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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과 일제의 청산

부분적으로 일제의 잔재라 낙인해 청산 운동의 대상으로 몰아가는 표면적 반응은 되레 우리 사회의 갈등과 피로를 가중시키는 일
Written by. 김일권   입력 : 2009-08-14 오후 1:3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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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염이 대지를 데우는 매년 여름이면 돌아오는 8·15 광복절. 일제의 35년 압제를 벗어나 해방이 됐음을 기리는 날이다. 영원할 것 같았던 일본 지배가 막을 내린 민족 해방일이 1945년 8월 15일이었으니 2009년 올해는 벌써 60년하고도 4년이 더 지났다. 광복 직후 일제 청산을 시도했건만 미 군정 3년과 내부 합의의 실패로 청산의 타이밍을 놓쳤고, 이후로도 속 시원히 이루지 못한 채 64년이 지나고 말았다.

 1948년 8월 정부 수립 직후에는 왜 또 전면적으로 청산하지 못 하였던가 탓하기에는 현재의 우리도 시대적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음을 먼저 성찰할 필요가 있다.긴 역사의 안목에서 볼 때 64년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조선이 건국되던 1392년 7월에서 64년 되는 해인 1456년은 훈민정음을 비롯해 숱한 민족의 문물 전성기를 구축했던 세종시대 32년간(1419∼1450년)도 다 보낸 다음인 세조 2년이다.

 세종시대는 주지하다시피 민족의 자산인 훈민정음 창제라는 위대한 성취를 이뤘던 시기다.또 하나 주목할 만한 일이 ‘고려사’라는 앞선 시대에 대한 역사서 편찬이 태조 시기부터 논의됐다가 세종 연간 ‘수교고려사’ 등 여러 차례의 개찬이 이뤄진 끝에 드디어 문종 원년(1451년)에 139권 100책으로 완성을 봤다. 이때까지 걸린 시간이 건국으로부터 불과 60년이다.

 과연 현대 대한민국의 역사는 세종시대의 성취에 견줄 만한 민족적 자산을 이룩하고 있는 것인가? 일제로부터 광복을 한 지 60년이 훨씬 지난 오늘 우리는 지금 일제시대사를 쓰고 있는가? 더욱이 내년은 조선이 멸망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고려사’처럼 ‘조선사’를 편찬, 앞 시대의 역사를 평가해 정론을 수립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있는가?

 역사서의 공식 편찬은 역사 청산의 정당하고 합당한 평가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다. 표피적이 아닌 본질적 청산을 위해서는 청산의 기준이 되는 앞 시대에 대한 역사 평가가 선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공적 기준 하나 마련하지 못하고서야 사회의 통합과 미래의 토대를 다질 수는 없는 노릇일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일제시대를 여전히 일제시대로 부른다는 점이다. 일제강점기, 왜정시대, 일제치하, 제국주의시대, 일본침략시대, 일본지배시대 등 이 시대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아직 없다. 이 시기를 살아갔던 그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알려줄 만한 공적 기준이 없다.

 지난 수천 년간 우리 역사 중에서 광복을 기리는 날이 있을 줄을 몰랐기에 이 망국의 시대를 온당하게 평가하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부분적으로 일제의 잔재라 낙인해 청산 운동의 대상으로 몰아가는 표면적 반응은 되레 우리 사회의 갈등과 피로를 가중시키는 일이 될 수가 있다.

 대다수 국민이 그다지 깊이 생각해 본 적 없던 국민학교가 황국신민의 학교라는 의미에서 지어졌다는 이유로 부각되면서 급기야 초등학교로 개칭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또다시 광복절을 맞이하면서 부정할 수 없는 앞 시대를 전면적이고 체계적으로 합당하게 평가해 우리 사회 인식의 표준을 이룰 수 있는 일제사라는 역사 편찬은 중요하고도 시급한 우리의 당면 과제가 됐다.(konas)
출처 : http://kookbang.dema.mil.kr/

김일권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namdu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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