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예화되고 야전성 갖춰야 강한 군대”
현역 일선 지휘관과 국방부장관 시절, 그 누구보다 ‘강한 군대’ 지휘철학을 설파했던 이종구(사진) 성우회장. 이상희 현 국방부장관이 ‘강한 전사 강한 군대’ 기치를 내걸며 ‘강병 육성’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지난해 12월 제10대 성우회장으로 취임, 특유의 강한 추진력으로 건설적인 국방안보정책을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새로운 성우회를 만들어 가고 있다.
2000여 명의 대한민국 예비역 장성 대표이자 ‘원조’ 강한 군대 전도사인 이회장을 20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재향군인회 5층 성우회장실에서 만났다. 이회장이 말하는 ‘강한 군대 강한 전사’란 어떤 군대이며, 앞으로 성우회를 어떻게 이끌어 갈지 자세히 물어 봤다.
- 회장 취임 이후 성우회가 획기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고 들었다.
“1989년 창립된 성우회가 올해로 20돌을 맞았다. 대한민국 예비역 장성 2282명 중 지난달까지 2028명, 89%가 가입하고 있다. 육·해·공·해병대 2000여 명의 다양한 장성들이 회원으로 돼 있는 안보조직은 전 세계에서 성우회밖에 없다. 그래서 30~40년 동안 군에서 쌓은 경륜과 노하우, 그 소중한 자산을 국가안보와 국방, 외교정책에 실질적인 보탬이 되도록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지난 2월 이미 30명 가까운 우수한 회원들을 안보정책연구위원으로 위촉했다. 더 이상 성우회가 예전의 ‘양로원’이 아니다.”
- 우리 국방에 어떻게 실질적으로 보탬이 되겠다는 얘기인가.
“국방·안보정책을 자문할 수 있는 안보연구소·안보포럼을 강화해서 활성화하고 있다. 북한 급변사태 발생과 대비책, 한반도 미래 예측과 대응, 한미동맹 관계 변화와 발전, 한반도와 주한미군 관계, 국방개혁 2020 분석과 발전 방향, 중국의 변화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 국민 안보의식 제고 방안 등 7대 과제를 선정, 연구하고 있다. 한반도 주요 상황 변화에 따른 북한의 안보 위협 상정과 대응 방향에 관한 주제는 이미 국방부로부터 연구 제의를 받아 협의 중에 있다. 다음달 11일에는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해체, 미사일 방어체제(MD)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략적 유연성 대응에 대한 대규모 안보 토론회도 연다.”
- 국방안보정책에 대한 나름대로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말인가.
“그렇다. 국방안보 관련 정책적·전략적 연구를 해서 대안을 제시하고 국방부가 하고 있는 일을 적극 도와줄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국민의 안보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대국민 홍보·안보교육도 강화한다. 국방안보 분야의 소프트웨어를 뒷받침할 생각이다. 국방부가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그런 부분을 성우회가 뒷받침해 보충해 주겠다. 국가안보의 큰 어른으로서 역할을 하겠다. 어른이 저 사랑방에 앉아서 기침만 하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군 선배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작정이다.”
- 일선 지휘관과 국방부장관 시절 누구보다 강한 군대를 역설했다. 참모총장 시절에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민주군대는 있을 수 있어도 군대 민주화는 있을 수 없다는 지휘철학을 강하게 피력하기도 했다. 우리에게 왜 강한 군대가 필요한가.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경제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대비를 잘 못하고 있다. 중국은 어마어마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초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러시아는 옛 소련의 위상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과 밀월 관계를 유지하면서 또 독도문제를 거론하며 한국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북한 역시 전략무기를 개발해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새삼 우리에게 강군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의 살 길은 뭔가. 우리 후손들이 이대로 살 수 있겠는가. 강력한 나라의 힘을 키워야 한다. 국력이 강해야 한다. 내가 말하는 국력 강화라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와 맞붙어 이겨야 되겠다는 것이 아니다. 독도문제가 벌어졌을 때 군사력을 동원해 일본과 맞붙어야 할 거냐, 이것도 아니다. 국력을 강화시킨다는 것은 경제력·국방력·외교력의 총합적인 국력이다. 머리를 써야 한다. 우리 힘이 부족하면 외교력도 발휘해야 한다. 그래서 동맹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국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뒷받침해야 하는 것이 바로 국방력이다. 강한 군의 힘으로서 뒷받침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이 초강대국 사이에서 나라를 지킬 수 있고 생존할 수 있다”
- 그렇다면 강한 군대란 어떤 군대며 어떻게 해야 강군이 되나.
“국방부가 강한 전사를 만들겠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다. 이런 안보환경 변화 속에서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국가안보라는 것은, 국방이라는 것은 모든 것에 우선해야 한다. 강군이 되기 위해서는 아주 강력한 지휘체계가 유지돼야 한다. 그래서 나는 그전부터 민주군대는 있어도 군대 민주화는 있을 수 없다고 말해 왔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민주군대란 어떤 군대를 말하는가. 평소에 군을 왜 합리적으로 관리해야 되느냐. 그 이유는 바로 불합리한 것을 하기 위해서 합리적으로 관리해야 된다는 것이다. 전쟁이 합리적인가. 적의 전차가 밀려오는데 우리는 방어할 무기가 없다. 중대장이 소대장보고 너 수류탄을 들고 저 전차를 깨뜨려라. 이 명령이 합리적인 명령인가. 하지만 그 명령을 이행해야 백성을 지키는 것이다. 국가를 지키는 것이다. 바로 이걸 위해서 상명하복이라는 군의 특수성을 살려 줘야 된다. 그것이 되려면 평소에 정말 합리적으로 지휘를 해야 한다. 항상 전쟁이라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 그러면 구체적으로 강군은 어떠해야 하나.
“강한 군대라 하는 것은 무기만 있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첨단 장비로 무장했다고 해서 강군이 될 수 없다. 군은 정신적으로 강해야 되고 반드시 전쟁에서 이기겠다는 신념을 가질 수 있도록 정신력을 강화해야 된다. 이러한 것을 바탕으로 군은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갖춰야 한다. 60만 우리 군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 역할을 다하는 것이 강군이다. 전투병은 전투병의 위치에서, 소대장은 소대장의 위치에서, 사단장은 사단장의 위치에서 자기 역할을 다해라. 그래야지 군이 강하게 움직인다. 군이라는 특수성을 자꾸 정치적인 다른 이유로 흔들어서는 안 된다.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위해서는 상명하복이 중요하다. 이런 소리를 하면 옛날 얘기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군은 그렇게 강해야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조직이 된다.”
- 일부에서는 우리 군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자꾸 강군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강한 군대는 한마디로 정예화되고 야전성이 강한 군이여야 한다. 지금 우리 군은 야전성이 약화돼 있다. 요즈음 초등학생들이 영양이 좋아서 덩치는 좋은데 힘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아마 이장관도 그런 차원에서 역할과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는 얘기 같다. 프로 전투원이 돼야 한다. 그런 얘기다. 야전성을 갖추라는 것은 꼭 야전에서 전투하는 야전성이 아니라 전투 위주로 한 사고, 이것이 야전성이다. 이것은 육·해·공군 전부 마찬가지다.”
- 우리 군의 야전성이 떨어져 있다는 말인가.
“아주 든든한 점도 있지만 많이 떨어져 있다. 요즈음 각종 통신수단 발달로 우리 젊은이들이 자극이 될 만한 것에 언제든지 접할 수 있다. 여기에 참 어려움이 많다. 이런 것 때문에 비전투원으로서의 소질은 있는데 정말로 전사로서는 약하다. 이것은 아마 전 세계적인 풍조인 것 같다. 이것을 어떻게 보완하느냐 하는 것은 군 지휘부에 부가된 큰 임무라고 본다.”
-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신세대 장병들의 안보의식이 갈수록 희박해져 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지금 우리 전방을 지키는 병사들은 우리의 적이 누군지 적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없다. 그동안 우리 군과 국민들에게 안보의식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정치적인 이유로 북한을 접촉하더라도 군만은 아주 눈을 부릅뜨고 적을 보고 대비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많은 투자를 해 가면서 전방에서 지켜야 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대북문제뿐만 아니라 우리 동북아시아의 조그만 나라가 살아남기 위해 머리 써서 연구해 주변국과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 어떻게 생존해 나갈 것인가. 이 문제도 군에서 함께 연구해 나가야 한다.”
- 북핵문제와 맞물려 북미·남북·한미관계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데.
“한미동맹은 더 강화돼야 한다. 이것은 초강국 주변국 때문에도 그렇다. 우리가 살기 위한 길은 뭔가. 중국·러시아·일본 위협에서 우리가 생존과 번영을 유지하려면 우리 힘을 키우면서 부족한 힘을 동맹에서 보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미동맹은 과거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전략적 동맹으로 발전돼야 한다. 안보문제를 정치적인 이유와 목적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대비를 안 하고 있으면 반드시 야단이 난다. 반드시 큰일이 난다.”
- 군의 대선배이자 원로로서 우리 군과 후배 장병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
“올해는 건국 60돌이자 건군 60돌이 된다. 우리 군의 지난 60년 세월은 정말로 피눈물 나는 처절한 역사였다. 어제는 선배들이 이 나라를 지키고 건설해 왔다. 오늘 바로 여러분들이 이 나라를 지키고 있다. 이제 내일은 여러분의 후배들이, 여러분의 아들들이 또 이 군을 지키고 나라를 지킬 것이다. 이런 역사 인식을 갖고 오늘 나라를 지키고 있는 우리 후배들은 이 나라를 건강하게 지키는 군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조금 힘들고 어렵더라도 그걸 극복해 나갔으면 한다. 그것이 군과 나라를 끌고 나가는 역사요, 그것이 우리가 살아나갈 길이다. 얼마나 큰 사명을 띠고 있는가 그 자부심을 가져 달라.”(국방일보 5월 21일자)
코나스 관리자(http://www.kona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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