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신선감' 준 李대통령의 對北인식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일에 대해 “가장 폐쇄된 사회의 지도자”라고 지적하고, 북한체제에 대해선 “완벽하게 폐쇄된, 우리로서는 잘 이해할 수 없는 지구상의 유일한 나라”라고 분석했다. 폴란드를 방문 중이던 7월 7일 유럽 ‘유로뉴스(Euro News)’와 인터뷰 도중 ‘지난 10년간의 햇볕정책에 대한 평가’ 질문을 받고 나온 언급에서다.
또한 “남한에서 지원한 막대한 돈이 북한의 核무장에 이용됐다는 의혹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금까지 대통령이나 정부로부터 나온 대북인식 중 가장 정확하고 구체적인 것이라 할 만하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의 국정 노선(路線)에 대해 왈가왈부 논쟁과 의혹이 많았지만, 이번 李 대통령의 언급이 이런 의혹들을 어느 정도 씻어주는 ‘해갈(解渴)’의 역할을 하기에 충분할 것 같다.
출범 이후 지난 1년여 동안 이명박 정부는 전(前) 정권 비호세력과 불법 폭력 시위세력의 저항으로 인해, 개혁(改革) 청사진과 프로그램을 제시조차 못한 채 좌절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 준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대북․외교․안보정책에서만은 비교적 선방(善防)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간 왜곡됐던 대북정책을 바로잡고 무엇보다도 韓美동맹을 복원․강화한 것이 빼놓을 수 없는 업적이다.
북한이 5․25 2차 핵실험을 감행하고 그보다 앞서 4․5 대포동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李 정부는 UN결의와 韓美동맹을 중심으로 ‘국제공조’ 체제를 확고히 견지함으로써, 북핵 정책 ‘중심 잡기’에 성공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李 대통령이 이날 인터뷰에서 “우리는 유엔 제재와 같은 국제공조를 통해 북한이 적극적으로 대화에 응하도록 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연간 30~40만t의 막대한 대북 식량․비료 지원을 중단, 굴종적인 김정일체제 곳간 채우기를 거부했고, UN과의 ‘인권공조’ 속에서 “내정간섭론․주권론” 등으로 대변(代辯)되는 북한과 국내좌파의 왜곡 논리를 잠재웠다.
韓美동맹을 ‘자유민주주의․자유시장경제’ 중심의 ‘가치동맹’과 ‘전략동맹’으로 격상시킨 것은 근래 보기 드문 성과다. 거듭 상기하거니와 지난 6․16 韓美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자유민주․평화 통일” 실현에 韓美가 공동노력하기로 합의한 것은 ‘연방제통일’을 수용한 6․15공동선언과 그 ‘실천강령’인 10․4선언을 사실상 무효화한 쾌거(快擧)다. 북한은 그동안 6․15와 10․4를 그들의 대남 혁명노선인 “자주통일”의 “대강(大綱)”이자 “표대”라고 선동해왔다(2009년 신년공동사설). 북한이 개성공단 문제를 단순히 경제적 차원이 아닌, 대남․대미 전략적 차원에서 다뤄, 6․15와 10․4를 남한이 수용할 것을 집요하게 주장해 온 배경도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한편 김대중 전 대통령(DJ)은 이명박 정부를 “독재정권”이라 비난하고, 대북정책과 관련, “북한이 억울한 일만 당했다”면서, “행동하는 양심” 논리로 국민들에 저항을 선동해 물의를 빚고 있는데, 이는 대통령직(職)을 수행하고 물러난 전(前) 대통령의 행동거지로서는 전무후무(前無後無)한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번 대북인식 천명에 대해 DJ 측과 민주당 측이 보인 반응 역시 실망스럽고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DJ 최측근이라 할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우리가 지난 10년간 북한에 지원한 것은 현금이 아니라 쌀과 비료 등 생활필수품”이라며 “정부의 대북지원이 북한 핵무장에 사용됐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李 대통령의 주장은 국내 일부 수구세력들의 주장과 같은 내용”이라며 “李 대통령이 중도를 표방하고 있지만 수구보수의 본색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 문제의 본질과는 관계없이 정치공세로 일관하는 모습이었다.
盧 정부 때 통일부장관을 지낸 무소속 정동영 의원도 “지난 10년간 정부가 북한에 퍼주기를 했다는 것은 보수세력의 이데올로기 공세였는데 이 대통령이 같은 주장을 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정부 차원에서 북한에 현금을 준 사실이 없었고, 모래나 광물, 노동력 등 무역결제가 대부분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이 사실의 뒷받침이 없는 억지논리의 정치공세임은 각종 통계자료를 통해 쉽게 판단할 수 있다.
통일부와 수출입은행 등이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 북한에 지원된 현금은 29억달러에 달한다.(김대중 정부에서 13억 3천만달러, 노무현 정부에서 15억 7천만달러)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현대아산이 7대 대북사업 독점·개발권 명목으로 지불한 정상회담 대가 4억5000만달러와 금강산·개성관광 5억3890만달러에 사회문화교류·민간교역으로 지원된 현금을 합친 숫자다.
여기에 현물지원까지 포함하면 그 액수는 69억달러, 우리 돈으로 8조원을 넘어선다. 정부가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원한 비료 지원과 식량 차관 등이 26억7588만달러, 금강산·개성공단 투자액이 12억2096만달러, 사회문화교류 등까지 포함하면 총 40억5728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금·현물을 모두 계산할 경우 김대중 정부에서는 24억8835만달러, 노무현 정부에서 44억7115만달러가 북한에 지원된 것으로 추정된다.(이상은 최근 조선일보․문화일보 등의 보도내용을 요약한 것임)
북한이 금년 들어 7월 4일까지 총 18발의 미사일 발사와 ‘5·25’ 제2차 핵실험 비용으로 최소 7억달러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대북지원 현금의 군사(軍事) ‘전용’ 의혹이 커지고 있다. 李 대통령의 “대북지원 현금의 핵무장 이용 의혹” 언급은 상기 객관적 통계에 부합한다.
지금 한반도 정세는 북한의 잇단 핵+미사일 도발로 긴장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후계구도와 관련된 내부 단속 목적으로서, 사실상 끝나가고 있다’는 정보당국의 분석도 있긴 하나, 결코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을 가능성도 있고, 특히 엊그제 스커드 미사일 7발 발사 결과 ‘정확도’가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가 주목된다, 핵+미사일 공격력의 획기적 증대를 통해 3대 세습구도를 정착시키고, 한반도에서 군사패권을 확고히 장악하기 위해 과대망상증을 가진 김정일이 벌이는 죽기 전 최후 모험이 아닐까?
제반 지표(指標)상으로 볼 때, 북한체제 그 자체의 내구력(耐久力)은 한계에 이미 도달했다고 볼 수 있지만, 중국이 강력히 지탱해주고 있어, 문제가 간단치 않다. 김정일 유고(有故) 상황이 온다 해도, 북한체제가 지금처럼 대남 군사위협을 지속하면서 그럭저럭 지탱해 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누가 무어라 하든, 객관적 사실에 기초한 이명박 정부의 냉철한 대북인식과 일관된 정책실천이야말로 안보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 좌절에 빠져들고 있는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는 ‘청량제(淸凉劑)’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konas)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 재향군인회 안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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