19일부터 정상회담에서 NLL 재설정 문제를 논의하는 것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이 벌어져 3일만에 군 인구의 60%를 넘는 1만여명이 서명했다.
자유총연맹 옹진군지부 조철수 지부장은 28일 "정부가 정상회담을 통해 서해에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우리의 영토이자 생업의 터전인 NLL 경계를 남쪽으로 재설정한다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싹쓸이 조업을 단속할 방안이나 남북공동어로구역을 만드는 등의 건설적인 논의들이 오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500㎏의 꽃게를 잡아 만선의 기쁨으로 돌아오는 김씨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NLL 얘기는 안 나왔으면 좋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인천=연합뉴스)
어젯밤 선원들과 선착장 인근에서 밤늦도록 마신 술 탓도 있지만 술좌석에서 옹진군청 공무원이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북방한계선(NLL) 재설정 논의가 이뤄질 지도 모르겠다"는 말에 생활의 터전인 꽃게어장을 빼앗길까봐 걱정 돼 잠을 설쳤기 때문이다.
김씨가 10t 어선을 끌고가 하루 잡는 꽃게는 평균 300㎏(시가 200만원) 정도.
선장과 선원 6명에게 주는 연간 인건비 1억여원과 배에 들어가는 기름값 2천여만원, 그물 등 어구 비용 1억5천여만원을 감당하려면 하루에 300㎏ 이상은 잡아야 한다.
올해 봄까지도 씨가 말랐던 꽃게가 최근 모처럼 많이 늘어 잡으려면 더 잡을 수도 있지만 기름값이 비싸 배를 더 못 쓰고 저녁 6시께 뱃머리를 돌려야 하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2000년 초반에 황금기를 맞았던 꽃게 어획량은 연간 3천63t까지 잡혔었다. 그 시절에는 `동네 개도 입에 꽃게를 물고 다닌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였다.
그랬던 것이 2004년께부터 크게 줄어 지난 봄까지 3년째 꽃게가 통 잡히지 않았다. 급기야 어획량이 54t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김씨의 소득도 연간 1억원까지 벌던 호시절이 있었는데 작년에는 한푼도 못 남기고 오히려 손해를 봤다.
몇년째 꽃게를 팔아 얻는 수입보다 어구 구입비와 어선 유지비, 선원들 인건비가 더 많이 나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적자가 계속되면서 지난 봄에는 급기야 수협에서 5천만원이나 대출을 받았다.
이번 가을에는 꽃게 어획량이 30t은 돼야 빚을 갚고 좀 남는게 있을텐데 이번에도 또 중국 어선들이 NLL을 넘나들며 꽃게를 싹쓸이 해갈까봐 걱정이 앞선다.
김씨를 비롯한 연평도 어민들은 서해 앞바다에 지난 몇년간 꽃게가 씨가 마른 것은 중국어선들의 '싹쓸이 조업'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1999년과 2002년 서해교전을 겪으면서 우리 어선은 NLL 근처에 갈 엄두도 못내고 있는 반면 중국 어선들은 제 집 드나들 듯 NLL 이쪽저쪽을 오가며 꽃게 조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NLL 남쪽에서는 해경이 단속에 힘쓰고 있지만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들이 해경의 추격을 받으면 NLL 북쪽으로 달아나기 일쑤여서 단속에 늘 한계가 있다고 어민들은 하소연했다.
백령.연평도 등 서해 5도서 950여가구 2천여명 어민들은 서해북방한계선은 대한민국의 영토분계선이며, 이곳 어장을 생계로 생활하고 있는 어민들에게는 '생존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인천 앞바다 100개 섬을 관할하는 옹진군도 27일 NLL 재설정 논의로 남쪽으로 재설정될 경우 국민의 주권과 생존권 보장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선착장 인근 포장마차에 둘러앉아 소주를 걸치던 어민들은 NLL 얘기가 나오자 "중국 어선들이 꽃게를 싹쓸이해가면서 꽃게 씨가 말라 주민들이 이렇게 고통을 겪고 있는데 정부에서 대책을 세워주기는 커녕 북한이 하자는대로 NLL을 다시 긋는다니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NLL을 남쪽으로 내린다는 겁니까, 북쪽으로 올린다는 겁니까? 우리는 그동안 어장을 NLL방향으로 1.8㎞ 늘려달라고 요구해왔어요. NLL을 남쪽으로 내린다는 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예요. 여기 주민들 평균 연간 소득이 1천만원이 될까말깐데..안 그래도 꽃게잡이가 안돼 생계가 어려운 우리 주민들은 어떻게 살라고.."
마을회관에서 만난 연평도주민자치위원회 최율 위원장은 "NLL이 지금 위도보다 낮아지면 어장이 축소되는 것은 두말 할 필요도 없고 원래 우리 어장이었던 곳에 북한 어선과 함정이 오고가게 돼 주민들은 늘 이들에게 위협을 느끼며 어업활동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흥분했다.
NLL문제에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연평도 주민뿐이 아니다. 어업이 거의 유일한 생계수단인 백령도, 대청도 등 옹진군 관내 서해 도서 지역 주민들 대부분이 마찬가지다.
이같은 여론을 반영, 자유총연맹 옹진군지부 주도로 지난 19일부터 정상회담에서 NLL 재설정 문제를 논의하는 것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이 벌어져 3일만에 군 인구의 60%를 넘는 1만여명이 서명했다.
자유총연맹 옹진군지부 조철수 지부장은 28일 "정부가 정상회담을 통해 서해에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우리의 영토이자 생업의 터전인 NLL 경계를 남쪽으로 재설정한다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싹쓸이 조업을 단속할 방안이나 남북공동어로구역을 만드는 등의 건설적인 논의들이 오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500㎏의 꽃게를 잡아 만선의 기쁨으로 돌아오는 김씨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NLL 얘기는 안 나왔으면 좋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인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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