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며칠 북한이 취해 온 일련의 대남 도발 행동에 국방부가 “원칙을 가지고 당당하게 대응한다”고 밝힌 것은 적절하다고 본다.

  북한 정권은 이명박 新정부 출범을 전후하여 침묵 속에서 사태를 주시해 오다가, 한국정부가 3월 27일 UN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임기를 1년 연장하는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지고, 남북문제에서 ‘先핵해결’ 입장을 분명히 천명한 이후, 대남 비난 공세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 3월 27일 개성 공단 한국 측 요원을 강제로 추방하는 조치를 취했고, 28일에는 서해상에서 수 발의 미사일을 발사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북한 군(軍)이 김태영 합참의장의 국회답변 발언을 문제삼아 “즉각 취소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모든 남북대화를 중단할 것”이라고 위협한 것은 억지 생떼에 다름 아니다. 김태영 합참의장은 지난 26일 오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이 소형 핵무기를 개발해 남한을 공격할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는 김학송(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에 “제일 중요한 것은 적(북한군)이 핵(무기)을 가지고 있을 만한 장소를 확인해 타격하는 것”이라고 답변하고, “북한의 핵무기가 우리(남한) 지역에서 작동하지(터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계획을 세워서 꾸준히 실천해 오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북한이 6자회담을 미루면서 시간벌기를 강행해 핵개발을 기정사실화하는 상황에서, 비핵(非核)국가인 우리가 취해야 할 최소한의 대응태세를 언급한 적절한 대답이었다고 아니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북한 김영철 중장은 29일 전화통지문을 통해 김태영 합참의장의 발언을 ‘선제타격’으로 주장하고 사과와 발언 취소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정부는 금명(今明) 간 외교안보정책 실무조정회의를 열고 北에 대한 답신 여부 등 대응책을 논의할 방침이다.

  북한의 억지 요구에 대해 국방부는 원칙에 입각하여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먼저 북한 핵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근본 요인임을 강조하고, 북한이 핵공격 기미가 있을 때 이에 대한 대응차원에서 선제타격을 검토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자위상 불가피한 일임을 북한에 전달해야 한다. 그러므로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단지 김태영 합참의장의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유감을 표명하는 것은 북한에 굴복하는 것으로 비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우리의 ‘반핵(反核)’ 의지(意志)에 대한 잘못된 시그널을 북한에 보내 오판(誤判)하게 할 위험이 있다는 뜻이다. 아니나 다를까, 상황이 긴박해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군사논평원은 30일 “선제타격 개시되면 모든 것이 잿더미 될 것”이라고 위협하면서, 김 합창의장 발언에 대해 “반북정책을 대변하는 것으로, 이를 사죄 않으면 남북대화를 전면 차단하겠다”는 호전적 공세를 강화하고 나섰다.

  지난 10년 한국의 대북정책은 ‘햇볕’ 논리 아래 지나치게 ‘당근’ 위주로 왜곡돼 왔다. 이제 북한의 대응여하에 따라 수위를 조절하는 당근(carrot)과 채찍(stick)의 병행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는 무조건 북한을 압박하라는 뜻이 아니다. ‘당근’을 대북 레버리지(leverage)화하여, 북한의 잘못된 행동이 개선되도록 유도하되, 북한이 막무가내로 억지 주장과 도발을 해 올 때에는 채찍을 들어 대응해야 우리의 안보를 지키고 한반도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햇볕정책 이전 지난 수십 년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유지해 온 것은 이러한 채찍과 당근의 병행정책이었다. 김태영 합참의장 발언에 대한 북한의 이번 생떼는 분명 채찍감이다.

  ‘원칙 있는 대응’이 단기적으론 남북관계의 경색과 긴장고조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으나, 이를 두려워해선 안 될 것이다. 원칙 있는 대응이야말로 중장기적으로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을 수 있다.(konas)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 재향군인회 안보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